사우디와 이란이 서로 친해질 수 없는 이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빌 살만 Image copyright Reuters/EPA
이미지 캡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빌 살만

최근 사우디 원유 시설 타격 등으로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에 있던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은 최근 들어 더욱 관계가 악화됐다.

수십년 간 반목을 겪어온 두 나라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정리했다.

두 나라가 '친해질 수 없없던' 이유

중동의 강대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이 지역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해 치열히 투쟁해왔다.

불화는 수십년 넘게 이어졌는데, 교파 차이가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이슬람이지만 이란은 대부분 시아파 이슬람 교도인 반면, 사우디는 수니파 이슬람 세력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종교적 분열은 중동 전체로 확장된다.

이미지 캡션 중동 내 수니파 세력 분포도. 색이 진할 수록 세력이 강한 곳이다

중동의 다른 나라들은 지원이나 지도 등을 기대하며 각각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의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군주국이자 이슬람의 발상지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스스로를 이슬람의 '지도자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면서 혁명적 신권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체제의 국가가 나타난다.

이란은 자국 국경을 넘어 이런 국가 형태를 퍼트려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지난 15년 동안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더욱 첨예해졌다.

이미지 캡션 중동 내 시아파 세력 분포도. 색이 진할 수록 세력이 강한 곳이다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은 이란의 주요 적이었던 수니파 사담 후세인을 전복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라크에는 시아파가 지배하는 정부가 문을 열었고, 이란의 영향력은 그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지역 전체 정치적 불안을 더욱 야기했다.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는 영향력 확대를 위해 특히 시리아, 바레인, 예멘 등을 둘러싸고 서로 의혹의 눈초리를 높였다.

대립 상황 점점 악화돼

시리아 내전도 갈등을 증폭했다. 이란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해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 단체들을 대부분 물리쳤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부상하는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려고 필사적이다.

이에 실질적 통치자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입지가 굳건해지면서, 군사적 모험주의를 내세워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는 예멘에서 후티 반군에 대항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이란의 영향을 막기 위한 셈법이 있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값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도박이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편 레바논에서는 이란의 동맹인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가 정치적 및 군사적으로 세력이 강력하다.

많은 이들은 사우디가 2017년 헤즈볼라의 지역 분쟁 연루와 관련해 지지를 표명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에게 사임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리리 총리는 이후 레바논으로 돌아와 사임을 보류했다.

중동 지역 패권 지도

중동 지역의 패권은 수니와 시아로 갈린다.

친사우디 진영에는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이집트와 요르단이 있다. 반면, 친이란 진영에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부, 레바논에 거점을 둔 헤즈볼라 등이 있다.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도 친이란에 속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슬람 국가 격퇴가 필요한 미국 정부와 이라크의 시아파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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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좌측에서 두 번째)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장 우측)

사우디와 이란의 대결 구도, 어떻게 전개될까?

냉전시대 때는 미국과 소련이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했다.

하지만 이제 이란과 사우디는 직접 싸우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대리전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시리아 및 예멘 내전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나라는 사우디 원유가 이동되는 주요 통로인 걸프만 수로를 두고도 갈등하고 있다.

최근 이 지역에서 외국 유조선이 억류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데 미국은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물론 아직 두 나라는 전면전에 돌입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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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예멘은 사우디와 이란이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들어나는 곳이다

아직까지는 대리전을 벌이고 있지만 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도를 공격하거나 최근에 있었던 경우처럼 주요 경제 인프라를 파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오랫동안 미국과 미 동맹국들은 이란을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세력으로 여겨왔다.

사우디 지도자들은 이란을 점점 더 실존적인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빈 살만 왕세자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모든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이 공격 당하면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지금까지 전개된 양상을 봤을 때,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이는 계획된 것이기 보다는 우발적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 지역에 대한 불확실한 목표는 사우디 내 행동주의적인 요소를 자극하고 있고, 이는 다시 긴장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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