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개인의 노력은 쓸모없는 행동일까?

(캡션) 그레타 툰베리

돌려서 말하지 않겠다. 간단한 대답은 '그렇다'. 개인의 활동은 쓸모없다.

나 하나 운전하지 않고 버스를 타도 지구에 사는 나머지 77억 명이 버스를 타면 무슨 소용인가? 배기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비행기를 안 타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를 만났을 때 같은 질문을 했다.

툰베리는 UN 기후 행동 정상회의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뉴욕에 도착했다. 환경을 위해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고 영국에서 뉴욕까지 15일간 친환경 요트를 타고 왔다.

손글씨로 "대변만 담아요(Poo's only please)"라고 쓰인 파란 양동이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툰베리의 답

이미지 캡션 저스틴 라우랫 기자와 그레타 툰베리

"의견을 형성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어요"라고 툰베리는 영국 플리머스 사운드 항구에 정착한 배 위에서 대답했다.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면 내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가 정말 심각하다는 메시지를 줘요. 또 캠페인이 되기 위한 동력이 될 수도 있어요."

좋은 답변이다. 두 갈래로 땋은 머리를 한 이 어린 소녀가 어쩌다 기후 변화 운동의 아이콘이 됐는지 설명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럼 결국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들게 하는 거네요?" 미안하지만 좀 무례하게 반격했다.

"아니요"라고 그는 침착하게 답했다. 다른 사람에게 삶을 어떻게 살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의 일이 아니라며 오히려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전 단지 비행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비행기를 안 탈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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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툰베리가 탄 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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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요트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없었다

자신이 특별한 사례인 것은 인정했다. "사람들이 제 말을 듣고 또 제가 하는 말이 언론에 보도가 되죠. 그래서 저에게는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툰베리는 과거 이런 행사에 참석을 화상으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과 어린 친구들이 직접 참석하면 더 큰 영향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오게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언론의 관심만 보더라고 그 판단은 맞았다.

하지만 모두가 툰베리와 같은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고기를 덜 먹고 집 안 온도를 낮춘다고 과연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줄까?

철학적인 질문이라 현존하는 철학가 중 가장 영향력 있다는 프린스턴 대학의 피터 싱어 교수를 찾았다.

철학가의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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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비건 버거

싱어는 우리 모두에게 도덕적 책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덕적 도전인 것 같습니다. 만약 행동하지 않으면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험에 처하게 하기 때문이죠"라고 그는 말했다.

마치 속도 제한이 있는 분주한 쇼핑거리에서 "내 차를 전속력으로 몰 거야. 하지만 걱정 마, 아마도 사람이 다치지는 않을 거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경우 당신은 '안 돼'라고 말하겠죠. 사람들을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하는 건 행동의 자유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죠."

온실가스 배출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행동의 자유를 거론하며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지만, 그것이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텐데, 현실은 왜 그렇지 않을까?

행동심리학자의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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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허리케인 도리안. 기후 변화는 극한 날씨를 초래한다

퀸드랜드대학의 켈리 필딩 교수는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에요"라고 지적한다.

"사실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을 봅니다." 특히 필딩 교수는 기후 변화의 경우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서 도움을 바란다고 한다.

지난 6월 로이터가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9%가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좀 더 "공격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쉽게 말해,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내 문제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딩 교수는 행동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이런 생각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아주 간단하다.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이들을 보고 따라 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왔다. 그레타 툰베리의 생각이다. 우리의 행동이 바로 환경을 보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주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지 캡션 툰베리는 석유 업계에서는 환경운동가를 '위협'으로 본다고 했다

취재 결과, 당신의 행동이 가족과 친구에 영향을 미치고 정부와 기업이 대책 마련을 할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것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라들이 동참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벌써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비건 버거를 만드는 회사가 기업공개(IPO) 후 상장 첫날 주가가 160% 이상 폭등한 것을 누가 상상했을까?

석유 업계가 환경운동가들을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고, 미국 대선에서 기후 변화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일종의 '선순환'인 셈이다.

기후 변화는 '있다' 혹은 '없다'와 같은 이분법이 아니라, '어느 정도'일지의 문제다. 우리가 더 행동할수록 우리가 겪을 기후 변화는 더 적을 것이다.

20일~27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열리는 기후변화 시위

23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에 앞서 20일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학교를 빠지고 시위에 참여하는 '글로벌 등교 거부(global climate strike)' 캠페인이 열린다.

한국,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은 20일이 아닌 27일 등교 거부를 한다. 한국의 청소년기후행동은 BBC 코리아에 약 2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21일에는 학생뿐 아니라 환경단체, 노동단체, 종교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참여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첫 대규모 집회가 서울 혜화역 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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