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학: '북측 선수들도 경기 직전에 무관중 경기 사실 알았다'

경기 다음 날, 평양에서 남북경기에 뛴 북한(조선) 축구대표팀 후배 선수들을 만난 안영학. 왼쪽부터 리영직, 최성혁, 안영학, 박광룡, 한광성 선수 Image copyright 안영학
이미지 캡션 경기 다음 날, 평양에서 남북경기에 뛴 북한(조선) 축구대표팀 후배 선수들을 만난 안영학. 왼쪽부터 리영직, 최성혁, 안영학, 박광룡, 한광성 선수

"북측 선수들도 무관중 경기란 사실을 직전에 알아서 당황한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전 북한 축구 국가대표이자 한국 K리그 출신 안영학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경기에 입을 열었다.

앞서 지난 15일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대결은 '무관중', '무중계'로 열려 논란이 일었다.

'조선적' 재일동포인 안영학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북한전이 열리던 당일 평양에 있었다.

은퇴 이후, 과거 월드컵 무대에서 함께 했던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과 동료 및 후배들을 찾아가 인사를 전하고, 경기를 관람할 목적으로 앞서 방북길에 올랐던 것.

그는 일본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14일 평양으로 들어갔다. 중국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는 한국 대표팀이 탔던 비행기와 같았다.

그는 무관중 경기 때문에 직접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북한 대표팀과 자리해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그에게 북한 선수들의 경기 소감을 물었다.

이번 방북은 어떤 계기로 가게 됐나? 무관중 경기인 것을 사전에 알고 갔나?

재일본조선인축구협회 측 이사들이 간다고 해서 의사표시를 해서 같이 가게 됐다. 원래 경기를 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 한 열흘 정도 전에 '이번에 경기를 못 볼 수도 있다. 무관중 경기가 될 수도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협회 측을 통해 연락을 받았다. 경기를 직접 못 볼 가능성도 있었지만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14일에 일본에서 출발해 베이징을 거쳐 일본에 갔고, 17일에 돌아왔다.

북한은 AFC와 사전 조율 없이 무관중 경기를 경기 당일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언제 정확히 알게 됐나?

가능성은 들었지만 조선(북한) 땅에 들어가고 나서야 무관중 경기 확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조선대표팀 출신인 내가 '설마 (경기를) 못 보겠나' 이러면서 당일까지 기다려봤는데 결국 못 보게 됐다. 최종 결정은 당일에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온 일행 모두 못 들어갔다.

Image copyright 뉴스1/대한축구협회
이미지 캡션 무관중, 무중계로 진행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 북한(조선) 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북한 선수들은 무관중 경기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나

무관중 경기 자체로는 이야기를 안 했다. 하지만 선수들 역시 당일에 무관중 경기 사실을 알았다. 그러다 보니 조선 선수들도 당황한 부분이 아무래도 있을 것 같다. 홈 관중 응원도 받으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인데 무관중이라서…

이번 무관중 경기 이유에 대해 들었는지?

확실한 이유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라 간, 남북 간의 분위기가 안 좋으니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북한) 축구 대표팀 측은 관련 언급은 안 했고, 다른 쪽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남북 정세가 많이 안 좋아지고 있다. 몇 개월 전에 남북 대표들이 만나 약속한 것들이 이행을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도 있어서 좋은 분위기에서는 못했던 것 같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 손흥민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안다친 것만으로 다행일 정도로 경기가 거칠었다', '욕설도 많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북한 선수들이 더 거친 플레이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론 어땠나?

실력을 보면 한국이 강팀이다 보니 북측 입장에서는 더 화이팅을 해야 하니 경기가 좀 더 거칠게 된 듯싶다. 나도 경기 내용을 짧은 영상을 통해 봤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경기 초반에 팔꿈치 가격 등 거친 상황이 있었고, 예사롭지 않은 상황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일부러 (상대 측을) 부상당하게 한다거나 그런 것 없었던 것 같다. 나의 국가대표팀 시절을 늘 함께 했던 윤정수 감독님도 그런 걸 원치 않는 분이다. 예전에 한국이나 일본과 붙을 때도 늘 '페어플레이를 하라, 이겨야 하지만, 이건 스포츠고 축구다. 반칙하면 일으켜주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라'라고 지도하셨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 당시 우리 팀이 한국과 여러 번 붙었을 때도 경기는 거칠었지만 반칙을 하면 서로 일으켜주고 '괜챦냐, 미안하다' 이런 장면들이 나왔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북한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평양 축구 대결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궁금하다.

전반적으로 경기는 거칠게 됐다는 평이었다. 한국 팀이랑 뛰면서 경합 상황도 좀 많았고, 경고도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 끝나고도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보다는 조금 그렇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고 한다.

선수들은 '우리도 골을 넣을 기회,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가 있었다'며 득점 찬스 관련한 말도 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윤정수 감독님도 '월드컵 (본선)을 당연한 듯이 나가는 강팀인 한국을 상대로 정말 잘했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고 평가했다.

북한대표팀 내에서 한국 선수들 관련해서 이야기 나온 게 있는가?

'역시 손흥민 선수가 스피드도 좋고, 자신감도 있더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조선 선수들 모두 손 선수의 활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실력, 경험, 실적(성과)도 있는 선수니까. 이런 선수가 있다보니 막으려고 부담도 있었고 예민해진 부분도 있는 듯하다.

이번에 평양에 들어갈 때,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들어갔다고 했는데 당시 분위기는 어땠는지 알고 싶다.

한국 대표팀에 알고 있던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있어서 인사도 나누고 이야기도 했다. 평양 공항에 도착해보니 현장 분위기가 많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고, 한국 선수들이 공항에서 머문 시간이 길었다.

또,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는데 공항에서 대화를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서 아쉬웠다. 시합이긴 하지만 우리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였고,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평양이 처음이니 좋은 느낌을 받고 가면 좋았을 텐데, 이번엔 반대로 된 것 같다.

2023년 여자 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닌 듯한데, 너무 이른 제안이라고 보는가?

몇 개월 전만 해도 그게 현실화되는 듯했고, 꼭 되길 바랐는데 이번에 보니까 조금 멀어진 것 같다. 솔직히 경기를 뛰는 선수, 감독, 관계자들이 아니라 나라 정세가 결국 스포츠 현장에 영향을 끼치고 분위기가 좌우되는 상황을 보니 아쉽고, 유감스럽다.

월드컵 지역예선 '홈 앤드 어웨이' 경기 방식에 따라 내년 6월엔 서울에서 남북 축구가 열린다. 한국 사회 내에서는 '우리가 당한 만큼 똑같이 해줘라, 우리도 무관중으로 응수하자' 이런 반응도 나온다.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북쪽에서 이렇게 했는데 한국에서는 환영해줘라 이렇게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분위기가 더더욱 아쉽다. 그래도 선수들은 서로 최선을 다하고 다치지 말고 좋은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기획 및 인터뷰: 김효정, 김원상

촬영 및 편집: 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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