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법원, '레깅스는 일상복'... 착용 여성 몰래 촬영은 무죄

딱 붙는 운동바지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딱 붙는 운동바지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몰래 촬영이 불쾌감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항소심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원심은 가해자에게 벌금 7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과는 달리 항소심은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결국 피고인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찍은 촬영물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분명"하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지는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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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항소심은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2015년에도 스키니진과 레깅스, 스타킹 등 몸에 딱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들만 골라 40여 차례 몰래 사진을 찍은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판결문에도 이번 판결과 유사하게 "피의자가 여성의 동의 없이 다리나 가슴 등을 촬영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촬영 장소가 모두 지하철이나 길거리 등 공공장소며 사진에 찍힌 여성들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레깅스는 일상복"

최근 5년 새 전 세계적으로 레깅스는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입는 평상복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레깅스 같이 딱 달라붙는 신축성 소재의 바지 수입량이 청바지 수입량을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최근 레깅스 전문 브랜드가 속속들이 등장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2009년 국내 애슬레저 룩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 원으로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깅스 논란은 여전

지난 3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한 학부모가 대학 캠퍼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들을 우려하는 내용의 편지를 학교에 보내 논란이 됐다.

당시 그는 레깅스를 착용한 여성들이 "눈에 심각하게 거슬렸다"면서 "어린 남성들이 여성의 신체를 관찰하도록 유도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위스콘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017년 레깅스 착용을 금지해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은 이에 해당 학교의 복장 규정이 성 차별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체는 레깅스가 단지 운동복이라면서 남성에게 있어서 트레이닝복이나 농구 바지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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