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광복 이후 18번 바뀐 한국 대학 입시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 치르는 학생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 치르는 학생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학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것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언급하면서 대입제도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지난 1954년 교육과정 고시를 시작으로 총론만 10차례 개정했고, 대입제도의 경우는 정부 수립 이후 총 18번 바뀌었다.

이번 개정안을 포함하면 19번째다. 4년에 한 번 꼴로 바뀌는 셈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도 바뀌었다.

국회기록보존소가 공개한 '국회기록과 입법으로 본 대입 제도의 변천'을 통해 한국 입시가 얼마나 자주 바뀌었는지 들여다봤다.

입시 제도, 얼마나 자주 바뀌었나

해방 후인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입시제도는 법적인 근거 없이 대학별 단독시험제로 이루어졌다.

그러다 68년까지는 대학별 시험과 본고사를 왔다 갔다 하다가 69년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69년~80년은 '본고사' 세대로 불리는데 수험생은 대입 시험을 두 번 치렀다.

본고사에 앞서 '예비고사'를 치르고, 여기서 자격을 얻은 학생들이 대학별로 시험을 치는 '본고사'가 있었다.

예비고사의 경우 처음엔 본고사를 치르는 자격여부를 판단하는 커트라인 역할만 했지만 74년부터는 예비고사 성적도 본고사 성적과 함께 입학 결과에 반영됐다.

대입제도가 법적인 근거를 가진 것은 1981년 학력고사가 실시 된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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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81년 대입 예비고사 현장. 부모들이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1981년 교육법과 7.30 교육조치 통해 대입제도를 손질했다. '민심'을 달래는 조치로 과외 전면 금지 조치와 더불어 '학력고사' 제도를 내놓는다.

본고사가 어려워 과외 등 사교육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내놓은 제도가 학력고사다.

모든 대선 후보가 교육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 임기 첫해에 준비를 시작한다. 정치권과 교육계의 갑론을박과 연구개발, 예고기간을 거쳐 보통 임기 말에 교육과정을 바꾼다.

이때부터 입시에 고등학교의 내신성적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학력고사 성적이 대학 입학에 당락을 갈랐다. 학력고사의 내용은 단순 암기나 계산이 많았다.

첫해 수능 시험은 두 번 시행

1993년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학력고사도 막을 내렸다. 이때 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이 도입됐다.

학력고사가 암기위주의 공부를 고착화하고, 대학을 점수대로 서열화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사고를 문제에 도입한 시험이 수능이었다.

원래 수능 도입 첫해 수험생은 8월과 11월 두 번 시험을 치렀다. 중요한 시험이니만큼 기회도 두 번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수능 1차는 너무 쉽게 나왔지만 2차는 너무 어렵게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며 결국 이듬해부터 1회로 축소된다.

초창기 수능은 대부분 고난도여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컸다.

1997년 수능 때는 만점이 200점이 400점에서 바뀌었고 99학년도에는 사회,과학 탐구영역 선태과목제가 도입됐다. 난이도 차이를 막겠다며 표준점수도 등장했다

김대중 정권 때도 수능은 유지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대입제도를 시행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된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고등학교 0교시, 야간 자율학습과 월간 모의고사 등을 폐지하는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또, '봉사활동이나, 영어 등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전형'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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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대중 정권 당시 고등학교 0교시, 야간 자율학습 등을 폐지했던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1999년 고등학교 1학년생들은 '이해찬 1세대'로도 불렸는데, 그 이전 세대들보다 느슨한 분위기에서 공부하다 보니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학력 저하 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대학들은 논술이나 심층 면접을 도입해 치르기도 했다. 원래 1.4% 정도였던 수시비율은 2002년 28.8%까지 올라간다.

교실 붕괴 현상으로 도입된 입학사정관제

노무현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걸었다. 이 때문에 내신 비중이 확대되며 내신 중심 수시 비중이 대폭 늘어난다. 학생들이 막상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교실 붕괴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2007년 수시가 51.5%로 처음으로 정시모집 비율을 앞섰다. 수능 영향력을 낮추겠다는 방향성은 계속돼 점수는 제공하지 않고 9개 등급으로 제시되는 수능 등급제가 도입된다.

반발도 컸다. 경쟁이 심해진 내신, 무시할 수 없는 수능, 면접과 논술까지 있어 입시는 더욱 힘들어졌다.

입학사정관 제도도 이때 도입된다. 성적뿐 아니라 잠재력 및 소질을 평가해보자는 목적으로 여러 전형자료가 심사대상이 됐다. 현 학생부 종합전형은 과거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개선한 제도다.

이명박 정부는 '자율화'를 중시해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했다. 대학이 저마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대입 전형이 3000개에 이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복잡해졌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공부 외에 비교과 영어 활동이 대입 필수 요소가 되다보니 자기소개서를 써주는 사교육도 등장했다.

또, 수험생 학습 부담을 경감시킨다며 수능 문제의 70%를 EBS와 연계시킨다는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수준별로 수능을 치는 '선택형 수능'도 도입했지만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 정권이 도입한 수능 등급제는 폐지했다.

스펙 경쟁 비판 줄이려고 생긴 학생부종합전형

박근혜 정부는 현 논란이 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처음 도입했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입학사정관제가 지나친 스펙 경쟁을 일으켰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입학사정관제가 대외활동 위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학교 안에서 교육활동 위주로 학생부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시에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종은 대체 어떤 기준으로 대학이 학생들을 선발하는지 알 수 없어 학생들의 혼란과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수시모집 비율이 70%가 넘으면서 수능으로 뽑는 정시 모집이 너무 줄었다는 반발도 터져나왔다.

현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계속되어 온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수시와 정시 비율 조절, 학생부 개선 등이 논의되고 있다.

고교별로 비교과 프로그램이 다르고, 교사별로 학생부 기재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 학교생활기록부 위조, 유명 정치인 자녀들의 입시 비리 등의 문제도 논란이 됐다.

학생들 역시 고등학교 3년 내내 극심한 내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비판이 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정현정 씨는 앞서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내신 때문에 불이익 본다고 느끼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학 교사인 한정화 씨는 "수능으로 줄 세우기도 시대에 역행한다"면서도 "(학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학생 뿐 아니라 적극적 개입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엔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 차이 등아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다고 현장에서 느낀다"고 지적했다.

공론화 작업에 맡겨진 대입 개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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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대입제도를 개편하겠다'며 대입 개편 공론화를 시작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정시 확대를 언급하면서 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4학년도 대입부터 제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교육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혼란을 줄이기 위해 4년 전에는 미리 제도를 확정에 공표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일부 사안은 사전예고제에 해당하지 않아 내년부터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2년 만에 입시 제도가 바뀌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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