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 임신한 소방관이 진압에 자원했다

캣 로빈슨 윌리엄스는 3대째 의용 소방관으로 힘쓰고 있다 Image copyright Kat Robinson-Williams
이미지 캡션 캣 로빈슨 윌리엄스는 3대째 의용 소방관으로 힘쓰고 있다

임신한 소방관이 호주를 휩쓸고 있는 대규모 산불에 한 임신부 소방관이 자원해 현장 진압에 참여했다.

임신 14주차에 접어든 캣 로빈슨 윌리엄스(23)를 걱정하는 친구들은 그를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인스타그램에 "절대 뒤에 물러나 있지 않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로빈슨 윌리엄스는 뉴 사우스 웨일스 지역 소방 서비스에서 11년 동안 의용 소방관으로 활약해왔다.

그는 "저는 최초의 임신 소방관도 아니고 마지막 임신 소방관도 아닙니다"라고 BBC에 말했다. "아직 힘을 보탤 수 있는 상황이므로 화재 진압에 참여할 것입니다."

지난 8일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명이 사망하고 200채 넘는 집이 불탔다.

'당신이 좋아하진 않겠지만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그는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에 화재 이후 첫 게시물을 남겼다. 소방 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떠나는 사진을 올린 것.

그는 "그래요, 저는 소방관입니다. 아니요, 남자는 아닙니다. 그래요, 전 임신했어요. 아니요, 당신이 좋아하진 않겠지만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가 올린 게시물은 큰 지지를 받았다. 많은 사람이 로빈슨 윌리엄스에게 "모든 여성에게 귀감이 된다"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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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그는 수많은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

로빈슨 윌리엄스는 게시물을 올린 후 여러 친구들에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라는 말을 들었다고 BBC에 전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그는 "몸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때 그만둔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비를 잘 착용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치의 확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보육 분야에 종사 중인 로빈슨 윌리엄스는 부모님에 이어 3대째 의용 소방관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어머니는 1995년 화재 당시에 임신하셨던 상태였어요. 가족 내력인가 봐요"라고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는 유아용 소방 복장을 저에게 만들어주셨어요."

로빈슨 윌리엄스의 할머니를 비롯해 더 많은 친지들은 아직도 의용 소방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희가 하는 일은 가족들이 늘 해왔던 일이에요. 할머니도 50년 전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이에요. 어머니는 30년 동안 해오셨죠."

그의 남편 역시 의용 소방관이다. 시댁 식구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 마음에 달렸겠지만 제 아이도 이 일을 따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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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현장에 출동한 뉴 사우스 웨일스 소방대

화마와 싸우는 게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로빈슨 윌리엄스는 망설임도 없이 "두렵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어제 엄청난 불길 속에 있었어요. 우리가 진화하는 와중에 집까지 불이 번졌고 뒤뜰은 불타고 있었죠. 이런 건 제가 항상 해왔던 일이에요."

뉴 사우스 웨일스에는 약 600만 명이 살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길에 맞서 소방관들은 1000km에 달하는 전선에서 화재와 싸우고 있다. 불길은 이미 10만 헥타르를 불태웠다.

13일, 산불은 시드니 교외까지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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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산불은 뉴 사우스 웨일즈에 큰 피해를 남겼다

소방 당국은 일대가 극심한 가뭄을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산불에 극히 취약한 무렵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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