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왕자 인터뷰: 영국 언론은 왜 이 인터뷰를 '부끄러운 일', '끔찍한 쇼'라고 부르는가?

BBC 뉴스나이트에 출연한 앤드류 왕자 Image copyright Mark Harrison/BBC
이미지 캡션 BBC 뉴스나이트에 출연한 앤드류 왕자

"부끄러운 일", "끔찍한 쇼"

앤드루 왕자는 의혹을 없애기를 바라며 BBC와의 긴 인터뷰로 본인 사생활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10대 소녀에게 성폭행을 저지르고 주선한 성범죄자이자 소아성애자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영국 왕실을 뒤흔든 스캔들을 오히려 더 악화시켰다.

결국 이 인터뷰는 답을 주기보다는 궁금증만 불러일으켰다.

결국 지난 20일 앤드루 왕자는 왕실 구성원으로서 모든 의무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중대한 혼란"이라며 여왕에게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요청했다.

앤드루 왕자는 성범죄 피해자에게 깊은 동정을 표한다고 말했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누구였으며, 그의 범죄는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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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제프리 엡스타인과 당시 여자친구였던 기슬레인 맥스웰 (뉴욕, 2005)

제프리 엡스타인은 유명인들을 위해 사치스러운 파티를 주관한 금융인이었다.

그는 뉴욕의 한 감옥에서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엡스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맨해튼과 플로리다에 있는 본인 집에서 18세 미만의 소녀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혐의로 남은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는 이 혐의로 2005년 처음 조사를 받았으며, 2008년엔 미성년자 성매매를 인정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1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13개월 후 풀려났다. 엡스타인이 석방된 지 한 달 만인 2010년 12월, 앤드루 왕자는 뉴욕에 있는 엡스타인의 집에서 그와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앤드루 왕자와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계는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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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앤드류 왕자와 제프리 엡스타인

앤드루 왕자는 1999년 영국 사교계 인사인 기슬레인 맥스웰을 통해 제프리 엡스타인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미국에 있는 엡스타인이 소유한 섬에 방문했으며 플로리다와 뉴욕에 위치한 엡스타인의 다른 집에도 방문했다.

그러면,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앤드루 왕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우리가 좋은 친구 사이였다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앤드루 왕자는 BBC에 이같이 답했다.

"나는 그를 만날 많은 시간이 없었어요. 나는 그를 1년에 한 두 번 정도 봤고, 많이 봤다고 하더라도 3번 이상은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엡스타인은 2000년 윈저 캐슬의 왕실에서 손님으로 머물렀던 적이 있었으며, 여왕의 개인 별장 중 하나인 샌드링엄에도 머물렀다.

앤드루 왕자는 이 우정 관계를 후회하나? 그렇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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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포클랜드 전쟁에서 돌아온 앤드류 왕자 (1982)

엡스타인이 수년 동안 14살에 불과한 어린 소녀들을 성적으로 학대했음에도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과의 친분 관계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엡스타인을 알게 돼 해군에서 제대했을 때나 무역과 산업에서 특별 대표가 되었을 때, 중대하고도 유익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를 통해 만난 사람들,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을 얻게 돼 매우 유익했습니다."

앤드루 왕자는 또 그가 방문했던 엡스타인의 집에는 의심스러운 것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이애미 헤럴드 신문의 구체적인 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팜 해변에서 14~15살 정도 된 소녀들 3~4명이 매일 엡스타인을 찾아와 마사지를 해줬으며 엡스타인이 이들 중 대부분을 성적으로 학대했을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 로버츠'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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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앤드류 왕자와 버지니아 로버츠, 기슬레인 맥스웰 (2001)

엡스타인을 고발한 사람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는 버지니아 로버츠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앤드루 왕자와 세 차례의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주프레에 따르면, 그가 왕자를 만난 건 2001년이었다.

주프레는 왕자와 함께 식사한 뒤 런던의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추었고 이후 벨그레이비어에 있는 기슬레인 맥스웰의 집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제시했다. 사진 속 앤드루는 주프레의 허리를 팔로 감싸고 있다.

하지만 앤드루 왕자는 주프레라는 여성을 만난 것을 기억할 수 없다며 사진 역시 가짜라고 반박했다. 인터뷰 동안, 그는 주프레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세부 사항을 늘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런던에서 심야 외출 시 사진에서 보이는 옷을 입지 않는다는 점, 공공연한 애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점, 사진에서 손이 자신의 손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또 주프레는 왕자가 심하게 땀을 흘렸다고 했는데, 왕자는 자신이 땀을 흘릴 수 없는 의학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반박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총에 맞은 후 아드레날린을 과다 복용하면서 땀을 흘릴 수 없게 됐습니다. 제가 땀을 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왕자는 또 2001년 3월 10일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주프레의 주장에 반박하며, 그날 자신은 런던에 없었고 자녀들과 피자 레스토랑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 인터뷰 어떻게 생각하나?

이미지 캡션 2019년 11월 18일자 더 타임즈지

간략히 말해, 영국 언론은 인터뷰를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파이넨셜 타임즈에 따르면, 이 인터뷰는 찰스 왕자와 다이에나 공주의 결혼 생활 파탄 때보다도 심한 영국 왕실의 실수였다고 말했다. 영국 신문 'i'는 이 인터뷰를 왕실 인터뷰 중 가장 이상한 "끔찍한 쇼"였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왕자가 제프리 앱스타인과의 우정을 옹호한 발언으로 미·영국 양쪽으로부터 불신과 분노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또 혐의의 중대성에도 앤드루 왕자가 보여준 언행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 메일은 이 인터뷰를 왕실의 구성원 중 스스로를 해치는 가장 악명 높은 행위였다고 표현했다. 충격적일 정도로 무신경한 앤드루 왕자의 태도는 단지 영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왜'라는 의문(왜 그는 인터뷰에 응했을까? 그리고 그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을 품게 했다고 밝혔다.

타임즈는 앤드루 왕자의 얼버무리기식 방송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자 불명예스러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텔레그라프 신문사는 난국을 타개하려다 더 큰 악수를 둔 셈이라며,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로 보았음에도 질문에 전혀 준비가 안 된 모습이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식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는 인터뷰에 관해 스스로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신문 더 선에 따르면, 왕자는 여왕에게 인터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선은 이는 그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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