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새끼 고래 생존율 높이는 할머니 고래의 역할

할머니 범고래의 존재가 손주 고래들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Image copyright Kenneth Balcomb, Center for Whale Research
이미지 캡션 할머니 범고래의 존재가 손주 고래들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할머니 범고래가 살아 있으면 손주 고래들의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할머니 범고래의 폐경기를 지난 경우, 손주들의 생존율은 훨씬 높았다.

이번 연구는 폐경의 신비와 더불어 일부 종에서 암컷들이 번식 능력을 잃은 뒤에 장수할 수 있는 이유를 규명했다.

이런 현상은 인간과 범고래, 들쇠고래, 흰고래, 일각돌고래 등 다섯 종의 동물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경우에도 할머니가 자식이나 손주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들이 있었다. 이 가설은 "할머니 효과"라 불렸다.

그런데 같은 효과가 범고래 집단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연구의 저자인 요크대 댄 프랭크 연구원은 "만약 할머니 고래가 죽으면, 몇 년 안에 손주 고래들이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폐경한 할머니 고래가 죽었을 때 그 여파는 더욱 컸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생식이 끝난 여성들이 장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보여줍니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할머니 고래들은 손주를 도우면서 자신의 유전자와 유전적 유산을 대물림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해, 할머니 고래들은 생식을 멈추고도 단순한 번식 행위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제대로 대물림하는 데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Image copyright Kenneth Balcomb, Center for Whale Research
이미지 캡션 할머니 범고래는 무리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은 캐나다 북태평양 연안과 미국에서 두 범고래 무리를 36년간 기록한 사진 자료를 분석했다. 각 범고래 무리는 가족 구성을 비롯해 여러 공동체로 구성돼있다.

이 연구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에 발표됐다.

무리를 이끄는 할머니 고래

프랭크 연구원은 할머니 범고래가 무리 안에서 리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기존 연구도 많다고 설명했다.

할머니 범고래는 먹이를 찾아 나설 때 주로 무리 선두로 나선다. 이들의 방대한 생태학적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다. 또 번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단을 이끌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연어 개체 수가 적어지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할머니 고래들의 활약이 더욱 도드라진다는 점을 주목했다.

Image copyright Kenneth Balcomb, Center for Whale Research
이미지 캡션 연구진은 드론을 사용하여 범고래 행동을 관찰할 예정이다

연구원들은 할머니 고래가 인간처럼 아이 돌보미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랭크 연구원은 "엄마 고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속에 뛰어들 때, 할머니는 손주들을 지킨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무인 항공기 영상을 통해 범고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다른 가족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족이 행복한 폐경

할머니 고래의 폐경은 가족 내 경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만약 할머니와 딸 범고래가 동시에 아이를 갖게 된다면, 아이 범고래들은 할머니의 관심을 포함한 모든 자원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프랭크 연구원은 "할머니 고래가 일생 번식하는 대신 손주들을 돌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BBC 코리아에서 새로운 소식을 보시려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를 구독하세요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