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헌재, '위헌심판 대상 아니다' 각하

20일 오후 '141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News1
이미지 캡션 20일 오후 '1414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헌심판 대상이 아니다"라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각하 결정에 "해당 합의는 정치적 합의이며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타결된 지 4년여 만에 나왔다. 각하는 헌법소원 청구가 헌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이다.

2019년 12월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생존자는 20명이다.

헌재의 각하 결정 발표 직후, 위안부 피해자 쪽 변호인 이동준 변호사는 "어르신들이 받으셨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을 헌재가 다 못 해준 것 아닌가 싶다"라며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헌재의 두 번째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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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앞서 2011년 헌재는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에 위헌 결정을 한 바 있다.

헌재의 이런 결정에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위안부 협의를 시작했고,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타결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지원재단에 예산 10억 엔을 출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합의문에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이 포함돼 한국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다.

2016년 3월 27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유족들은 협약 타결 4개월 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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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장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유족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핵심 근거는 2015년 합의가 할머니들의 재산권과 알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민변은 "정부가 이번 합의에서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을 배제했고, 합의 이후에도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했는지의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절차적 참여권과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는 일본 정부가 청구인들로부터 향후 개인적인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경우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제공했다"며 "정부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실현할 헌법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소송대리를 맡은 이상희 변호사는 2018년 BBC 코리아의 인터뷰에서 "외교부는 해당 합의가 조약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는 입장인데, 조약이 아니면 재협상을 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의 입장

헌법소원 절차에 따라 현재 해당 소송의 피청구인 자격은 강경화 장관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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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평화의 우리집'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난 강경화 외교장관

외교부는 2018년 6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며 심판 청구를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외교부는 의견서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인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힘들며, 따라서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어 "답변서에서도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 및 발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으며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등 절차와 내용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위안부 피해자들과 법정에서 마주하기를 피하고자 소송 각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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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5일, 일본인 참가자가 올해 세상을 떠난 5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추모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합의란 국가 간 약속이며, 그것을 지키는 것이 국제적, 보편적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사실상 해산했다. 합의에 따라 지급받았던 10억 엔 또한 처리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런 까닭에 헌재의 판결이 정부 정책의 방향을 크게 바꾸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3년 만에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런 갈등으로 일본 정부는 올해 여름부터 한국에 수출 규제를 가했고, 양국은 강경 대치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은 한국 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판결에 일본이 보복 조치를 했다고 보고 있지만, 일본은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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