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권력 연장 위한 개헌 제안 뒤 내각은 전원 사퇴

15일 러시아 의회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Reuters
이미지 캡션 15일 러시아 의회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력 유지를 연장하는 전면적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러시아 내각 전원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전원 사퇴를 결정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이 러시아 국민의 승인을 받으면 대통령에서 국회로 권력이 이양하는 개헌이 이뤄지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4번째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4년 퇴임 예정이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역할을 맡거나 배후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에서 자신의 계획을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했다.

이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정부가 변화를 촉진키 위해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 소식통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장관들이 이번 발표를 앞두고 정부의 사퇴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완전 놀랐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 제안한 개헌안 내용은?

푸틴 대통령은 의회 국정 연설에서 권력을 대통령에서 의회로 이양하는 국민 투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개혁안에는 러시아 하원 '두마(State Duma)' 에 총리와 각료 임명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하는 안이 포함됐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고 두마가 이를 승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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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

푸틴 대통령은 또한 국무위원회라 불리는 자문기구의 역할 확대도 제안했다.

현재 푸틴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이 협의회는 러시아 연방 지역 지도자들로 구성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기구가 "매우 효율적"인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기타 조치에는 또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국제법 우선 적용 제한 조치
  •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 개정
  • 외국 시민권이나 외국 영주권 소지 대선 후보 금지법 강화

현지 반응은 어땠나

메드베데프 총리는 푸틴 대통령 옆에서 국영 TV를 통해 발표를 했다.

그는 "이런 변화들은 채택되면 헌법의 전체 조항뿐만 아니라 힘의 균형, 행정부의 권한, 의회 권한, 사법부의 권력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 내각은 이미 사퇴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모든 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메드베데프에게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은 후에 미하일 미슈스틴 국세청장을 메드베데프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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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미하일 미슈스틴 국세청장과 푸틴 대통령

메드베데프는 수년 동안 총리직을 맡아왔다. 그는 앞서 2008-2012년 측근 푸틴과 역할을 바꿔가며 대통령을 지냈다.

이후 푸틴이 다시 대선에 대통령이 되자 푸틴 연임 때까지 총리로 일했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 연임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푸틴은 총리 시절에도 당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배후세력으로 인식됐다.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헌법 개정 관련 국민투표는 "사기치는 헛소리"가 될 것이며, 푸틴의 목표는 "유일한 종신 지도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한 것은 1993년 푸틴 대통령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 대통령 당시 헌법을 채택한 때였다.

푸틴은 1999년 옐친의 사임으로 대통령 직무대행이 됐고, 1년 후 공식 취임했다.

그 이후론 대통령 아니면 총리로 권력을 놓지 않고 있다.

더 큰 계획의 일부일까

분석: BBC 사라 레인스포드 모스크바 특파원

푸틴 대통령은 안정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내각 전체가 사퇴했다는 속보는 매우 놀라웠다. 온라인에서 나오는 말을 봐도 각료들조차 이를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 이는 1990년대 옐친 대통령이 헌 신짝 버리듯 쉽게 총리를 바꾸던 순간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은 옐친이 아니며, 이러한 움직임은 권력을 강화하고 확장시키려는 더 큰 계획의 일부로 보인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푸틴은 2024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이후 그가 무엇을 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푸틴이 제안한 개헌안에서 몇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푸틴은 잘 알려지지 않은 국무위원회라는 곳의 위상을 높였는데, 이미 자신이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면, 푸틴은 다시 총리가 돼 러시아 대통령 권력을 살짝 약화할 수도 있다.

만약 푸틴이 계속 이 자리에 있고자 한다면, 그는 사람들의 마음에 합당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가 연례 대국민 연설에서 재차 열거했던 모든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을 감안해보면 그렇다. 또, 국민들의 우려 이유가 푸틴이라면,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이 2024년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의문을 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유용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지금으로선 손쉬운 희생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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