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더워지는 한국, 겨울이 사라진다?

광화문 앞 얼음 펭귄 Image copyright 그린피스

올겨울, 추위가 실종됐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눈 구경도 어려워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올해 1월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지난달 전국 1월 평균기온은 2.8도. 이는 평년(1981~2010년) 1월 기온인 영하 1.0도보다 3.8도 높은 수치다. 직전 최고 평균기온 기록은 1979년으로 1.6도였다.

새해 첫날을 제외한 1월 내내 전국의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높은 기온 탓에 강설량도 최저 수준을 보였다.

기상청은 시베리아 지역에 따뜻한 남서기류가 주로 유입됐고,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극 소용돌이' 현상이 강했던 점을 이상 기온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따뜻한 남풍 기류가 한반도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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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전국 1월 기상자료

사실 연중 가장 추운 1월의 평균 기온은 최근 들어 지속해서 상승해왔다.

기상청이 공개한 1973~2020년 1월 기상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국 1월 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기상청 최정희 기후예측과 주무관은 BBC코리아에 겨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 영향"이라면서 "대부분의 월별 기상 자료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생태계 변화 곳곳에서 감지

이번 이상기온으로 생태계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후변화 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 시기는 한 달 가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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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무등산국립공원 동부사무소는 지난달 24일 장불재 습지에서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생물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 일대에 사는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을 지난달 23일 처음 관측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19일보다 27일 빠른 시기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1월에 산란이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원공단 연구진은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날씨 때문에 산란일이 앞당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중 낮 기온이 23도까지 올랐던 제주에서는 제주도롱뇽의 산란시기가 한 달 앞당겨졌다. 제주 백서향도 예년에 비해 한 달 먼저 개화했다.

매년 관광객이 몰려드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개막을 두 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포근한 날씨에 비까지 많이 내려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서다.

3주 가까이 미루고도 현장에서는 얼음이 또 녹아내렸다. 결국 주최 측은 주요 체험 프로그램인 얼음낚시를 수상낚시로 대체했다.

농촌지역 직접적 피해 예상돼

날씨 변화 외에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도시와 달리, 농촌지역에서는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보리, 밀, 마늘, 양파 등 월동작물의 생육이 빨라져 입춘 한파의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농가들에 관련 지침을 내렸다.

정은정 농촌사회학자도 "산골 내륙이라 추운 곳에 속하는 충북 괴산에서 벌써 마늘 싹이 올라왔다"며 "이상 기온이 나타나면 작부 체계가 무너져 언제 심고, 언제 거둬야 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고 BBC코리아에 말했다.

"겨울이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오면 과습 상태가 돼서 작물이 냉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져요. 병해충도 심해지죠. 과수는 1년에 한 번 수확하는데, 날씨 충돌 문제로 수확을 망치고 그것이 장기화하면 (농민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그는 "고령의 소농이 많은 한국에서는 기후변화가 농촌지역 빈곤을 심화시킬 수 있는데도 정책에서 농민의 적응 문제는 사실상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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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광화문 앞에 얼음으로 조각한 펭귄을 전시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21세기 중 부산, 제주에 겨울 사라질 수 있어"

전 세계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다.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는 "기상 관련 업무를 시작한 2005년부터 지금까지 기후변화가 단 한 번도 완화한 적이 없다.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고 BBC코리아에 말했다.

"이산화탄소에 대한 지구의 반응은 극지에서 가장 빨리 나타납니다. 중위도인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40~50% 빠른 편이에요."

기상학자인 건국대 지리학과 최영은 교수도 "지구 온난화로 한국의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농도시나리오(RCP)'를 토대로 한반도의 계절 변화를 예측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없다면 2071~2100년 서울의 겨울 길이는 최근 10년보다 약 40일 짧아지고 여름은 약 40일 길어진다.

부산과 제주에는 겨울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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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최영은 건국대 교수팀이 온실가스 농도 시나리오에 근거해 예측한 서울과 부산의 계절변화 예측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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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한국의 기후변화는 고온화의 강도와 빈도가 관건이라고도 했다. 고온다습한 여름, 온도가 계속해서 높아질 경우 낮 동안 실외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시간대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벌써 여름에는 40도, 겨울에는 영하 20도를 넘나들고 있잖아요. 하와이 같은 곳에는 없는 개념인데, 한국인의 날씨 스트레스가 점점 커질 겁니다."

세계가 기후 위기 선언… 한국은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총회는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 폭 1.5도를 달성해야 한다는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전 파리기후협약의 상승 폭 2도도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 영국, 유럽연합, 캐나다 등에서는 국회가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탄소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이산화탄소 배출 9위(2018년 기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1인당 배출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미지 캡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국가 순위

지난해 독일 시민단체 저먼 워치(German Watch)는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실행지수를 분석, 한국이 61개국 중 58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는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량, 1인당 에너지 사용량, 기후정책 등을 고려했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만 3개국뿐이었다.

최영은 건국대 교수는 BBC코리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감축하려면 제조업과 수송 분야 축소가 필수다. 제조업이 중요한 한국에서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천호 박사는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전환의 시대에 경제성장과 화력과 원자력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위기"라고 비판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온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식량 부족, 물 부족, 날씨 변화 등이 수반돼 미래 세대의 삶과 묶여 있어요. 미세먼지는 지역 문제인 반면 지구 온난화는 인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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