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한 줄기 빛이 돼 준 ‘사랑하는 내 새끼’
- 레이첼 스톤하우스
- BBC 뉴스비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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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가 없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올해 스물네 살, 프란체스카 발론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발론은 반려견 션에 대해 “캐릭터가 분명하다”며 “뭔가를 할 때는 아주 똘똘한데 어떨 땐 완전히 상식 밖의 행동을 해서 정말 웃기다”고 묘사했다.
3년 전, 나빠지는 시력과 함께 자신감을 잃어가던 프란체스카는 션을 입양했다.
사진 출처, Francesca Balon
프란체스카는 션 덕분에 코로나 봉쇄 기간 중에도 집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카는 “션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작년엔 특히 더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션을 산책시키는 일은 밖에 나갈 이유가 됐고, 덕분에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면서 “처음엔 밖에 나갈 때 어떻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나 막했는데, 그 때마다 션이 내 불안감을 알아채고는 뒤돌아 나를 안심시키곤 했다”고 회상했다.
프란체스카는 “션은 에너지가 넘친다”며 “매일 같이 나가서 산책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리상담보다 '고양이'
영국에선 지난해 첫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반려동물 수요가 늘었다. 스물네 살 라이자 다야 역시 지난 1월 아기 고양이 칩을 입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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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자는 칩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한다
라이자는 지난 몇 년 간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앓았다.
무대 매니저로 일하는 그는 코로나 봉쇄령으로 극장들이 문을 닫은 뒤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라이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봉쇄 조치의 끝이 보이지 않았고 굉장히 우울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입양한 칩은 그에게 '침대에서 일어날 이유'가 돼 줬다.
라이자는 “칩은 엄청난 즐거움을 준다”며 “함께 사는 하우스메이트들도 모두 칩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Francesca Balon
곤히 잠든 아기 고양이가 옆에 있으면 기분이 나아질 수밖에 없다
라이자는 이어 “칩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 덕에 돈도 아낄 수 있다”며 “물론 반려동물이 모든 걸 치유할 수는 없고 아직 약을 먹고 있지만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낌없이 주는 동물들
영국 요크대학교가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가운데 ‘코로나 봉쇄 중 감정을 다스리는 데 반려동물이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90%에 달했다.
케나인 컨선(Canine Concern)은 개들과 함께 영국 전역의 학교와 교정 시설, 그리고 병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자선단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 단체의 활동 대부분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단체는 열여섯 살 미아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도울 다른 방법들을 찾아냈다.
사진 출처, Martina Milowiz
봉쇄령으로 미아는 한동안 도우미견 맥스와 만날 수 없었다
자폐증을 가진 미아에게 가정 학습은 적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변화였다.
미아는 "학교엔 맥스라는 봉사견이 있어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거나 부담감을 느낄 때마다 안정감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봉쇄 조치가 시작된 이후 미아는 맥스를 만날 순 없었지만 대신 여러 옷을 입고 찍은 맥스의 사진이 담긴 이메일을 정기적으로 받았다.
미아는 “아침에 일어나 이메일을 확인했을 때 맥스의 사진들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며 “기분 좋게 시작하는 하루는 봉쇄 기간을 바꿔 놓았다”고 했다.
그는 “동물들은 우리에게 아주 많은 걸 주면서도 아무것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Martina Milowiz
미아 같은 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맥스는 오늘도 다른 옷을 입는다
영국 바스스파대학교도 케나인 컨선과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다.
웰빙 서비스 센터에서 일하는 소피 배첼러는 2년 전 이 활동을 기획했다.
그는 “이곳 캠퍼스에 등록된 여섯 마리의 개들은 학생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다”며 “이 개들이 만들어 내는 긍정적인 변화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 직접 방문이 금지되면서, 소피는 학생들이 이 개들과 만날 수 있는 다른 길들을 찾았다.
사진 출처, Sophie Batchelor
윌로우와 위스퍼를 안고 있는 소피
음악과 2학년 학생인 캐서린은 이 개들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 중 하나다.
처음 대학에 입학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캐서린은 “이 활동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개들과의 영상 통화에 참여했다.
캐서린은 “개들이 항상 영상 통화를 능숙하게 한 건 아니었다”며 깔깔 웃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연락을 유지할 좋은 방법이었고 고립감을 달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