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임신기간 비용, 아빠가 절반 내라'...미 유타주 법 시행

미국 최초로 시행되는 이 법은 엄마의 재정적 부담을 덜고, 아빠의 책임감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미국 유타주가 여성의 임신 기간에 발생한 비용의 절반을 아이의 친부가 의무적으로 내도록 하는 법안을 시행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스펜서 콕스 주지사는 최근 이러한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최초로 시행되는 이 법은 엄마의 재정적 부담을 덜고, 아빠의 책임감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법안은 초당적인 지지로 통과됐지만, 출산 외 양육비 문제나 낙태 경감 실효성을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법안 내용은?

통과된 유타의 '의료비 분담법'에 따르면, 아이의 친부는 임신한 여성의 보험료 절반을 비롯해 임신 관련 의료비 등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

2008~2015년 임신 및 출산 비용을 집계한 '헬스어페어즈'지의 연구에 따르면, 보험에 가입한 미국 여성들의 출산 비용은 평균 4500달러(약 502만6500원)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비용은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비영리기관 '페어헬스'는 이 비용이 평균 1만달러(약 1117만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법안은 친부를 두고 분쟁이 있을 경우 친자관계가 확인된 이후에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즉 비용 부담 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양육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원치 않으면 친부 쪽에 알리지 않아도 된다.

여성이 임신을 종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경제적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여성이 임신중절을 선택할 경우 남성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남성은 임신중절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엔 비용 면제에서 제외된다.

미국에서 보험 없이 낙태하는 비용은 대략 1000달러(약 111만7000원) 정도다.

오는 5월 5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주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어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하원에서는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발의 배경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 한 사람인 브래디 브래너 유타주 하원의원은 이 주에 도입된 낙태 반대 법안들을 보완하는 후속 조치 법안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브래너 의원은 BBC와 인터뷰에서 "임산부와 아기를 부양할 수 있는 법"이라면서 "법안이 꼭 낙태에 관한 것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2019년 입당 이후 낙태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된 것을 봤다는 그는 법안들이 "논쟁적이고 감정적"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문제의 핵심에는 인생에서 정말 힘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있다"라며 "그 상황을 보다 덜 어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성의 낙태에 대한 권리를 지지하는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에 따르면 미국 여성 4명 중 1명은 45세까지 낙태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중 거의 절반은 연방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최선 아니다' 비판도

낙태 찬성론자와 여성 단체들은 임신과 양육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법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라며 카트리나 바커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대변인은 NBC 뉴스에 말했다.

그는 "저소득자에 대한 의료보험 확대, 보험 보장성 강화, 유급 가족휴직 등 정책 입안자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임신 보조금이 미국에서 양육하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 가정에서는 2015년생 기준으로 아이 1명을 키우는 데 평균 23만3610달러(약 2억6105만원)가 든다. 이는 대학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브래머 의원은 새 법안이 낙태 대신 '생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유타주에서는 낙태에 대한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유타주 일부 낙태 반대 운동가들은 이 법안으로 낙태가 더 제한되기를 바라고 있다.

낙태 반대 단체 '낙태 없는 유타주'의 메릴리 보약 회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법안이 낙태 반대의 일환으로 본다"며 "'생명 존중 문화'를 지원하는 일에 효과적이기에 이 분야 모든 범위의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래머 의원을 포함해 유타주 공화당원들은 주에서 낙태를 어렵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2019년에 이들은 임신 18주 후 선택적 임신 중절을 금지하자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8주 전 낙태를 원하는 여성은 임신과 관련 상담을 받아야 한다. 여기엔 낙태를 단념하도록 설득하는 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그 이후로도 72시간을 기다려야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