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골마을 곳곳서 ‘뱅크시 추정’ 작품 등장

'큰 꿈을 품든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적힌 마굿간 모형

사진 출처, Merrivale Model 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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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품든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적힌 마굿간 모형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 뱅크시가 이번엔 영국 잉글랜드 동부 노포크의 한 마을에 흔적을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포착된 작품은 마굿간 모형으로, 지난 8일 오전 노포크 그레이트 야머트의 모형 전시장 메리베일 모델 빌리지(Merrivale Model Village)에서 발견됐다.

뱅크시는 지하철이나 담벼락 등 공공 기물에 ‘깜짝 작품’을 남기고 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원에 대한 정보가 거의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개인인지, 예술가 집단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6일 잉글랜드 다른 지역에서도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되는 예술품이 발견됐다.

이들 작품을 실제 뱅크시가 제작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 출처, Merrivale Model 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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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앞면에 '뱅크시(BANKSY)'라고 적혀 있다

메리베일 모델 빌리지에서 새 작품을 처음 발견한 건 한 관광객이었다. 해당 마굿간 모형은 영국 시골 지역의 전통적 건축 방식인 초가 지붕 형태를 하고 있다.

쥐 한 마리가 나무 쳇바퀴 위에 서 있는 듯한 작은 조형물도 포함돼 있다.

모형 겉면엔 ‘큰 꿈을 품든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라(Go big or go home)’고 적어 놨다.

전시장 측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형이 다른 집 모형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며 “’반달(Vandals, 기물이나 예술품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사람을 일컫는 영어 단어)’들이 꾸며놓고 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익숙한 이름이 쓰여 있었다”고 밝혔다.

전시장 소유주인 프랑크 뉴섬은 “우리 작품이 아니다. 누군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 분야엔 문외한이라고 밝히면서도 “인터넷을 좀 찾아봤다”면서 “작품은 진품으로 보인다. 현재 뱅크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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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품들 사이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되는 모형이 끼어 있다

뱅크시가 기존의 전시장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고 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런던의 유명 미술관인 테이트 브리튼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미국 뉴욕 모마 등에서도 뱅크시의 흔적이 발견됐다. 얼굴을 가린 사람들을 그린 벽화였다.

2006년엔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서 인형 옷차림을 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모형을 설치해 두고 가기도 했다.

뱅크시는 작품에 쥐 그림을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졌던 지난해 여름 영국 런던의 지하철엔 쥐 떼가 바이러스를 흩뿌리는 듯한 그림을 남겼다.

뱅크시, 잉글랜드 동부에서 휴가 중?

그레이트 야머스에서 발견된 또 다른 작품은 버스 정류장 위에 그려졌다. 그레이트 야머트 남쪽 노포크에선 인형뽑기 기계 집게 모양의 벽화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Andrew Turner/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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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야머스의 한 버스 정류장 위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등장했다

사진 출처, Andrew Turner/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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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인형뽑기 기계 집게를 꼭 닮은 벽화

잉글랜드의 또 다른 시골 마을 올튼 브로드에 등장한 작품은 홍수 위험 때문에 지난 8일 철거됐다. 어린이 세 명이 작은 배 위에 서 있는 듯한 작품이었다.

올튼 브로드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로스토프트의 옛 전자제품 가게 자리에서도 벽화가 발견됐는데, 모래성을 갖고 노는 모습의 아이 그림이다.

로스토프트에선 먹잇감을 물어뜯는 듯한 대형 갈매기 그림을 비롯해 의자에 기대어 칵테일을 마시는 쥐 그림도 발견됐다.

지역 당국은 이들 작품을 한 데 묶어 오는 2025년 영국 문화도시 신청서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잉글랜드의 또 다른 해안 마을 크로머에선 소라게 떼와 빈 껍질 그림, 그리고 ‘호화 주택 임대’라는 문구가 포착됐다.

사진 출처, PA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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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튼 브로드에 등장한 그림

사진 출처, Andrew Turner/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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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속 아이가 도로에 방치된 모래와 어우려져 있다

사진 출처, Ban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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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화장실에 있는 쥐들을 표현한 뱅크시의 최근 작품

BBC는 작품의 진위 여부를 묻기 위해 뱅크시 측에 연락을 취한 상태다.

뱅크시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남긴 뒤 인스타그램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해당 작품이 자신의 것임을 알리곤 한다.

뱅크시 전문가인 폴 고흐 본머스 예술대학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작품들이 뱅크시의 것임을 꽤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작품이 뱅크시 것이 아닐 경우 “매우 정교한 위조품”이라면서 “작품 주인이 동부 잉글랜드에서의 휴가를 분명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