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코끼리떼의 장대한 여정...왜 집을 떠나 수백 킬로를 떠돌았을까?

  • 테사 웡
  • BBC 뉴스
코끼리들은 서식지인 중국 윈난성을 떠나 수백 킬로를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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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들은 서식지인 중국 윈난성을 떠나 수백 킬로를 떠돌았다

지난 17개월 동안 중국의 야생 코끼리 떼가 장대한 모험을 했다.

지난 주 중국 당국은 현재 코끼리들이 자연보호구역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떠돌며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에 있다고 발표했다.

마을 주민들의 집에 침입하는 것에서부터 길을 가는 동안 새끼를 낳는 것까지, 흡사 '반지의 제왕'에서 나올 법한 장대한 여정이었다.

이 이야기는 코끼리 무리가 어떻게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윈난성을 떠나다

중국 남부 윈난성에 위치한 시솽반나 국립자연보호구역은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영국 런던의 약 1.5배에 달하는 면적인 약 24만1000 헥타르에 걸쳐 펼쳐진 이 울창한 열대 우림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아시아 코끼리들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해 3월쯤, 14마리의 코끼리 무리가 정글의 낙원을 떠나 북쪽을 향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야생 코끼리는 이 지역에서 자유롭고 규칙적으로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도시 푸얼에서는 지역을 찾은 코끼리 손님들에 먹이를 주기 위해 '코끼리 매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코끼리들은 서식지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번 코끼리떼가 서식지를 떠난 지 몇 달이 지나자 관계자들은 이것이 평범한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올해 초, 코끼리들이 마을 주택에 들어가 농작물을 갉아먹거나 물을 마셨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는 이들이 평범한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라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코끼리들이 여러 도시에서 거리를 떠도는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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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들은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촬영됐다

전문가들은 코끼리들의 행동에 여전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아힘사 캄포스 아르세이즈 교수를 필두로 한 중국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근거로 코끼리들이 더 많은 먹이를 찾기 위해 떠났다고 분석했다. 이 가설을 담은 논문은 학술 저널에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들이 제시한 이유 중 하나는 코끼리 개체수 증가와 이에 따른 먹이 경쟁의 심화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보존 노력 덕분에, 이 지역의 코끼리 개체수는 약 300마리로, 지난 3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의 수석 연구원인 캄포스 아르세이즈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끼리 입장에선 사람이나 농작물, 인프라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며 이동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라며 "이제 우리는 성공의 결과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끼리가 떠날 때까지 1년 동안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먹이 부족현상이 더 심화됐다.

일각에선 수십 년 동안 이뤄진 산림 벌채와 농지 잠식 때문에 보호지역 밖에서의 코끼리 서식지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산림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캄포스 아르세이즈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자연보호구역 내 코끼리들에게 먹이가 부족해졌음을 의미한다"며 울창해진 숲이 햇빛을 차단해 낮은 지대에서 자라는 식용 식물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과제

코끼리 무리가 윈난성의 푸른 언덕과 숲을 지나 북쪽으로 향하자 중국 관리들이 대응에 나섰다.

코끼리가 마을과 도시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수천 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비상대책본부가 꾸려졌다.

코끼리들은 식욕이 왕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코끼리 떼들은 사람들이 마련한 180톤의 옥수수와 바나나, 파인애플, 그리고 다른 여러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호기심 많은 코끼리가 차량을 살펴보다 사이드미러가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코끼리들의 진흙 목욕 등 상징적인 순간들이 드론에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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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목욕을 즐기는 코끼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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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코끼리 두 마리가 무리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갔다. 6월에는 또 다른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 관계자들은 이 코끼리가 혼자 살아남지 못할 것을 우려해 코끼리를 진정시킨 다음 서식지로 옮겼다. 이들 세 마리 모두 혼자 돌아다니는 수컷이었다.

코끼리 무리에 새로운 구성원도 찾아왔다. 캄포스 아르세이즈 교수에 따르면 적어도 두 마리의 코끼리가 새끼를 낳았다.

이 모든 여정에 중국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윈난성 아시아 코끼리들의 모험은 전국적인 뉴스가 되면서 유명해졌고, 마을 사람들은 코끼리들을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섰다.

코끼리들의 모든 움직임은 드론에 포착됐다. 코끼리의 흔적과 배설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이들을 지켜봤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코끼리들이 먹다 남긴 파인애플을 먹기도 했다.

유명인사가 된 코끼리들은 루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코끼리들이 방대한 양의 '옥수수 와인'을 마신 후 "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문은 전문가들에 의해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귀향

지난 6월 초, 코끼리 무리는 서식지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쿤밍에 도착했다. 윈난성 야생 코끼리 가운데 이렇게 멀리까지 이동한 경우는 없었다.

일각에선 코끼리들의 생존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보다 시원한 곳을 찾아가는 동안 인간 문명과의 상호작용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을을 배회하거나 낮잠을 자려고 누워있는 코끼리의 행동이 스트레스와 피로의 징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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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은 드론을 띄워 코끼리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다행히 코끼리들은 몇 주 후 남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고, 곧 위안장강 근처로 향했다.

중국 당국은 이 거대한 코끼리 떼가 건너기 적합한 다리는 단 하나라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수천 명의 군인과 노동자들을 동원해 미끼용 먹이를 바닥에 깔고, 전기 울타리를 설치했다. 인공도로를 만들고 심지어 길에 물을 뿌려 코끼리가 땅을 밟을 때 시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동물들은 길을 따라가는 것을 그리 꺼려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끼리들이 떠돌면서 움직인 탓에 30km의 일직선 거리가 143km의 트레킹 코스로 바뀌었다.

마침내 지난 8일, 코끼리들은 위안장강 다리를 건넜다. 여전히 시솽반나 자연보호구역에서는 200km 떨어진 곳이었지만 현지 언론은 이들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물론 코끼리들이 원래 서식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보장도, 설령 돌아간다고 해도 오래 머물 것이란 보장도 없다. 자연보호구역의 선임 기술자인 셴칭중은 기자들에게 "거의 확실히, 코끼리들은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끼리들의 귀향을 위해 수백만 위안을 쓴 당국은 "통합 보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식지 보호와 복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아 코끼리를 위한 국립공원 조성 계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귀환이 늦어진다고 해도 코끼리들은 이미 불가능한 것을 이뤄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장대한 여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