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대면 시대, 종이 명함 사라질까?

  • 아드리엔느 머레이
  • 비즈니스 기자
사람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대면 네트워킹을 한다고 해도, 종이 명함을 네트워킹 습관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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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대면 네트워킹을 한다고 해도 종이 명함을 건네던 습관은 이어질까?

영국에서 운영관리자로 일하는 매트 스트링어는 매년 250장의 명함을 사용했다.

그는 "어디를 가든 명함 50개를 들고 다녔다"며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가장 빠르고 쉽게 알려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돌기 시작됐고, 그 이후 1년 반 동안 스트링어는 명함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모든 업무를 온라인에서 하니까요."

팬데믹 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명함이 제작됐다. 하루에 2700만 개, 1년 기준으로 70억 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세균 감염을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대면 네트워킹을 한다고 해도, 종이 명함을 건네던 습관은 사라질까?

또, 어떤 기술이 그 공간을 메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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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스트링어는 비대면 시대에도 종이 명함을 선호한다

우리는 비디오 링크를 통해 싱가포르에 있는 에드워드 센주를 만났다.

그의 어깨 왼쪽 위에는 검은색 바코드 모양의 QR코드가 찍혀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이런 코드는 점점 빠르게 보편화하고 있다. 이걸 찍으면 메뉴 등 웹 웹 페이지로 연결이 가능하다.

센주는 "괜찮다면 여기에 표시된 코드를 스캔해 보라"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찍으면 웹 링크가 뜬다. 연락처 세부 정보와 이를 저장하겠냐는 옵션이 포함된 웹페이지다.

그는 "내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QR코드가 있으면 대화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주는 '산산 글로벌'이라는 일본 기술 회사의 지역 대표다. 그의 회사는 고객 및 공급업체의 연락처를 내부적으로 관리 및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팬데믹에서는 스캔해서 시스템에 추가할 수 있는 종이 명함을 더 이상 받지 못하기에, 산산은 지난해 6월 가상 명함을 채택해 출시했다.

이후 4300여 개의 업체가 이 QR 코드 기반 시스템에 가입했다.

화상 통화 시 코드 추가가 되는데,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구동이 된다. 상대방이 나의 세부 정보를 보려면 단말기에 표시된 화면 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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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의 기술을 이용하면 화상 통화 화면에 연락처가 저장된 QR 코드를 넣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제이슨 알바레즈-코헨은 전통적인 종이 명함은 이제 교체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종이) 명함은 잊히고 지갑 속에 박혀있다"며 "디지털 방식으로 명함 정보를 저장하려면 해당 정보를 수동으로 입력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알바레즈-코헨은 연락처 공유 앱인 '포플(Popl)'의 공동 창립자다. 이 앱은 NFC(근거리 통신) 기술을 사용하는데, 휴대전화 뒷면에 부착하는 작은 원형 태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단말기에 세부 정보를 전송한다.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옆에 대기만 하면 정보가 전송됩니다."

상대방은 해당 앱이나 태그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포플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지기 전인 2020년 2월에 출시됐으며, 현재 1만 명 이상의 비즈니스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제 우리는 더욱더 비대면 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이러 부류의 시스템이 팬데믹에서 벗어나더라도 그대로 유지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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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플은 NFC(근거리 통신) 기술을 사용하는데, 휴대전화 뒷면에 부착하는 작은 원형 태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단말기에 세부 정보를 전송한다

맨섬의 투자 회사인 캐피탈 인터내셔널 그룹은 디지털 명함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회사의 대표 그레그 엘리슨은 "오래된 종이 명함은 이제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곳 직원들은 재사용이 가능한 NFC 기반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을 들고 다니며 세부 정보를 상대방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엘리슨 대표는 "말 그대로 가게에서 물건값을 계산하는 것과 같은 장치다"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에서 디지털 전환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연계돼 추진돼왔다.

"확실히 낭비되는 종이를 절약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 비스타프린트는 전통적인 종이 명함을 만드는 세계 최대 인쇄 업체다. 고객만 1700만 명 이상이며, 명함이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플로리안 바움가르텐 회장은 "2020년 3월 중하순과 4월 초 실제로 영향이 심각했다"며 코로나19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사진 출처, Florian Baumga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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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르텐 회장은 특히 북미에서 락다운 규제가 해제되면서 매출이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문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했다

"그 기간 전 세계적으로 명함 판매량이 70% 감소했습니다. 실제 만나지 않으면 고객과 명함을 주고받지 않으니까요. 적어도 전통적인 관습으로는 그렇죠."

그러나 바움가르텐 회장은 그 이후 특히 북미에서 락다운 규제가 해제되면서 매출이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문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이제 종이 명함에 디지털 형식으로 연락처가 연결되는 QR 코드를 인쇄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NFC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접촉식 플라스틱 명함도 출시할 예정이다.

"명함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특히 물리적 명함 교환의 의미가 큰 아시아 국가에서는 더욱 그럴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 있는 에티켓 및 네트워킹 코치 쉬레나 쉬로프 맨치하람은 "특히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에서는 분명히 거의 의식적인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위계질서 그러니까 누군가의 위치를 볼 수 있는 기회거든요."

사진 출처, Shireena Shroff Manchh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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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치하람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물리적 명함 교환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현상이 변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던 일이 명함 교환이었다"면서도 "이제 사람들이 복귀하면 더 이상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언론 홍보 업무를 하는 영라이라이는 "명함은 여전히 좋은 비즈니스 에티켓이며 전문성을 나타낸다"며 계속해서 명함을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이 자신처럼 명함을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예전처럼 명함을 들고 다니는 일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매트 스트링어의 경우는 어떨까.

그는 명함을 뿌리고 싶어한다. 최근 명함 500장을 새로 주문하기도 했다. 새 명함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인 아스톤 빌라의 대표색인 파란색으로 꾸몄다.

매트는 "이건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