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6분에 일 시작하니 능률 크게 올라"…한 미국 회사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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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9시도 아니고 9시 5분도 아니다. 피보탈에서 일과는 9시 6분에 시작된다

세계 20여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피보탈(Pivotal)에선 매일 오전 9시 6분, 업무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종소리를 기점으로 5~10분간 팀별로 서서 회의를 하고, 이후 직원들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스스로 업무를 진행한다.

이어 오후 6시가 되면 모든 직원이 사무실을 나서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피보탈에서 야근은 없다.

이처럼 독특한 피보탈의 업무 방식 실험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피보탈의 주 업무는 다른 IT 기업 직원들에게 프로그래밍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것인데, 가능성을 알아본 기업들이 일찌감치 피보탈의 문을 두드렸다.

델,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뿐 아니라 제네럴 일렉트릭, 포드 등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이 피보탈에 투자했다.

미국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포드 노동자의 모습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포드는 2016년 피보탈에 2억 5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또 BMW, 메르세데스-벤츠, 록히드마틴, 블룸버그, 이베이, 트위터 등이 피보탈의 고객사다. 구글 역시 창립 초기 피보탈의 도움을 받았다.

피보탈의 기업 가치는 28억 달러(한화 3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피보탈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 롭 미는 출근시간을 9시 6분으로 못박는 대신 모든 직원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는 "10시쯤 슬금슬금 사무실에 나타난 뒤 11시쯤 배가 고파져 식사를 하러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후에 일이 몰려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업무 시작 시간을 '9시'나 '9시 5분'이 아닌 '9시 6분'으로 고정한 까닭도 따로 있다.

미는 "9시 정각에 일을 시작하라고 하면 많은 직원들이 지각을 걱정할 것 같았고, 9시 5분으로 정하자니 지나치게 정확한 느낌이었다"면서 "9시 6분으로 정하니 뭔가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야근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도 간단하다. 미는 "피곤해지면 제 일을 못 한다"고 일축했다.

피보탈의 프로그래머들 Image copyright Pivotal
이미지 캡션 피보탈에서 짝지어 업무 중인 프로그래마들의 모습

약학 공부하던 소년, 컴퓨터 회사 차린 사연

미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서 자랐다. 10대 때부터 침실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곤 하는 실리콘 밸리 키드들과 달리, 그가 본격적으로 IT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교 3학년 때였다.

UC버클리 대학교에서 약학과 일본어를 공부했지만 미의 관심을 끈 건 프로그래밍 언어였다.

미는 "언어를 매우 좋아했다"며 "컴퓨터 언어를 처음 접했을 때도 '하나의 언어'라는 생각을 했고, '평생 이걸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미는 컴퓨터 관련 수업을 모조리 수강하며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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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롭 미는 최고경영자 자리를 잃었다가 나중에 되찾았다

대학 졸업 후엔 3달간 일본에서 IBM을 위해 일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1989년 현 피보탈의 전신인 '피보탈 랩스(Pivotal Labs)'를 열었다. 회사 이름은 어머니가 제안했다.

미는 2012년까지 피보탈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컴퓨터 스토리지 업체인 EMC에 팔았다. 잘 나가던 회사를 왜 파느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미는 "지고 있던 많은 부담을 덜어서 좋다"고 답했다.

그대로 은퇴할 수도 있었지만 EMC는 미가 최고경영자로 계속 일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줬다. 그러나 1년 뒤 EMC가 조직을 개편하면서 피보탈을 분사시켰고, 미는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났다.

미는 2015년에야 다시 피보탈의 최고경영자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최고경영자가 아니었던 2년 동안 불만은 없었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오게 됐을 땐 상당히 감격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기업 포레스터의 IT 분석가 존 라이머는 2016년 보고서에서 피보탈에 대해 "시장의 선도자이자 혁신자"라고 썼다.

라이머는 피보탈의 운영 방식이 "새로운 기술과 실행 기법, 문화적 규범을 습득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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