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미스테리한 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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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이라면 한번쯤 봤을법한 미스테리한 섬의 정체

서울 한복판에 섬이 있다. 이 섬은 1968년 폭파된 후 더이상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바로 한강을 지나치는 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밤섬의 이야기다.

저 곳에 무엇이 있는지, 누구의 소유인지, 어떠한 역사가 있고,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이가 많다. 오늘날의 밤섬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그 곳에 살던 이와 지금 그 곳을 관리하는 이의 말을 빌리는 것이 아닐까.

BBC 코리아는 이들은 만나 '그들이 기억하는 밤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혼이 많은 땅

Image copyright 서울 사진 아카이브
이미지 캡션 밤섬 흑백 사진

밤섬이 폭파되기 전 모습을 기억하는 박은자씨는 섬을 '원혼이 많은 땅' 이라고 기억한다. 한강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은 육지인 탓에 많은 것들이 떠내려오는데 그 중 특히나 시신들이 기억에 남아서 그렇단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하루에도 몇 구씩의 시신이 발견되고는 했는데 대부분이 물의 깊이나 강도를 잘 알지 못해 변을 당한 외부인이거나 사연으로 인해 한강다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라고 했다.

그는 이 원혼들을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은 불이 꺼지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야심한 밤에 빨래터에서는 쌀 씻는 소리나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몸통 없이 머리만 돌아다니는 귀신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캡션 밤섬에서 무당이 굿을 하고 있다.

밤섬에서는 실제로 매년 '밤섬부군당굿'이라고 불리는 제를 지낸다. 당시에 홍수나 물놀이 등으로 죽는 사람이 많았기에 원혼을 위로하고 마을의 평안을 도모하려 한 것이다. 이 '밤섬부군당굿'은 오늘날에도 밤섬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유대강화와 전통문화를 되새기는 연례행사로 남아있다. 박은자씨는 밤섬부군당굿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수많은 원혼들을 위로해주고 있을 것이라 했다. 밤섬에서 태어나 매일 같이 한강을 헤엄쳐 등교하던 꼬마 아이였던 박은자씨는 밤섬을 원혼의 땅으로 추억하고 있다.

그리운 내 고향

이미지 캡션 밤섬 방문 바지선이 밤섬을 향해 가고있다.

밤섬에서 태어난 박은숙씨에게 밤섬은 '그리운 내 고향'이다. 밤섬은 1968년 당대 하천개발과 홍수방지를 위해 폭파됐다. 그 곳에 살던 주민들은 이 때 모두 인근 창천동으로 이주 당했는데 박은숙씨는 그 날을 추억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밤섬에서 주민들을 내쫒은 정부를 비판하며 다시 주민들이 밤섬에 가서 살 방법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캡션 밤섬 드론샷

이후 밤섬은 철새도래지로 부각되어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민간인이 거주할 수 없는 섬이 됐다. 그로 인해 박은숙씨와 같은 '밤섬실향민'들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일년에 많아야 한 두번이 되어버렸다. 넘어지면 닿을 거리에 둥둥 떠있는 고향땅을 바라만 봐야 하는 밤섬실향민들에게 밤섬은 그리운 내 고향이다.

이건희 별장, 금빛 모래사장에서 동식물의 쉼터로

이미지 캡션 밤섬의 자연

앞서 말했듯 밤섬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밤섬은 사람이 사는 대신 1년에 100여가지종의 식물이 피어나고, 37종의 조류가 쉬어가며 30여가지의 곤충 및 무척추동물이 살아가는 쉼터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이 옛주민에게는 낯설다.

이미지 캡션 밤섬실향민, 서순식 할아버지

서순식씨는 이곳을 금빛, 은빛 모래사장이 펼쳐졌던 휴양지로 기억한다. 지금의 풀 숲 우거진 밤섬이 낯설게만 느껴진다는 그는 1978년 밤섬이 폭파된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방방곡곡에서 피서를 오고 삼성의 전 회장 이건희의 별장이 있었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땅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여담으로 그는 밤섬에서 배를 만들던 아버지에게 가업인 조선업을 이을것을 권유 받았지만 '운명을 거스르고' 철공을 배웠다. 그 후 멀지 않아 섬에서 쫒겨나게 됐으니 그의 고집이 어찌보면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이미지 캡션 밤섬에 내리는 실향민

서순식씨가 기억하는 밤섬은 더이상 없다. 현재의 밤섬은 서울시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뱀허물쌍살벌, 펄조개, 참게, 흰꼬리수리, 오색딱다구리 등이 쉬어가는 쉼터가 됐다. 각자가 기억하는 밤섬이 모두에게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모습은 아닐테지만 당신이 기억하는 밤섬을 이 글과 함께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