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탈북... 탈북자 출신 부사관 꿈꾸는 김진환 씨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탈북... 탈북자 출신 부사관 꿈꾸는 김진환 씨

북한에서 자란 이가 북한을 향해 총구를 겨눌 수 있을까. 그것도 너무도 그리운 가족이 있는 그 땅에 말이다.

일반 한국 남성과 달리 탈북 남성은 본인이 원하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지난해 탈북자로서 군 복무를 마친 첫 사례가 보도되긴 했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 한국에서 군인을 꿈꾸고 있는 한 탈북 청년이 있다. 2012년 한국에 온 김진환(가명, 21세) 씨다.

김 씨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부사관학과를 전공하고 있다.

지난달 면접을 통과했고 내년에 훈련을 마치고 임관하면 탈북자 출신 부사관이 된다. (국방부는 특수한 배경을 고려해 탈북자 출신 부사관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군대를 김 씨는 왜 가려고 하는 것일까?

김 씨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군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자랑스러움"이라고 답했다.

그을린 피부와 다부진 체격의 김 씨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울 것 같다. 어머니는 아직 임관도 안 했는데 벌써 군인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웃었다.

Image copyright JUNG YEON-JE/AFP/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겨울 훈련 중인 한국 군인 자료 사진 (김 씨의 얼굴은 신변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

김 씨가 군인이 되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취업에 대한 열망이다. 심화하는 청년 취업난 가운데 탈북 청년들의 미래 고민도 깊어졌다.

김 씨의 탈북자 친구들은 대부분 취업을 못 했고, 이민을 고려하는 친구도 있다고 한다.

그는 내년에 임관한다면 친구들을 만나서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말도 안 듣고 속도 많이 썩였다는 그는 "고등학교 친구 중에 아마 내가 제일 먼저 취업하는 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김 씨는 북한에서도 군인이 될 수 없었다. 어머니가 김 씨가 고작 만 2세 어린아기였던 90년 후반에 탈북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탈북하신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꺼렸다.

북한을 겨냥할 수 있을까?

탈북자들이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 적응할 수 있을까? 김 씨는 군 생활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고 한다.

"(탈북자 출신인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훈련이 힘들다고 들었고 중도 포기한 선배도 봤다. 다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가 유일하게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서로를 주시하며 경계근무를 서는 한국과 북한의 병사들. 한국전쟁은 휴전협정으로 끝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한반도는 아직 준전시상태다. Image copyright ED JONES/AFP/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서로를 주시하며 경계근무를 서는 한국과 북한의 병사들. 한국전쟁은 휴전협정으로 끝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한반도는 아직 준전시 상태다.

탈북 남성의 군입대에는 안보 문제도 있을 수 있다. 한국전쟁은 휴전협정으로 끝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한반도는 아직 준전시 상태다.

"만약에 북한을 겨냥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사실 사촌 형도 북한에서 군인이다. 그런데 괜찮을 것 같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축구로 시작된 인연

사실 김 씨가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축구' 때문이었다.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김 씨는 어려서부터 축구선수를 꿈꿨다. 북한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다.

한국에 탈북해 계신 어머니가 그의 한국행을 추진했고, 더 넓은 곳에서 축구 선수의 꿈을 펼치고 싶었던 그는 아버지 몰래 국경을 넘었다.

그는 "뒤를 돌아 북한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고 회상했다.

한국 고등학교에서도 축구부 생활을 했으며 3부리그에서도 뛰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축구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고3 때 진로를 정해야 했는데 축구 말고는 할 수 있는게 너무 없었다"고 말했다. 그때 그에게 담임 선생님이 직업군인을 추천해줬다고 한다.

Image copyright ED JONES/AFP/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지난 4월 평양 만수대에서 공을 차고 있는 한 소년

축구를 가르쳐준 아버지는 박지성 선수와 함께 김 씨의 역할모델이다.

"아버지는 무뚝뚝하셨고 칭찬을 거의 안 하셔서 날 사랑하지 않으시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바쁘신 와중에도 내 경기를 매번 보러 오셨다."

김 씨는 "너무 보고 싶다. 통일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너무 슬프다"고 나지막히 말했다. "많이 늙으셨을 거다"며 애써 웃었다.

탈북자에 대한 병역법은?

대한민국 병역법은 "모든 대한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행하여야 한다"(제3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단, 탈북 남성에 대해 '특별예외' 조항을 두고 있어, 본인이 희망할 경우에만 군대에 간다.

병역법 제64조 1항 2호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이주하여 온 사람 본인이 원할 경우 징병검사를 하지 않고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 남성은 정착 시설인 하나원에서 병역 면제 신청서를 받는다. 하지만 일부 탈북자의 경우 우편으로 받기도 한다. 김 씨의 경우 어머니가 병역 면제 안내문을 받았다고 한다. 병역 면제 희망 여부를 표시하는 란은 없었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이 직업 군인을 추천하여 부사관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예전에 병역 면제 신청이 된 것이 문제가 될까봐 걱정이 됐다고 한다. 병무청에 문의한 결과, 부사관은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안도했다.

Image copyright JUNG YEON-JE/AFP/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지난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뉴스가 방영되는 TV 앞으로 한 한국 군인이 지나가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탈북자도 군대를 가야 하는가?'라는 설문에 늘 '가야 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데 왜 (탈북자만) 특혜를 누려야 할까. 똑같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병역 면제 신청을 번복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가능하다. 지난 9월 22일부로 병역법이 개정돼, 병역 면제 신청을 한 탈북자가 복무를 원할 경우 입대를 신청할 수 있다.

군 복무라는 특수한 경험을 함께한 한국 남자끼리는 일종의 유대감이 생긴다. 일부는 군대를 갔다 와야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해 군대를 간다.

병무청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병역처분비율은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82.8%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탈북자 남성의 병역처분비율은 집계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단, 지난해 6월 탈북자로서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마친 첫 사례가 보도됐다. A 씨는 2014년 3월 공군에 입대해 복무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입대가 가능한 만 18세 이상의 탈북자 수는 2016년에 1321명이었다. 이 중 남성은 256명이다.

대부분의 탈북 남성이 군대를 안 가다보니 통일부는 2015년부터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병영 체험 행사를 진행해왔다. 올해의 경우 국방부와 남북하나재단 주최로 7월에 진행했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