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엄마, 딸이 얘기하는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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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카트리나와 엄마 일레인은 모두 생리에 대한 교육이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얘기했다.

시대가 변해도 생리를 쉬쉬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 영국 지부가 14세에서 21세 사이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생리가 부끄럽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 천명 중 일곱 명은 첫 생리를 시작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플랜 인터내셔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생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색한 침묵'

영국 에든버러에 사는 16살 카트리나는 학교에서 실시한 생리 교육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생리에 대한 수업이 있었지만 대부분 키득거렸고 남학생들은 어색해했다"고 전했다.

카트리나는 왜 화장실에 가방을 가져가냐는 질문을 피하기 위해 생리대를 치마 속에 숨긴 적도 많다고 얘기했다. "생리중이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다른 이유를 대는 게 훨씬 편하다. 생리중이라는 얘기를 한 후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보다는 몸이 좋지 않다고 둘러대는 게 더 쉽다."

52세인 카트리나의 엄마 일레인도 학교에서 받은 생리 관련 교육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여학생끼리 '너 시작했어?'라고 묻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몰라서 생리가 뭔지도 모르면서 '응'이라고 얘기했다."

일레인은 "서랍장에 생리대가 있었지만 아무도 이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며 부모님과 생리에 대한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엄마한테 여동생에게 탐폰이 뭔지 설명해달라고 부탁한 후 그 설명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카트리나와 할머니 베로니카 Image copyright SUPPLIED
이미지 캡션 어린 시절 카트리나와 할머니 베로니카

'이게 매달 일어나는 일이라고?!'

일레인은 당시 선택할 수 있는 생리대 종류가 매우 적었다며 "학교에서 큰 생리대를 상의 속에 넣고 다니기 창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상황이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했다. "요즘은 TV에서 생리대 광고도 하고, 생리대의 편안함이 부각되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종류도 많다. 반면에 우리 엄마 세대는 생리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올해 73세인 일레인의 엄마 베로니카는 풍족하지 않은 집에서 세 명의 자매와 함께 자랐다. 그는 "집안 형편을 감안했을 때 생리대를 사는 것도 큰 부담이 될 때가 많았다"며 "엄마는 생리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생리에는 항상 수치심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베로니카가 다녔던 카톨릭 학교에서는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친구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책을 빌려 읽으면서 생리에 대해 알게 됐다며 당시에 "이게 매달 일어나는 일인가"라며 당황했다고 전했다.

그는 생리에 대한 이런 경험 때문에 딸인 일레인에게도 편하게 얘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딸 일레인과 손녀 카트리나와 생리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며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참 근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사회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생리가 역겹고, 혼자만 알아야 할 일이라고 꾸준히 주입시킨다"며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생리대 살 때마다 계산대 점원의 눈을 피했고 최대한 빨리 돈을 내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인구 절반이나 생리를 하는데 이렇게 행동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제 사람들이 생리대를 보든 안 보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이 싫어하면 그건 그들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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