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츠와 카리스마: 젊은 정치 지도자가 탄생하기까지

제바스티안 쿠르츠(가운데)가 2011년 캠페인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jvpwien
이미지 캡션 제바스티안 쿠르츠(가운데)가 2011년 캠페인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는 '분더부치(Wunderwuzzi)'로 불린다. '신동' 혹은 '거물'을 뜻한다.

지난 15일 열린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31세의 젊은 당 대표인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이끈 중도 우파 국민당이 1위를 차지함으로써 유럽 최연소 정치 지도자의 탄생이 임박했다.

쿠르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11년 그는 "검정은 멋지다(Black is Cool)"이라는 국민당 캠페인을 위해서 지프(Jeep)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 당시 국민당의 상징색은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그는 상징색을 청록색으로 바꾸며 당 이미지 변신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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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많은 관심이 쿠르츠에 쏠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젊은 청년이 국민당의 대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과 카리스마

혜성같이 등장해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는 젊은 정치 지도자는 또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39세로 중도 신당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을 창당하며 개혁을 주도했다. 대통령 당선 몇 주 후,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총선에서 압승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이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전 총리도 2014년 집권했을 때 39세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마크롱처럼 그도 정치 신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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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G7 정상회의에서 악수하는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왼쪽)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에스토니아의 라타스 위리 전 총리는 심지어 이들보다 어리다. 현재 38세인 그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집권했다.

이들의 성공은 유권자들에게 정치 경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 경력보다 젊음과 카리스마를 더 중시하며 설득력 있는 캠페인 화법 또한 중요하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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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미지와 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에 유권자가 너무 정치인들의 겉모습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유럽외교협회 소속인 에스토니아 정치 비평가인 카드리 릭은 "겉모습은 말끔하지만 과연 알맹이는 어떤가?"라며 "에스토니아 정치계도 일종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젊은 정치 지도자는 "잘생기고, 말도 잘하고, 선의 갖고 있지만 진실과 진지함은 떨어지는 편이다"라고 평가했다.

"겉모습과 대외 이미지, 연설 그리고 정당 정치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현상은 개탄스럽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관심을 즐기고 스포츠를 좋아한다"

쿠르츠의 똑똑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이미지는 오스트리아 젊은이들이 정치계에 바라는 개혁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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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전 총리(왼쪽)가 가죽점퍼를 입고 있다. 집권 당시 그는 39세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윗단추를 풀고 머리를 뒤로 넘긴 모습은 젊음을 부각하고, 수십 년째 권력을 쥐고 있는 회색 정장 차림의 정치인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이탈리아의 렌치 전 총리도 그와 같은 '스마트 캐주얼' 패션을 종종 선보였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윗단추를 푼 흰색 셔츠와 검은색 가죽점퍼를 입는 그를 미국 시트콤 '해피 데이즈(Happy Days)'의 주인공 폰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데모스(Demos)' 라는 영국 연구기관의 부원장 소피 개스톤은 이 젊은 정치 신예들은 "현시대의 정치 운동의 핵심을 잘 알고 있다"며 바로 그것은 "디지털과 SNS"라고 했다. 또 이를 이용해 유권자와 소통한다고 덧붙였다.

"이 점이 바로 그들을 주류 정당의 '전통적인' 정치인과 차별시키는 부분이다."

쿠르츠, 마크롱 그리고 렌치 모두 정당 구조에서 스타로 떠올랐지만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고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했다.

개스톤은 그들이 특히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유권자가 기존 정치 세력에 느끼는 거부감을 이용했다고 말한다.

그는 "마크롱의 경우 패권 정치와 거리를 둬서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웠다"라며 "정치 정통주의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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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운동광으로 알려졌다.

개스톤은 젊은 정치 신예들은 소통 능력이 뛰어나 극우나 극좌 같은 정당을 노련하게 압도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자유당은 쿠르츠가 자신들의 정책을 훔쳤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스포츠를 하는 모습을 종종 공개해 건강함을 내세우기도 한다.

2008년 대선 출마 운동 중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인디애나 팀과 농구를 했고, 집권 중에도 골프를 치는 모습이 자주 공개되곤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휠체어를 타고 테니스를 쳐 언론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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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45세인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도한 연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의 로빈 우르백은 사람들이 "트뤼도의 홍보 전략에 속고 있다"며 "그의 개인 사진사가 기념 촬영하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뛰고 있는 트뤼도의 모습을 찍은 것이 과연 우연이겠는가"라고 했다. 모두 연출이라는 주장이다.

마크롱 대통령 또한 철저한 이미지 관리로 유명하다. 엘리제궁에서 공식 사진 촬영 전, 책상 위의 책이 펼쳐진 모습을 완벽히 연출하기 위해 페이지를 한 장 한 장을 꼼꼼히 검토하는 동영상을 보면 그가 이미지 연출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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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전, 책이 펼쳐진 모습까지 검토하는 마크롱 대통령

새로운 화법

에섹스 대학의 유럽정치 전문가인 캐서린 드 브리스 교수는 "현 정치 상황에 사람들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정치 신인들이 정당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진급해야 했다면 이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신인들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9시 출근, 5시 퇴근하는 일은 절대 아니다"며 "젊음이 재산이지만 비전과 현 시스템을 바꾸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렌치는 중도 좌파 민주당 개혁을 시도했기 때문에 '로타마토레(Rottamatore·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그들의 법에 항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마크롱은 당 밖에서 불만이 쌓인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회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그의 지지도는 떨어지고 있다.

이들이 주는 교훈은?

개혁에 대한 말뿐 아니라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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