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아나 갈리치아: 몰타의 '부정부패' 탐사보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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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카루아나 갈리치아는 몰타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의혹을 보도했다.

의문의 자동차 폭발 사고로 숨진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의 소식에 몰타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건으로 몰타의 조직범죄와 정치보복에 대한 경각심도 일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카루아나 갈리치아(53)는 최근까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의혹을 제기했고, 이로 인해 여러 차례 소송을 당했다.

갈리치아는 몰타 북서부에 위치한 집 인근에서 사고를 당했다. 몰타의 전 내무장관 루이스 가리아는 "몰타에서 가장 중요하고, 용감하며, 영향력 있는 기자를 잃었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몰타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갈리치아는 30년이 넘게 기자로 일하며, 특히 몰타의 탐사보도를 선도해왔다.

그와 오랜 친분이 있던 변호사 앤드류 카르도나는 "그는 매우 조용한 편이었다. 수줍음이 많았지만, 그 누구보다 신념이 강했다"고 전했다.

갈루치아는 1964년 몰타의 최북단 해변 도시 슬레마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승강기 사업을 했고, 한동안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갈루치아는 몰타 대학(University of Malta)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몰타의 '1인 위키리크스'

블로그를 열기 전까지 갈루치아는 몰타 선데이타임즈와 인디펜던트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썼고, 패션잡지에 음식에 관한 글을 썼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많은 수입을 얻지 못했지만, 몰타에서 가장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됐다.

타임즈 오브 몰타(Times of Malta) 편집장 허만 그리치는 갈루치아를 "흠잡을 데 없는 작가이며 탐사전문 기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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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몰타 각지에서 갈리치아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추모집회가 열렸다.

갈리치아는 주로 집권당인 노동당 정치인에 대해 글을 썼지만, 중도성향의 국민당 정치인을 다룬 적도 있다.

특히 그는 조세회피처 파나마에 있는 회사와 현재 몰타 총리 조셉 무스카드의 부인이 연루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 권력층에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스카드 총리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고, 문제가 커지자 조기 총선을 실시해 지난 6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지난해 공개된 '파나마 페이퍼'에는 무스카드 총리의 최측근인 콘나드 미치와 케이크 스켐브리의 이름도 올랐다.

한편,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의 사망 소식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갈리치아가 나의 정치활동과 사생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한 것을 안다. 하지만 이 잔인한 행동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리치아는 몰타의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er) 존 달리 위원이 담배회사 로비스트에게 뇌물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존 달리 위원은 의혹이 불거지자 보건담당집행위원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

살해 의혹

미국의 정치 전문 웹사이트인 폴리티코는 갈리치아를 가리켜 "1인 위키리크스"라고 칭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40만 명 가량이 그의 블로그를 읽었다. 이 숫자는 몰타 전체 신문구독자 수보다 많다. 몰타의 총인구는 약 42만 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갈루치아는 사고가 발생하기 2주 전에 자신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경찰에 알렸다. 갈루치아는 변호사인 남편 사이에 세 아들이 있으며, 아들 매튜 역시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암살을 막지 못했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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