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제변호사: “유무죄엔 관심 없어…인권침해 여부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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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8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법률자문회사 MH그룹이 영국 인권변호사인 로드니 딕슨을 선임했다. 딕슨은 박 전 대통령의 구금이 국제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유엔(UN)이 평가해주기를 바란다며 인권침해 보고서 제출의 요지를 설명했다.

"우리는 한국 내 법적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의 초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국제 기준과 국제법상 적절한지, 그리고 그가 과연 올바른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로드니 딕슨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피해 논란을 제기한 MH그룹의 관심사가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딕슨은 영국 인권변호인이자 왕실변호사(QC·Queen's Counsel)이기도 하다. BBC 코리아는 한국 시간 19일 새벽 영상 통화를 통해 딕슨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법적 절차엔 관여 안해…변호인단과는 독립"

딕슨은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국내 재판을 맡은 변호인들과 분리돼 있다"며 "그들과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것도 아니고, 사건의 시비나 사실관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딕슨을 고용한 법률자문회사 MH그룹은 앞서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 된 박 전 대통령이 서울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H그룹은 인권침해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유엔인권위)에 제출했다.

딕슨은 MH그룹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구속 현황에 대해 유엔(UN)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누가 유엔 청원을 의뢰했는지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인권과 안위를 걱정한 "지지자들과 측근들(Supporters and Close Associates)"이라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의뢰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와 측근들'"

다만 '지지자들과 측근들'이 MH그룹에 먼저 접촉했으며, 국제적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동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딕슨이 '지지자들'과 접촉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그는 의뢰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 8월 유엔인권위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UN 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에 조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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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인권침해' 맡은 로드니 딕슨 변호사

딕슨은 박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상태"라며 "변호인단까지 사임한 현재 내가 그의 국제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됐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들의) 지지자들이 그를 대신해 도움을 요청할 권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딕슨은 박 전 대통령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MH그룹의 주장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건강이 나쁜 고령의 여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국제 기준을 적용하면 풀려나야 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를 구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의 기준에 따라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법원은 지난 16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을 결정하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딕슨은 "이미 검찰이 증거를 모두 제출한 현재 (박 전 대통령이) 증거를 파괴할 것이라는 근거가 없고, 도주할 근거도 없다"라며 "행여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동 반경을 제한하는 등 그의 인권 보호와 사법부의 법 집행 권한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균형 잡힌 대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확보한 자료 아직 부족… 차차 입증 필요"

그는 "국제법 아래 구속은 예외적인 것이며 표준적인 법적 조치가 아니다. 꼭 필요할 때만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건강이 좋지 않은 65세 여성을 감옥에 붙잡아 놓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나 구치소 환경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할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감옥 안으로부터 공식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확보한 게 없다. 구치소에 들어가서 본 목격자의 증언뿐"이라고 했다. "건강 상태에 대한 보고서도 법정 같은 곳에서 (거리를 두고) 그를 목격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앞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딕슨은 이어 "정부 당국의 의료보고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독립적인 의사가 들어가서 (박 전 대통령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 조사가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고, 대립적 문제가 되길 바라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MH그룹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보도자료 Image copyright MH Group
이미지 캡션 MH그룹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보도자료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해 한국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이 TV와 화장실이 갖춰진 수용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접이식 매트리스를 추가 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의료기 사용도 허락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일반 수용자보다 넓은 10.08㎡ 크기의 방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딕슨은 "정작 중요한 것은 수용실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이)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다"라며 한국 재판부의 구속 결정에 대한 의혹을 한 번 더 제기했다.

"한국 정부의 개방적 정보 공개 원해"

그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아 보고서에 담았다"면서 "물론 더 공식적인 정보를 원하지만 이를 얻을 수 없었다. 정부가 개방적으로 공개한다면 앞으로 건설적으로 해당 문제를 진척시킬 수 있는 첫 단추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딕슨은 한국 인권 상황에 대한 유엔인권위의 인권 정례검토의 안건 접수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바로 전날인 3월 30일에 마감됐기 때문에 MH그룹의 청원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국내 언론의 지적에 대해 예외적인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 인권 위원회의 로날드 고메스 공보관은 BBC코리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특정 국가가 박 전 대통령의 안건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할 순 있지만, 유엔 정례 검토 회의에서는 일반적인 인권 상황 검토가 아닌 특정인물이나 내부 문제와 같은 것들은 다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고메스 공보관은 11월 9일 예정된 한국 인권 상황 검토에 이번 박 대통령의 사례는 빠져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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