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과장, 희망 그리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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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영국 정부가 의뢰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향후 20년 내로 6300억 파운드(한화 약 942조 원)의 경제효과를 영국 경제에 줄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술혁명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거라고 한다.

웰시 지역의 한 회사는 북한의 생물학 무기를 탐지하는 데 인공지능을 쓴다.

캘리포니아로 가면 '노인 인구를 위한 웨어러블 AI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로이드 보험회사는 "근 10년 내로 보험산업의 상당 부분이 AI에 의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회사와 인공지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위의 소식들은 기자를 비롯한 다른 테크 저널리스트들이 이메일로 받곤 하는 수많은 AI 관련 보도자료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알파고'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런던에서 초연을 가졌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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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구글 딥마인드가 이세돌 9단을 꺾은 것은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졌다

지난주에는 마치 인공지능이 기자 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정책 결정자들도 주목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입증하듯, 인공지능을 육성하기 위해 영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룬 보고서가 발간됐다.

저명한 컴퓨터 과학자인 데임 웬디 홀 교수와 제롬 페센티 박사 두 명이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는 영국이 이미 인공지능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학계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 ▲업계와 교육 부문에 더 많은 능력을 계발할 것 ▲인공지능 과학자들이 다룰 수 있는 보다 많은 자료를 공개할 것 ▲모든 기업들에게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을 장려할 것 등을 권장한다.

모두 대단히 합리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제안들이다. 그러나 이 제안들은 인공지능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며 경제에도 신속하게 영향을 미치리라는 가정에 바탕하고 있다.

분명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의 급속한 발달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인간이 할 수 없었던 일을 컴퓨터가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직업을 비롯하여 헬스케어, 교통 업계가 돌아가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듯하다.

인공지능이 과대포장되고 있는 위험은 없는 것일까?

영국 정부의 인공지능 보고서에 나오는 대담한 주장들 일부를 분석해보자.

"우리는 생산성과 풍요의 많은 부분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시스템과 기계에서 비롯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바퀴의 발명부터 방적기와 식기세척기에 이르기까지, 생산성과 풍요의 증대를 가져온 것은 언제나 우리가 만드는 기계였다.

과연 인공지능 혁명이 1950년대와 60년대에 대량 생산과 소비재 사용이 그랬던 것처럼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

"우리는 이제 빠르게 발달하는 기술에 익숙하지만 그 속도는 인공지능에 의해 더 빨라질 것이다."

최근에 기술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을까? 이젠 컴퓨터가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고 어떤 언어든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의 물질적인 인프라는 그렇게 급속히 발전하지 않았다.

항공 여행이나 새로운 철로를 개설하는 문제에서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는 빠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하드웨어는 별로 그렇지 않다. 로봇이 우리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면 로봇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라.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화의 속도가 증대될 거란 이야기는 그냥 맹목적인 믿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액센추어는 인공지능이 2035년까지 영국 경제에 8140억 달러(한화 약 942조 원)의 효과를 미칠 수 있으며 총부가가치(GVA)의 연간성장률을 2.5%에서 3.9%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추산했다."

총부가가치(GVA)는 한 해에 생산된 모든 용역과 재화를 포괄하는 국내총생산(GDP)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 성장률이 1950년대와 60년대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기보다 높은 3.9%까지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은 경제학자인 기자의 지인의 표현을 빌자면 "믿기 어렵다." 게다가 영국의 최근 기록을 보면 영국의 생산성 그래프가 거의 수평선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술에서 큰 발전이 있더라도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공장주들이 증기에서 전기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다.

로펌이 인공지능 변호사로 사건의 리스크를 평가하면서 보다 효율적이 되고, 로봇 의사가 진찰을 하면서 병원의 환자대기가 짧아지며, 자동주행 차량으로 도시의 교통체증이 줄어드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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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가주행 인공지능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발전상들은 모두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인프라나 규제, 사회적 태도가 이를 현실로 만들어 줄 정도로 빨리 바뀌리라고 기대하기란 어렵다.

지난주 영국 상원의 인공지능 특별위원회는 보고서를 작성한 홀 교수를 비롯한 선도적인 과학자 세 명의 증언을 청취했다.

이들은 인공지능 부문에서 영국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해 말했고 정부가 인공지능 기술의 이익과 위험 모두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특별위원회는 그 다음 나를 포함한 세 명의 기자들에게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과학자들과 달리 기자들이 인공지능 혁명의 속도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의원들은 꽤 당혹한 눈치였다.

기자들은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그리 빨리 도로에 등장하리라고 확신하지 않았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으리란 위협도 과장으로 여기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동료 중 하나는 미래학을 인용하여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는 기술의 단기적인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장기적인 영향은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인공지능에 대한 과학자들의 언급은 분명 언젠가 사실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내 안의 냉소적인 늙은 기자는 당분간 안심해도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