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시범 운영 시작

국립암센타의 호스피스 병동모습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가 인공호흡기 착용 등 단순히 생명 연장을 목적으로 한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15일까지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내년 2월 전면시행된다.

이 법은 환자와 보호자가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기존에 말기 암 환자만 받았던 호스피스 서비스를 후천성 면역 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 등 여러 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했다.

하지만 시행을 불과 몇개월 앞두고 아직까지 법안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실천모임 윤서희 팀장은 "최근 연명 의료와 관련된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며 "문의자 중 상당수는 아직 관련법이 생겼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보건복지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상담·작성·등록,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 및 이행 등 2개 분야를 중점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연명의료향서, 연명의료계획서

이미지 캡션 유효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 이외에 상담기관의 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에 대해 개인의 평소 의견을 기록해, 만일에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지 않아도 19세 이상의 성인은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단 반드시 연명의료 등록기관의 상담자와 상의 후에만 작성 할 수 있다.

반면, 연명의료계획서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담당 의사가 직접 작성하는 것으로, 환자의 의사를 반영해 앞으로 있을 연명치료 및 호스피스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다. 의식이 없는 환자일 겨우 평소의 의사를 가족 2인 이상이 같게 진술하거나, 가족 전원이 합의할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논의 과정에서 부터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다. 일부는 안락사를 허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본인이 결정할 기본권이란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1월 법안이 통과됐다.

의료현장 혼선과 남은과제

이미지 캡션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의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를 마사지 하고 있다.

문제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시행초기 발생할 수 있는 의료현장의 혼선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의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고 증상이 심해 사망이 임박한 환자'이다. 그러나 대부분 의식이 없거나 있어도 의사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의료진과 보호자 간 혹은 가족간에도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 마찰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시행초기 혼선을 최소할 수 있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시범 운영기관으로 서울의 세브란스병원, 대전의 충남대학교병원, 비영리단체인 각당복지재단, 대한웰다잉협회,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을 선정했다.

연명의료계획서 시범사업 기관으로는 강원대병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영남대의료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이 선정됐다.

보건 복지부는 약 14억 예산을 투입해 전산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의 연명의료관리기관 설립추진단 백수진 부장은 "전산시스템이 마련되면 언제 어디서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조회·변경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에 대한 의향을 담은 문서일 뿐 최종의사를 결정한 문서가 아니다"며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다시 작성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시범기간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향후 시스템에 등록하고, 법적으로 유효한 문서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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