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보다 못한 사우디 여성 인권

소피아 Image copyright Arab News/You Tube

소피아라는 이름의 로봇이 지난 2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엄청난 관심을 모은 소피아는 25일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참가한 수백 명 앞에서 사우디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소피아의 사진과 영상이 SNS에 돌아다니자 많은 이들이 왜 로봇이 사우디에서 여성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갖는 듯보이는지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에서 개발한 소피아는 컨퍼런스에서 히잡과 아바야를 걸치지 않은 채로 연설을 했다. 아바야는 아랍의 전통 통옷으로 모든 사우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입어야 한다.

"이런 특별대우를 받게 돼 영광이며 자랑스럽습니다." 소피아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받은 로봇이 됐다는 건 역사적인 일입니다."

사우디의 네티즌은 이 사실이 발표된 지 24시간 만에 '#사우디_국적을_가진_로봇'이라는 해쉬태그를 단 게시물을 3만 개 이상 올리면서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몇몇은 보다 냉소적이었다. '#소피아는_후견인제도_폐지를_촉구한다'는 해쉬태그 또한 널리 사용됐고 현재까지 1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우디의 후견인 제도는 모든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남성을 동반해야 할 것을 요구한다. 보통 가까운 가족이 동반자가 되는데 해당 여성을 대신하여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이미지 캡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남성 후견인을 대동해야 하며 머리를 가려야 한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소피아는 후견인도 없고 아바야 같은 것도 안 입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라고 말했다.

다른 사용자는 소피아의 얼굴에 두건과 얼굴 베일을 합성한 사진을 올려놓고 "얼마 후 소피아의 모습"이라고 썼다.

"소피아, 이제 사우디 시민이 됐으니까 말인데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안하고 다니면 안돼. 아바야도 물론이고."

소피아와 사우디 여성을 비교하는 글 뿐만 아니라 소피아에게 시민권이 부여된 속도 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언론인인 무르타자 후사인는 이렇게 썼다. "이 로봇은 사우디에 평생을 살았던 이민노동자들보다 빨리 사우디 시민권을 받았다."

사우디 법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주의 허락 없이는 사우디를 떠날 수 없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칼라파 제도의 일부일 따름이다.

사우디에는 수십만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주로부터 도망쳤으나 사우디의 출국 비자 법 때문에 사우디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인력의 암시장이 창궐하고 있다.

"수백만 명이 무국적자로 떠도는 와중에 소피아라는 인간형 로봇은 사우디 시민권을 얻었다." 레바논 출신의 영국 언론인 카림 차하이엡은 이렇게 썼다. "얼마나 살맛나는 시대인가."

사우디아라비아는 당국이 내놓는 일련의 개혁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여성이 사우디의 국경일에 참가하는 게 허용됐으며 9월말에는 여성에 대한 운전 금지가 해제됐다. 사우디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2030의 일환으로 석유에만 의존했던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추가 보도 협조: 아미라 파탈라(BBC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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