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한국에서 이곳을 가지 않을까?

일본 도쿄의 요코타 미군기지에서의 트럼프 대통령 Image copyright TOSHIFUMI KITAMURA/AFP/Getty Images

때로는 한 행동보다 하지 않은 행동이 더 많은 관심을 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도 그렇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첫 한국 방문에서 트럼프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DMZ 방문 여부는 그의 구체적인 방한 일정이 나오기 전부터 줄곧 초미의 관심사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크게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

때문에 트럼프가 DMZ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6·25 전쟁 이후 최고 위기라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미관계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7일 사설에서 한 말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DMZ 방문

미국 대통령이 DMZ에서 망원경을 들고 북녘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있을 때 한국 국민들이 곧잘 떠올리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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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2년 3월 25일 DMZ를 방문하여 쌍안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방한 시 DMZ를 찾은 것은 아니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 이후 유일한 예외라 할 수 있다. 재임 중 두 차례(1989년, 1992년) 한국을 방문했지만 DMZ를 방문한 적은 없다. 다만 레이건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으로 재직 중이던 당시 DMZ를 찾은 바 있다.

모든 미국 대통령이 첫 방한 때 DMZ를 찾은 것도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번째 방한 때 DMZ를 찾았다.

반면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첫 방한 때 DMZ를 찾았다.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여 한반도에 처음으로 핵 위기의 암운이 드리웠던 1993년,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은 DMZ를 방문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기라도 하면 북한이란 국가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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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1993년 7월 11일 DMZ를 방문한 클린턴 대통령의 모습

당시 클린턴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 장소가 남북 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벌어지는 현장인 DMZ라는 것은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다.

클린턴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동아일보의 우려가 터무니 없을 정도로 과장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DMZ를 방문하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가 DMZ를 방문하지 않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어쩌면…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이 (DMZ라는) 매우 상징적이고 민감한 장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도발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막는 데 성공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연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BBC 코리아에 이렇게 전했다.

한 전직 미국 외교관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한 미국 고위 관계자가 언론에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다'고 말한 것이 보여주듯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DMZ 방문보다) 캠프 험프리스 방문을 선호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세종-LS 펠로우는 BBC 코리아에 이렇게 말했다.

"한국 측 고위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할 경우 북한과의 긴장이 더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정치과장을 지낸 바 있는 스트라우브는 이렇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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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지 않고 캠프 험프리스를 찾는 게 오히려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는 것은 한미 협력과 동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강조하며… 자신감과 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더글라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평화연구원 부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편으로는 DMZ를 가지 않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란 의견도 있다. 스티븐 해거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 전력의 중심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다"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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