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폭행: 오늘 내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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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MeToo (나도 당했다)' 캠페인

한샘 사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진 후, 자신도 마찬가지로 사내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사실 직장 내 성폭력은 새롭지 않다. '불행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등의 수식어와 함께 우리 주변에서 계속 발생해왔다.

하지만 변한 것이 있다. 성폭력 사건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인터넷으로 피해자들에게 지지를 표명하며,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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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직장내 성차별을 중단하자' 라는 종이를 들고 있는 남자

뿌리 깊은 성폭력 문화

지난 40년간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은 꾸준하고 광범위하게 여성을 괴롭혀왔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특히 어린 여성이 직장 내 성폭력의 주 피해자였다.

성폭력 종류는 다양하다. 무례하고 끊임없는 데이트 신청, 윙크, 부적절한 발언을 포함한 성희롱이 가장 많고, 지위나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강간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이조차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성폭력 문화를 반증하지는 못한다. 성폭력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대응할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성폭력의 인지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처 또한 무의미해질 것이다.

성폭력은 피해자들에게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 등 정신질환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커리어 중단으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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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내 미니스커트는 당신과 전혀 상관 없어요'

대처 방법

거절하기, 피하기, 친구에게 털어놓기, 직접 맞서기, 보고하기… 과연 어떤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피하기'다.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의 커리어 혹은 동료들에게 해가 갈까 두려워 직접 맞서거나 상부에 보고하기 보다는 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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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성폭력에 대처 방식은 직장 내 분위기와 당사자의 민감도 (Tolerance)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직장 내 분위기

회사 분위기는 성폭력 피해자가 대처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성폭력을 보고했을 때, 자신이 받게 될 처우와 가해자가 받을 처벌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얼마 전 불거진 할리우드의 와인스틴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은 목소리를 내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이는 와인스틴의 행위가 대다수가 묵인하는 '알려진 비밀 (Open Secret)'이었고 할리우드 영화계 내 분위기가 그것을 쉬쉬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성폭력이 문제임을 자각하고 바꾸려는 행위는 큰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 됐다.

와인스틴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야 많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동참한 것도 성폭력이 충분히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만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다.

원하지 않은 일을 요구받았을 때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 Image copyright George Marks
이미지 캡션 원하지 않은 일을 요구받았을 때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

무엇이 성폭력인가?

성폭력은 인지 자체보다 대처하기가 더 어려운 폭력이다. 각자가 '성폭력'이라 느끼는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폭행의 경계가 애매한 탓에 쉽게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모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목소리 내지 않고서는 또는 모두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악의 없는' 성폭력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성차별적인 농담이 재미없다고 얘기하고, 무엇이 적절하지 못한 발언인지 꼬집고, 원치 않는 일을 요구 받았을 때는 거부해야 한다.

또 우리는 누군가가 잠재적 성폭력에 대항하여 발언할 때 그 발언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 각자가 '성폭력'이라고 느끼는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직장 내 분위기에 일조한다. 직장을 용기 있는 발언이 존중될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은 인권을 지키는 일이다. 관련 교육을 하고 책임 있는 독립 위원회를 수립하는 일 만큼이나 우리 스스로가 직장 내 문화를 선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MeToo 캠페인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페이스북 페이지 혹은 그룹을 통해 이야기를 털어놓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연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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