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 밑줄 긋기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공동 기자회견하는 한미 정상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대북 압박과 한미 군사동맹을 강조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강조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원만했다. 북한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거친 언사도 없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와 같은 극단적인 선언도 없었다.

사뭇 다른 개성을 가진 양국 정상이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로 견해를 같이 했다.

발언 내용에 실린 무게중심은 각기 달랐다. 문 대통령이 안보에 무게를 실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실리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두 정상의 견해차가 좀 더 두드러졌다. 기자회견의 내용에서 중요한 맥락을 짚어보았다.

제재와 압박을 중심으로 한 대북 정책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은 유력한 대선 후보이던 시절부터 미국과 북한에 대한 입장을 끊임없이 의심받아 왔다.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을 우선하는 미국과는 달리 무조건적인 대화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미국과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미국에 대해 비판적이던 한국 진보세력의 기수라는 점도 더해졌다.

심지어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국은 방금 반미 대통령을 뽑았다"고 쓰기까지 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두고 5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논란은 그 연장선 상에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공식 입장에서 '대화'를 '제재'보다 앞에 둔 적이 없다. 이는 7일 한미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갈수록 높아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 나간다는 기존의 전략을 재확인했다."

'최대한의 제재'라는 표현은 특기할 만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의 명칭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원용한 것이기 때문.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의 공조를 매우 중히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해 미국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문재인 지지층 중 북한에 대해 전향적인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달가워 않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의 제안을 외면하고 미국과의 긴장 수위를 높이는 행보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지난 10월 중순의 발언은 이러한 심리를 반영한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만난 두 정상

한미 군사동맹 강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은 군사동맹으로서의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그간 한국의 탄도미사일에 내려졌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데 합의했고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적 전략자산"의 획득에 대해서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한은 소위 '한미 미사일 지침'이라고 일컬어지는데 과거에는 사거리와 탄두의 중량을 제한하고 있었으나 이번 합의로 사거리 800km의 제한만 남게 됐다.

이로써 한국 전역에서 탄도미사일을 사용하여 북한 전역에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게 됐다. 탄두 중량은 1톤이 넘어야 지하 시설까지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는 500kg로 제한돼 있었다.

사거리 제한은 여전히 명시적으로 남아 있으나 사거리란 탄두 중량에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중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개발도 충분히 가능해졌다. 여기에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기체계들을 구입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첨단 정찰자산을 비롯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적 전략자산의 획득에 대해서 한미 간 협의로 시작하기로 했다"며 이것이 "한국의 자체 방위능력과 한미 연합 방위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무기체계의 획득이 논의선상에 오르고 있는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전략자산'이라는 표현은 핵 능력을 갖고 있는 무기체계에 사용된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종종 획득 대상으로 거론되던 핵추진 잠수함을 가리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정찰기와 함께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국내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그밖에도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의 일종인 패트리엇 이나 SM-3를 구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핵추진 잠수함이나 SM-3의 경우 비용 대비 효용성의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공동 기자회견하는 한미 정상

경제적 실리를 우선시한 트럼프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제재 우선의 원칙과 한미 군사동맹 강화를 강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경제적 실리를 더 강조했다.

한미FTA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균형적인 무역의 혜택을 함께 누리기 위해" 관련 협의를 추진할 것을 언급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의를 표하는 한편 "현재 협정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고 좋은 협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미국의 무기체계를 구매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우리에게 이는 일자리를 뜻하며 한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며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독특한' 시각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대해 기성 정치인에게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관점을 드러냈다.

"(북한 문제는) 지난 25년 간 해결됐어야 하는 문제이지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해결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지만 내가 처한 상황이 이렇다. 이 문제는 오래 전에 해결됐어야 했다."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독특한 관점을 보였다. 해외 미군 기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한국 정부가 비용의 90% 이상을 부담하여 조성한 캠프 험프리스에 대한 의견에 대해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다.

"캠프 험프리스는 놀라운 군사시설이다. 많은 돈이 들었다는 것도 안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지키기 위한 시설이지만 우리도 비용 일부를 지불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나였다면 훨씬 비용을 덜 지불하고 지었으리라 확신한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다."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