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메뉴판에 숨은 꼼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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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메뉴를 고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레스토랑 메뉴를 만드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투입된다. 메뉴판에는 당신으로 하여금 특정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심리학적 트릭이 숨어 있다.

당신 앞에 칙칙한 색의 가죽으로 싼, 화려한 글씨체로 수놓인 문서가 놓여있다. 그 안에는 빽빽한 이탤릭체로 쓰여진 페이지들이 담겨있고 당신의 눈은 현란한 수사로 장식된 몇몇 아이템에 쏠린다. 그리고는 웨이터를 돌아보며 주문을 한다.

지금쯤이면 맛있는 음식이 테이블로 향하고 있으리라. 그런데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그 음식을 주문하게 했을까? 단지 당신이 고른 그 스테이크가 마음에 들어서? 어쩌면 무언가가 당신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

미처 깨닫지 못했을 수 있지만 메뉴판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 레스토랑의 메뉴판은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한 선택을 하게끔 유도할 수 있는 복잡한 마케팅 도구다. 레스토랑 메뉴판은 심지어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할지 일러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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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의 표지조차도 우리가 어떠한 경험을 하게 될지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옥스포드대학교의 실험심리학 교수 찰스 스펜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메뉴판에는 소비자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도록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많죠."

메뉴판에 나와있는 메뉴의 순서라든지 글씨체를 바꾸는 단순한 일도 사람들의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위 '메뉴 공학'이라는 게 이제는 하나의 산업이 됐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하고 음식 주문을 더 하게끔 특정한 메시지를 메뉴판 디자인에 담는 것이다.

"전세계 지점에서 하루에 백만 명의 손님을 받는 대규모 체인점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세 번 정도 테스트한 다음 메뉴판을 완성하는 데 18개월까지 걸릴 수 있어요."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일하는 메뉴 공학자 그렉 랩은 이렇게 말한다. 그는 34년동안 다국적기업부터 작은 동네 카페들의 메뉴를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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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재료의 유래를 강조하는 표현들을 쓰면 음식이 실제보다 더 저렴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고객들이 메뉴를 바라보는 시간은 단 몇분 밖에 안 되죠. 그래서 우리는 고객들이 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길 바랍니다. 원하는 메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면 나머지 시간을 더 주문할지도 모르는 다른 메뉴를 보는 데 쓸 수 있죠."

웨이터가 메뉴판을 건낼 때 처음으로 고객이 느끼는 것은 아마도 그 무게일 것이다. 보다 무거운 메뉴판은 고객이 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글씨체

메뉴에 새겨진 글씨체 또한 비슷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탤릭체는 고품질의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읽기 어려운 복잡한 글씨체를 사용하는 것은 또다른 효과를 줄 수 있다. 음식 자체의 맛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실시된 한 실험 결과 시음자는 똑같은 와인을 마시더라도 보다 읽기 어려운 글씨체의 라벨이 붙은 와인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펜스 교수가 자체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도 소비자는 동그란 글씨체를 달콤한 맛과 연관시키곤 한다는 걸 발견했다. 한편 각진 글씨체는 짜거나 시거나 씁쓸한 맛을 연상시키곤 했다.

"레스토랑은 이를 활용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비싼 음식을 시키게 유도할 수 있어요." '미식의 물리학: 식사의 새로운 과학'이란 책을 최근 쓴 스펜스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메뉴판의 언어 그 자체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아무래도 '목초를 먹인 애버딘 앵거스 필레와 굵게 썬 로즈마리 프라이'가 단순한 '스테이크와 칩'보단 더 맛있게 들리지 않는가?

화려한 설명

영국의 리테일 업체 막스앤스펜서는 광고에서 자사가 판매하는 음식에 대해 장황하면서 종종 관능적인 묘사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품의 고급스러움에 대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이것은 그냥 푸딩이 아닙니다." 막스앤스펜서의 한 광고는 이렇게 선언한다. "진한 채널제도산 크림을 얹은 벨기에산 초콜릿 푸딩입니다." 이 푸딩의 판매량은 무려 3500%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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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된 라벨을 달고 있으면 선호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고르는 데 어휘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상세한 묘사로 가득한 이름을 가진 음식은 몇몇 경우 판매량을 27%까지 증대시킬 수 있다. 그 묘사에 재료의 유래를 담고 있으면 특히 효과적이다. '할머니가 집에서 구운 주키니(호박) 쿠키'는 '호박 과자'보다 훨씬 맛있을 것 같이 들린다.

캘리포니아의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최근 실사한 한 연구에서는 '다이너마이트 칠리'나 '지글지글 달콤한 그린빈', '바삭한 양파' 등의 현란한 묘사를 담은 야채가 카페테리아에서 23% 더 많이 선택됐다. 그런 표현이 메뉴를 보다 맛있어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어휘는 음식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 이상을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침샘을 자극할 수도 있다. 독일 쾰른대학교가 작년에 실사한 연구는, 음식을 먹을 때 입의 움직임을 흉내낸 단어로 영리하게 음식에 이름을 붙이면 음식의 맛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연구자들은 혀가 입의 앞뒤로 움직이게끔 하는 단어(이를테면 '보독')를 사용하면 보다 효과적이라는 걸 발견했다.

이러한 효과는 소리내지 않고 읽을 때에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뇌가 여전히 읽으면서 입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인 듯하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씹는 듯한 입의 움직임이 우리의 침샘을 자극한다고 추정했다.

코넬대학교의 브라이언 원싱크는 음식의 이름에 브랜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많은 레스토랑 체인에게 유효한 전략이며 '수제'나 '고전'과 같은 향수를 자극하는 단어를 쓰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애국심이나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도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이름값

그러나 장황한 형용사로 가득한 메뉴판을 주의하라. 거기에는 보다 상업적인 목적이 숨어있을 수 있다. 메뉴의 '가성비'가 더 높아보이게 만들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교의 계량언어학 교수 댄 주라프스키는 6500개의 메뉴판에서 65만 개의 메뉴의 어휘와 가격을 분석했다. 그는 메뉴를 설명하는 어휘가 길수록 가격도 더 비싸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명에 사용된 어휘의 평균 길이가 한 글자 늘어날수록 음식의 가격은 18센트(한화 약 200원)씩 올랐다.

"설명이 늘어날수록 고객의 머릿속에서 메뉴의 가치는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지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랩은 이렇게 말한다. "그냥 '뉴욕스테이크 43달러'라고만 쓰면 비싸게 여겨질 수 있지만 고기가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숙성을 얼마나시켰는지를 한 문단으로 써놓으면 보다 덜 비싸보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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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메뉴에 사진이 포함돼 있으면 우리의 뇌가 먼저 그 음식을 맛본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붙여 놓은 설명이 레스토랑 주인이 정말로 믿는 것과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죠. 안그러면 그냥 지어낸 것처럼 보일 겁니다. 음식에 숨어있는 이야기는 개인적이면서 진실해야 해요."

당신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메뉴판의 어휘만이 아니다. 메뉴판이 사용하는 색상 또한 영향을 미친다. 녹색과 같은 특정한 색상은 음식이 건강하고 신선하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 사용된다. 오렌지색은 입맛을 자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플로리다의 레스토랑 컨설턴트이자 메뉴 디자인 심리학의 전문가인 애런 앨런은 말한다.

붉은색은 긴박한 느낌을 주며 셰프가 당신이 주문하기를 가장 바라는 음식으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아마도 그 메뉴가 가장 마진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레스토랑은 고객이 보다 비싼 메뉴를 시키도록 부추기기 위해 다른 트릭을 쓸 수 있다. 가장 많이 쓰는 것은 가격을 소수점 이하로 깎는 것으로, 5.99달러는 6달러보다 저렴하게 여겨진다. 이는 전세계 리테일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트릭이며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여기에 익숙하다. 그러나 레스토랑 주인들은 또다른 트릭을 갖고 있다. 메뉴판에서 달러나 원화 표시를 없애는 것이다.

"달러 표시는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돈을 쓰고 있다는 고통스러운 사실을 상기시키죠." 앨런은 이렇게 말한다. "그냥 숫자만 쓰거나 (더 좋은 방법으로는) 단어로 쓰면 그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최고의 입지조건

앨런은 심지어 메뉴판의 메뉴 순서를 재배치하는 것조차도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비싼 메뉴를 메뉴판 최상단에 배치함으로써 그 밑에 있는 메뉴들은 보다 합리적인 가격인 것처럼 만들 수 있다.

"단지 메뉴판의 메뉴를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레스토랑의 이윤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앨런은 이렇게 말한다.

시선을 추적하는 기술을 사용한 연구는 고객이 메뉴를 읽은 방식이 예측하기 쉽다는 걸 보여줬다. 대체로 고객들은 메뉴를 책 읽듯이 읽는다. 그러나 랩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메뉴 페이지에도 금싸라기 땅이 있다.

"메뉴판을 들고 메뉴를 보는 고객의 시선을 추적하면 통상적으로 시선이 오른편 상단으로 향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메뉴판의 첫 메뉴도 최고의 입지죠."

대형 체인 레스토랑들은 메뉴를 옮기면 어떠한 영향이 발생하는지를 보기 위해 빅데이터를 사용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메뉴판에 너무 많은 메뉴를 담으면 오히려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고 메뉴 디자인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7개가 넘는 메뉴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메뉴판을 5~7개의 메뉴로 구성된 섹션들로 나누라고 말한다.

"메뉴가 7개를 넘으면 너무 많고, 다섯 개면 적절하고 세 개면 끝내주죠." 랩은 이렇게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수년 전 번모스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은 한 카테고리 당 여섯 개의 메뉴에서 선택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7개에서 10개까지로 보다 많은 선택지를 선호했다.

사진을 보세요

당신의 시선이 향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 외에도 메뉴판이 특정 음식에 대해 당신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특정 메뉴에 상자를 그려 넣으면 (대체로 스테이크처럼 비싼 메뉴에) 특히 효과적일 수 있다.

어떤 레스토랑은 계절 메뉴나 신상 메뉴에 로고를 달아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사진도 도움이 되지만 당신이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다르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음식 사진이 보다 저렴한 패스트푸드와 연관되는 편이다. 때문에 고급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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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주욱 늘어나는 치즈와 같은 이미지는 특히 강력한 효과를 낸다

"사진을 사용할 때의 문제는 사진을 볼 때 뇌가 이미 음식의 맛을 본 터라 진짜 음식이 오면 상상했던 것처럼 맛이 좋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단 거죠." 랩은 이렇게 경고한다. "실제로 나온 음식이 사진처럼 맛있어 보이지 않을 때도 많고요."

패스트푸드 햄버거집에 가본 사람이라면 모두들 한번쯤 경험해본 문제다. 메뉴판에서 볼 수 있는 죽죽 늘어나는 치즈와 반짝이는 육즙을 실제로 주문하고 나서 받는 음식에서는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의 식감을 자극하는 소위 '음식 포르노'의 힘은 디지털 시대로 들어서면서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고객들은 점차 더 많은 곳에서 휴대폰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테이블에 놓인 패드를 통해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은 늘어나는 치즈나 흐르는 노른자와 같은 움직이는 단백질을 매우 매력적으로 여깁니다." 스펜스는 이렇게 말한다. "메뉴판이 디지털로 변하면서 이를 비디오나 애니메이션으로 과시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겠죠."

미래의 메뉴판은 당신 스스로도 모르는 새에 당신이 무엇을 주문하길 원하는지를 알아차릴 정도로 정교해질 수 있다고 앨런은 주장한다. 몇 년 전 피자헛은 고객이 20개의 각기 다른 토핑을 훑어보는 시선을 추적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이 어떤 피자를 주문할지 예측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앨런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이를 진일보시켜 당신이 최근에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주문했는지를 확인하고 당신이 좋아할 수도 있는 다른 메뉴를 제안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레스토랑 산업은 메뉴 디자인과 메뉴 공학과 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수백억 달러를 썼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4차산업혁명이 가져오는 기회는 거대하지요.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포함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어떻겠습니까."

여전히 목초를 먹인 앵거스 필레 스테이크가 정말로 당신이 주문하길 원했던 것이라 확신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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