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의 실질적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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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전세계적으로 퍼진 #metoo 운동

형식적인 교육?

20세기 후반을 떠올리게 하는 활기 없는 그래픽, 진부한 형식, '여성들이 예민해서 부장님이 좋은 의도로 밥 한번 사겠다 했다가 성희롱 가해자가 된다'라는 얘기까지. 많은 회사에서 성희롱 예뱡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과 효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장 내 성폭력: 남녀 모두가 피해자

직장 내 성폭력은 생각보다 흔하다. BBC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영국 직장 여성의 50% 가 직장 내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연합의 통계 수치 또한 이와 비슷하다.

여성만 피해자는 아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남성 노동자 5명 중 1명이 '6개월 안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 라고 답변했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를 위협하는 문제인만큼, 해결책이 시급하다.

이미지 캡션 지난 3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성 평등 집회

성희롱 예방 교육

스웨덴의 한 영화사는 700명 배우들의 청원에 답하며, 모든 제작사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필수'로 진행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미국 하원 역시 연이은 성차별 사건에 대응하여 모든 하원 의원들이 차별 방지 교육을 받도록 했다. 물론 이렇듯 빠르고 진지한 대응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성희롱 예방 교육이 효과적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미약하다. 자칫 확실한 이유 없이 특정 동료를 기피하는 현상만 초래할 수도 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의 문제점

많은 회사들이 주기적인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은 동영상 청취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조차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희롱 예방 교육 내용은 주로 각 나라의 차별방지법에 의거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차별방지법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무려 68개다.

90% 이상의 미국 회사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제보 숫자는 몇 년째 그대로다.

답답함을 느낀 평등고용기회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EEOC)는 피해 실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EEOC 위원장 빅토리아 리프닉은 예방 교육 프로그램의 편협한 정의와 적용에 제일 놀랐다고 말한다. 빅토리아는 회사들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책임회피와 면죄부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냉소적이에요. 눈을 위 아래로 돌리며 시계만 바라보죠. 돌아가 할 일이 있으니까요"

오리건 법대 엘리자베스 티페트 교수는 1980년부터 2016년 사이 발생한 74건의 성폭력 사건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육이 지나치게 편협한 주제만을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소프트웨어'를 바꿀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교육이 지나치게 법률용어와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법을 이해하는 것이 실질적인 개선에 도움을 준다면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문제 해결이 직원들의 태도와 행동 개선에 달려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루한 영상 청취나 프레젠테이션은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또 한 시간을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 설교 받고 나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혹은 여성과의 대화는 위험하다"라는 공포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성폭력은 왜 일어나는걸까?

미국 텍사스 라이스 대학 에덴 킹 심리학 교수는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고,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남성은 침략자 그리고 여성은 문지기가 되어야한다는 신념"이 성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한다.

에덴은 영상을 청취하는 행위가 몇 세기 동안 뿌리 내린 고정관념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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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3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성 평등 집회

천편일률적 정책

킹과 리프닉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고용주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리프닉은 교육 영상의 배경이 대부분 사무실임을 지적한다. 근무 환경이 다른 공장 노동자들은 공감하기 어렵고 교육 효과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또 킹과 리프닉에 따르면 성폭력 교육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관점을 달리해 보는 것이 공감에 더 도움을 준다.

리프닉은 말한다.

"이건 당신의 생각을 바꿔놓기 위해 하는게 아니에요. 당신이 직장을 지키는 법을 알려주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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