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낙태죄' 폐지 논란 재점화

지난 26일 낙태죄 폐지를 요구 청원에 대해 조국 수석이 답변하고 있다 Image copyright 청와대
이미지 캡션 지난 26일 낙태죄 폐지를 요구 청원에 대해 조국 수석이 답변하고 있다

한국의 낙태 처벌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낙태죄'에 대한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발표했다.

이날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임신중절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낙태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약 9분가량의 영상에서 "낙태는 부정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며 낙태란 용어 대신 '임신중절'을 사용했다.

먼저 그는 '임신중절'과 관련한 현행 제도는 "모든 법정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며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빠져있다"고 밝혔다. 또 임신중절을 줄이려는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처벌강화 위주 정책으로 인해 "임신중절 음성화, 불법시술 양산, 고비용 수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 강조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 결정에 따라 논의될 부분'이라며, 청와대의 권한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날 청와대 발표에 앞서 지난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원치 않는 출산은 여성은 물론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 비극으로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제기됐다. 해당글은 개시 한 달 만에 23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한국의 경우 '임신중절'에 대한 처벌 기준이 형법에 규정돼 있다. 형법 269조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 받게 된다. 또 270조에는 산모의 동의를 받아 낙태를 도운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단 '모자보건법'에 임신중절이 가능한 예외조항을 마련했다.

예외의 경우는 부모가 유전학적 장애가 있거나 흠결이 있어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간강에 의해 태아를 임신했거나,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한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도 임신 24주 이후에는 임신중절 수술을 금지하고 있다.

'낙태죄' 찬반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2007년에는 정부가 공청회를 열어 낙태 예외 조항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할 지를 논의한 바 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낙태죄' 에 대한 헌번소원이 제기됐지만, 당시 재판관 4(합헌):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재판과 6명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최근 또다시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돼 현재 재판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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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 9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낙태 폐지 요구 시위

낙태 처벌에 대해선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제로섬으로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며 특히 "현재 의료기관에서 행해진 합법적 임신중절은 전체의 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지난 2010년을 끝으로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재개할 방침을 밝혔다. 또 '낙태죄' 처벌 기준 및 처벌 수위에 대한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가 진행중이므로,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은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조국 민정수석의 영상에서 교황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조국 수석은 '프란체스코 교황은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규정점을 찾아야 한다고' 인용했다. 이에 대해 한국천주교 주교회는 "교황의 발언을 왜곡 인용했다"고 항의하며, 정정을 요구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위윈회에 따르면 인용된 교황의 발언은 2013년 8월 19일 이탈리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러나 "교황은 당시 인터뷰에서 낙태에 반대하는 가톨릭 교회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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