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전범, 징역 20년 선고받자 법정서 음독자살

Slobodan Praljak in court at The Hague, 29 November Image copyright ICTY
이미지 캡션 "나는 막 독극물을 마셨다" 크로아티아군 사령관이었던 슬로보단 프랄략은 법정에서 목숨을 끊었다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전범이 29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크로아티아군 사령관이었던 슬로보단 프랄략(72)은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징역 20년을 유지한다고 판결하자 음독자살했다.

법정은 순식간에 범죄현장으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의료진을 불러 그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프랄략은 1992~1995년 옛 유고연방 보스니아 내전 당시 모스타르에서 당시 무슬림 학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이미 2013년 징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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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보스니아 내전 당시 잔혹행위로 재판받는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지도자들

이날 항소심에서는 2013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지도자 5명 역시 재판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옛 유고연방 보스니아 내전에서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와 무슬림은 세르비아계에 대항해 연합을 맺었지만, 모스타르에서 11개월 동안 서로 치열하게 싸웠다.

'그 병을 치우지 말라'

재판부가 징역 20년을 유지한다고 판결하자 프랄략은 "나는 전쟁 범죄자가 아니다. 이번 선고를 거부한다"라고 외쳤다.

백발의 노인은 이어 작은 병을 꺼낸 뒤 두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손으로 그 안에 든 액체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는 "방금 전 독극물을 마셨다"고 했고 당황한 재판부는 의료진을 불러 그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카르멜 에이지스 재판장은 급히 재판을 중단하며 "그 병을 치우지 말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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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재판부는 즉각 재판을 멈추고 의료진을 불렀다

후송을 위해 구급차가 도착했고 헬기도 출동했다. 성명을 통해 ICTY는 그에게 적절한 응급처치를 했으며 헤이그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별도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슬로보단 프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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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5: 오늘날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남
  • 1970~72: 자그레브에서 공학, 철학, 사회학 그리고 연극을 공부
  • 1970~80: 철학, 사회를 가르치고 연극연출가와 영화제작자로 활동
  • 1991: 전쟁이 일어나자 크로아티아 군에 입대, 소장으로 활동
  • 1993: 크로아티아 방위 세력(HVO) 사령관을 맡아 지휘
  • 전쟁 후: 사업에 매진
  • 2004: 헤이그 법정에 자진 출두, 가석방 받음
  • 2013: 무슬림 박해 및 살해 유죄 판결, 20년 징역
  • 2017년 1129: 항소심에서 징역이 유지되자 음독자살

크로아티아의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는 프랄략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가 목격한 그의 죽음은 전범 재판을 받는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와 크로아티아인 6명이 처한 부당함을 보여준다"며 "(크로아티아) 정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의 전쟁으로 고통받은 모든 이에게 위로를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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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모스타르에서는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가 프랄략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하지만 프랄략의 변호사인 나타샤 가보 이바노빅은 그가 법정에서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왜 그랬는지는 꼭 알아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마 그의 "순진함"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또 재판부가 그의 개인적인 삶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과 역사 그리고 국가 전체를 고려했기 때문에 억울하게 느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크로아티아 국민 모두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들다"라고 말했다.

무슬림 학살

크로아티아방위협의회(HVO)로 알려진 크로아티아 방위 세력을 지휘했던 프랄략은 '인류에 대한 범죄'로 징역을 받았다.

법원은 그가 1993년 여름 군이 무슬림 인종청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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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복원된 모스타르 시내 옛 교량

무슬림 탄압과 학살 계획은 물론 '무슬림의 보물'로 꼽히는 모스타르 시내 옛 교량과 사원 파괴 계획도 묵인했다고 했다. 야드란코 프리치 전 총리도 그와 함께 법정에 섰다.

한편 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보스니아 전쟁 중인 1993년 유엔에 의해 설립됐고 올해 연말 해체될 예정이다. 그동안 161명을 기소해 90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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