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친구들: 아프리카 제대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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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민, 라비, 조나단이 말하는 '한국에서 검은 피부로 살아가기'

요즘 SNS에서 핫한 '페북 스타' 라비, KBS 인간극장이 낳은 스타 조나단, 타임지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한현민.

라비와 조나단 형제는 콩고에서 온 '난민' 출신이고, 한현민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 모델이다.

이 셋의 공통점은 한국에서 살고있지만 대다수의 한국인보다 검은 피부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검은 피부로 사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지 캡션 "이태원 초등학교에 가면 1/3이 흑인이에요. 외국인 학교인 줄 알았어"

외국인

이태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현민은 달라진 학교 풍경에 대해 말한다. "신기한게 이태원 초등학교에 가면, 옛날에는 외국인들이 없었잖아요. 이태원 초등학교에 가면 1/3이 흑인이에요. 외국인 학교인 줄 알았어."

한국 내 외국인은 2012년 145만명에서 2016년 205만명으로 무려 60만명이나 늘었다.

외국인 인구가 최근 5년간 매년 9.2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태원 초등학교의 1/3이 흑인이라는 한현민의 이야기도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조나단의 말처럼, 지역별로 분포도 차이가 크다. 한현민이 사는 서울시에는 26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하지만 라비와 조나단이 사는 광주광역시에는 2만 1천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

흑형

'흑인 형'의 줄임말인 흑형을 포함해 한국에 사는 흑인들은 '깜시, 깜둥이' 등의 호칭으로 불려왔다.

역사적으로 주로 피부색이 같은 민족끼리 교류해 흑인을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흑인을 대상화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할아버지, 아저씨 할 것 없이 다 흑형이라고 부르니까 문제죠. 좋은 뜻으로 말하는 것까지는 뭐라고 할 생각 없어요. 대신 나이를 보고서 할 상황이 있고 아닌 상황이 있다는 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라비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피부 관련 발언에 상처 받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호칭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다. 받아들이기에 불편하다면 그 말은 어떠한 의도로라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에 대해 한현민은 "사람들이 흑인을 볼 때 흑형이란 말 되게 많이 써요. 저희 같은 사람이 듣기에 되게 기분 나쁜 단어인데, 억양이라는게 나쁜데 그걸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아요." 라고 전했다.

실제 법규를 살펴보아도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한 경우 형법 311조인 모욕죄에 해당되어 처벌 받을 수 있다.

미디어에 대한 아쉬움

"저희는 약간 BBC나 그런 방송 보면, 아프리카의 산업이나 뮤직이나 이런게 나와요. 안 좋은 것도 나오는데 다양하게 나와요.. 근데 한국의 미디어는 아프리카 가면 원주민 문화만 찍어요." 조나단은 언론이 아프리카를 지나치게 '원시화'한다고 지적한다.

"공항에 내린 것도 안 찍고. 원주민 나무 타고 이런 것만 나오니까..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박히는거죠."

이미지 캡션 모금방송은 아프리카 인들을 문제해결의 능력이 없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로 묘사한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는 정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걸까?

자선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진행한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방식과 수용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방송과 신문은 아프리카를 대체적으로 '전근대적인 정치 아래 권력자의 독재와 횡포가 만연하고 내전이 자주 발생하는 불안정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며 이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묘사했다.

또 다큐멘터리와 모금방송과 같은 비뉴스 방송프로그램은 98.4%가 사적인 특정 개인 혹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이 중에서도 아프리카의 척박한 환경과 고통 받는 아이들을 다룬 비율이 높았다.

유니세프

조나단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본인의 경험을 공유했다.

"용산역 엄청 큰 티비 있잖아요. 유니세프 광고가 나오는 거에요. '저희 아이들을 살려주세요.' 이라는 멘트가 나오니까 다 쳐다보는 거에요."

조나단의 말처럼 특히 모금방송은 아프리카인을 문제해결의 능력이 없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로 묘사한 경우가 많았다.

태양이 내리 쬐이는 가물고 메마른 땅, 황토색 흙이 날리는 땅에 상·하수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 내전에서 집을 떠나 온 피난민들과 구호 물품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몰려든 빈민층들이 운집한 난민 캠프.

'아프리카'라는 단어와 함께 척박한 환경, 기근과 질병에 고통 받는 영·유아, 그리고 어린이를 자주 등장시켜 후원을 독려하려 한 것이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한국인의 왜곡된 '아프리카' 인식의 근원이 미디어에서 기인한다는 '미디어 책임론'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미지 캡션 "저희는 섞이면 바로 섞고 하는거니까. 부모님은 말을 하는게 어려워요. 9년동안 살면서 한국어를 저희만큼 못하세요"

난민: 부모님과 우리

라비와 조나단은 부모님 걱정이 우선이다. "부모님이 저희보다 힘들어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저희는 섞이면 바로 섞고 하는거니까. 부모님은 말을 하는게 어려워요. 9년동안 살면서 한국어를 저희만큼 못하세요."

라비와 조나단의 가족은 '난민' 출신이다. 비밀정보국에서 일하던 아버지 욤비 토나(현 광주대 교수)가 콩고민주공화국의 정치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이주하면서 온 가족이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가지고 살게 됐다. '콩고왕자'라는 라비의 별명도 키토나 부족 '왕자'였던 아버지 욤비 씨 덕분에 얻은 것이다.

의학 전문 저널 KISEP에 기재된 전우택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난민들은 매우 심각한 정신의학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전체 난민의 18.4%가 정신과적 질병을 진단 받는 환자임을 보고하였고, 그중 8.5%는 적응 장애, 5.5%가 주요우울증이라고 보고되었다.

라비와 조나단의 아버지인 욤비는 세이브더칠드런과의 인터뷰에서 동네 아이들은 학교 가는 길에 라비와 조나단을 기다렸다가 괴롭히고 때리는 등, 자신과 아이들이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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