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죽었다고 여기는 질환을 앓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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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자신이 이미 죽었거나 자신의 장기가 사라지고 썩고 있다고 생각하는 증상을 코타르 증후군이라 일컫는데 여기에는 여러가지 신경학적 요인이 작용한다

"완벽한 검은색의 어둠으로 가득한 순간이었어요. 전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죠."

심각한 오토바이 사고를 겪고 난 후, 워런 맥킨레이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국 군인이던 그는 식사를 중단했다. 자신이 뭔가를 먹을 필요가 있단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료사들이 저를 낫게 하려고 시도했지만, 저는 제가 죽어 있는데 굳이 나으려고 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곤 했죠."

36세의 워런은 코타르 증후군을 겪고 있었다. 세계에서 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질환으로 1880년 프랑스의 신경학자 쥘 코타르가 처음으로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자신이 죽었다고 여긴다. 또는 자신의 장기가 사라졌거나 썩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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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워런 맥킨레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할 예정이었으나 사고로 등과 골반이 부서지고 뇌에 부상을 입었다

중국, 인도, 멕시코, 미국, 덴마크, 스웨덴을 비롯한 나라에서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환자들의 망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된다.

멕시코에 사는 55세의 레스토랑 주인은 가족에게 자신의 성기가 짧아지더니 사라졌다고 말한 후 입원했다. 병원에서 그는 의사들에게 자신의 눈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응급실의 의사가 자신의 눈알을 제거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그 의사가 자신의 심장을 도려냈으며 자신의 왼손이 괴사했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에서는 한 연금생활자가 갑작스레 남편을 잃고 나서는 점차 자신의 냉장고를 불신하게 됐다. 55세의 이 환자는 자신의 식도와 위장이 접착제로 붙어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식음을 전폐하기 시작했다.

그는 체중이 19kg가 줄은 이후 입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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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코타르 증후군은 뇌 손상과 연관이 있다. 망상을 겪고 있는 환자의 뇌 CT 사진을 보면 손상을 입은 부분이 검게 나타난다

카슈미르에 사는 28세의 주부는 자신의 간이 부패하고 있으며 심장이 사라졌다고 호소한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자신의 위장도 사라졌다고 말했고 자신이 걸을 때 자신의 신체를 느낄 수 없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59세의 여성이 자신이 썩어가고 있는 시체이며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주장하여 입원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워런은 자신이 겪은 오토바이 사고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 때문에 그런 망상이 생겨났다고 여긴다.

그는 영국군에서 훈련을 받은 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될 예정이었다. 훈련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다가 시속 100km의 속도로 나무를 들이받았고 그로 인해 골반과 등이 부러지고 뇌에도 손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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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워런(오른쪽)과 레이싱 드라이버 콜린 터킹턴

"나무를 들이받은 거나 몸의 뼈가 부러지는 것 등,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고통을 느낀 걸 기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무언가에 대해 신경쓰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시 제 딸이 태어났고 저는 검사를 받았는데 그중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워런은 이렇게 덧붙였다.

기억의 공백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사고로 죽었다고 여기게 만들었다고 워런은 말한다.

수개월 후 그는 잉글랜드 남부에 있는 헤들리 코트 군 병원에 입원한다.

그는 병원이 마치 "유령들의 대기실" 같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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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적절한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지금 와서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두 아이의 아버지인 워런은 당시를 그렇게 회상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끔찍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전투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니까 제가 무슨 일종의 사후세계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의료진은 그에게 그가 정말로 죽었다면 가고 싶은 곳을 놔두고 왜 병원에 왔겠느냐고 묻곤 했다.

"전 그게 제게 주어진 형벌이라고 생각했죠." 그는 이렇게 말한다.

뇌 손상은 코타르 증후군과 연관된 조건 중 하나다.

홍콩중문대학의 정신과 교수 헬렌 치우는 그밖에도 심각한 우울증이나 정신분열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밖에도 파킨슨병, 장티푸스, 편두동, 심장 이식 합병증, 다발성경화증, 항바이러스제 아시클로버 등도 이 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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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과학자들에 따르면 코타르 증후군이 부분적으로 내면을 탓하는 성향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한다

치우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생물학적 원인 외에도 정신적, 사회적인 요인도 종종 연관이 되곤 합니다."

"환자가 겪고 있는 정신과적 질환이나 증후군을 겪기 전의 성격, 가족·사회·재정적 환경이나 삶에서 발생한 사건이 망상의 내용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은 몇주 또는 심지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코타르 증후군은 주로 노인들에게 관측되는 편이지만 10대나 유아도 이 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있다.

코타르 증후군에 단 하나의 원인은 없다. 매우 희귀한 질환이라 대부분의 과학적 자료가 개별 사례의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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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큰 사고를 겪고 나서 코타르 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증후군은 두 가지 요인이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멕시코 국립신경외과연구원의 헤수스 라미레스-버뮤데스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0년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워런이 겪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환자들은 흔치 않은 경험으로 고통받은 후 공허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런 공허감이 무엇을 믿어야 할지를 가늠하는 능력의 손상과 스스로를 자책하는 성향이 결합하면서 코타르 증후군으로 이어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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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PET 촬영을 한 코타르 증후군 환자의 뇌를 보면 푸른 부분으로 표시된 부위의 대사량이 특이할 정도로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자기성찰과 관련이 있다

신경외과적 원인으로는 자기성찰과 관련된 뇌의 부위의 대사량이 매우 낮은 것과 뇌 확장이나 축소, 또한 생각과 행동, 논리 능력에 중요한 전두엽의 손상이 있다.

워런은 코타르 증후군을 겪고 있는 다른 환자를 만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었으며 집에 돌아와 가족과 재회하고 나서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적절한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지금 와서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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