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 예루살렘 선언에서 중요한 대목 6가지

Palestinian demonstrators burn pictures with US President Donald Trump in Bethlehem, West Bank. Photo: 6 December 2017 Image copyright AFP/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팔레스타인의 시위대가 웨스트뱅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웠다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화에서 주된 요점이 무엇인지 BBC의 바버라 플렛 어셔 기자가 짚어본다.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우울한 크리스마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팔레스타인의 고위 외교관은 내게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중재에 성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미국 사절단장 후삼 조믈롯은 회의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중재에 "전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낙관주의적인 시각이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사절들은 분명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백악관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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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팔레스타인은 미국 의회에서 베들레헴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를 생중계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조믈롯은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의원들과 정부관계자들을 초청하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 준비를 했다.

베들레헴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를 미국의 정치 1번지에 생중계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PLO 사절단은 예루살렘에 대한 미국의 결정에 대해 뒤늦게 통보받고는 행사를 취소했다. "평화의 메시지와 상반되는 발표"가 있은 직후에 그런 행사를 갖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략의 부재

팔레스타인은 물론이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랍의 지도자들도 대부분 미국의 결정에 놀랐다는 사실은 이것이 미국의 중동 전략의 일환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줄 따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회담을 위한 포석을 깔기 위해 상황을 뒤흔드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정황들이 그가 단지 친이스라엘 성향의 미국 유대인들과 복음주의적 기독교도들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유지시키는 데 몰입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 이전 연기 문제에 대해 4일 가졌던 회의에서 외교안보팀의 계속되는 반대에 불만을 표했다 한다.

1995년에 미국 의회가 제정한 예루살렘 대사관법으로 인해 미국은 매 6개월마다 이스라엘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거나 보안상 여건을 이유로 의회의 요청을 보류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전하는 절차를 시작한다는 조건 하에 보류안에 서명하겠다고 했다.

"전임 대통령들이 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키지 않았습니다. 오늘, 저는 그 공약을 지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기독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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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정책에 대한 선언문을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가 선언문을 낭독하는 중 어깨 너머로 비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공약을 지키도록 설득한 주요 인물이었다. 이는 이스라엘을 열렬히 지지하는 강성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정치적 힘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의 국회의원이자 기독교인인 하난 아슈라위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나의 하나님은 그의 하나님이 그에게 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진짜 기독교인이고 이 땅의 주인이며 우리가 바로 이곳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어딜 감히 그들이 여기 와서 나에게 성경 이야기를 하고 절대론적 주장을 한답니까!"

공교롭게도 진취적이었던 조믈롯은 기독교를 테마로 미국 의회에 어필하려고 했었다. 그는 활동가들에게 '예수님은 팔레스타인에서 온 선물입니다'라는 행사 모토가 기독교 미국에게 팔레스타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새로운 중동에 대한 시험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아랍 동맹국의 반발을 촉발시켰다.

예루살렘은 단순히 영토 분쟁이 있는 수도가 아닌 종교적 성지다. 아랍의 지도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는 실용주의적인 자세를 취할지 몰라도 종교적 성지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그런 자세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

이슬람 성지의 보호국으로서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선언과 같은 행동이 무슬림 세계를 격앙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아랍에서 일어난 일련의 혁명들로 인해 특히 걸프 지역 국가들은 이란을 막는 것을 예루살렘 문제보다 우선시했다.

이를 위해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조용히 첩보 분야에서 협력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들의 편으로 둬야 한다.

만약 걸프 지역의 아랍 국가들이 예루살렘에 대해 말은 많이 하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중동의 질서가 새롭게 바뀌었다는 또다른 증거가 될 것이다.

문제는 2국가 해법

정말로 중요한 질문은 이스라엘의 수도가 서예루살렘이냐가 아니라 동예루살렘이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가 될 것인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가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주권의 경계나 국경 분쟁의 해결안을 포함한" 예루살렘의 최종적 지위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갖는 것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여지를 남겼다.

이는 동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영토권 주장이 여전히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나 그는 이를 적시하지 않았으며 최종 목표가 2국가 해법이라고도 분명히 말하진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에서 동의한다면 미국은 그러한 해법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측에서 원하던 분명한 지지는 아니었다.

결국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에게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그의 연설은 이스라엘의 지지로 비쳐졌다.

평화 협상에는 자살골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것이 평화 협상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상은 자신이 추진해 온 평화 협상을 스스로 망친 것에 더 가깝다. 이번 행위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예루살렘에 대한 영토권을 어느 정도 양보하는 것에 완강히 반발하는 이스라엘 우파들은 분명 더 대담해질 것이다.

또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협상에 임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평화 협상에 계속 천착할 것이며 상황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팔레스타인으로서는 평화 협정을 거부하고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예루살렘을 둘러싼 분쟁 한가운데에 빠트렸다. 중재자로서 불편한 위치인데다가 옹호하기도 어려운 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