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검찰이 5번 소환하고 3번 구속을 요청한 끝에 겨우 잡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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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5일 새벽 검찰의 세 번의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됐다.

법원은 우 전 수석의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우 전 수석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가져왔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인물 중 유일하게 구속되지 않은 고위급 인사였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지금까지 다섯 번 불러 조사했고 세 번 구속을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두 번째까지 요청을 물리쳤다가 이번에 결국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숱한 권력자들도 위축되곤 한다는 검찰의 조사실에서도 팔짱을 끼고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그의 모습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우 전 수석이 2016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검찰에 소환되고 구속영장 심사를 받은 과정을 정리했다.

2016년 11월 6일: 첫 번째 검찰 소환

끊이지 않는 의혹과 야권의 사퇴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던 우병우 당시 수석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2016년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 PC 보도였다.

그때까지 많은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벗어나지 못했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은 이 보도로 인해 일거에 하나의 스캔들, '게이트'로 바뀌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보도 이튿날인 25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해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흘 뒤인 2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전원 사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윽고 서초동이 그를 불렀다. 한때 대한민국의 사정기관을 총지휘하는 자리에 있던 우병우 전 수석은 11월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이때 조사를 받은 혐의는 최순실 게이트와는 큰 연관이 없는 편이었다. ▲처가에서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할 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가족회사의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아들이 군 생활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등, 횡령 및 직권남용에 대한 혐의였다.

우 전 수석의 첫 번째 검찰 소환은 우병우라는 인물을 한국 국민들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시켰다. 여기에는 우 전 수석의 성격도 한몫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우 전 수석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질문을 한 기자에게 한숨을 쉬더니 날카롭게 쏘아보는 모습.

이튿날 조선일보는 우 전 수석이 미소를 띠고 팔짱을 낀 채로 검찰 직원들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다.

반향이 컸던 사진보도로, 이 모습을 촬영한 사진기자는 나중에 자신의 결혼사진도 같은 포즈로 찍었을 정도.

2017년 2월 18일: 두 번째 소환

숱한 화제를 남겼던 첫 번째 소환 이후 3개월이 지난 2017년 2월. 우 전 수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두 번째로 소환됐다.

이때부터 최순실 게이트와의 연루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첫 번째 소환 때는 고발을 받아 조사를 받는 피고발인 신분이었으나 이번에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다.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면서 최순실 등의 비리를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직무유기)과 자신에 대해 감찰을 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직권남용)이 주된 혐의였다.

2017년 2월 21일: 첫 번째 구속영장 신청 → 기각

박영수 특검팀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구속영장 신청의 주된 쟁점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였다. 우 전 수석은 자신에 대한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하고 최순실의 딸 최유라에 대한 지원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인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22일 새벽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우 전 수석은 법원이 영장심사를 하는 동안 대기하고 있던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왔다.

2017년 4월 6일: 세 번째 검찰 소환

탄핵심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한 달 즈음 우 전 수석은 다시 서초동을 찾았다.

첫 번째 소환의 주체는 검찰의 특별수사팀이었고 두 번째는 박영수 특검팀이었다. 그동안 검찰에는 특별수사본부가 생겼고 우 전 수석의 세 번째 검찰 소환은 이 특별수사본부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소환의 주된 의혹은 두 번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밖에도 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공무원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양경찰의 대응에 대해 수사하는 광주지방검찰청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 등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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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국회 청문회장에서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2017년 4월 11일: 두 번째 구속영장 신청 → 기각

우 전 수석의 혐의내용과 그에 대한 소명에 큰 변화가 없었기에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다.

이번에도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가진 이튿날인 12일 새벽에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혐의 내용에 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게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17년 11월 29일: 네 번째 소환

정권이 바뀌고 우 전 수석에 대한 혐의 내용에는 큰 업데이트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국가정보원이 엮이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과 경찰 뿐만 아니라 국정원도 관할한다. 간첩 등의 대공 수사에는 국정원도 관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갖고 있는 풍부한 국내 첩보의 유혹을 무시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정권이 바뀐 이후 특히 국정원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국정원의 간부급 인사인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통해 우 전 수석이 공무원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적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다는 혐의가 새로 발굴된 것.

우 전 수석은 이날 네 번째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11일: 다섯 번째 소환, 그리고 세 번째 구속영장 신청

국정원과 관련된 의혹에 이제는 관련자들의 진술까지도 확보가 됐다.

앞서 구속된 추명호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전화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에 대한 뒷조사를 지시하고 이에 대해 국정원 내부 보고를 생략하고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진보 성향 교육감과 과학계 인사들에 대한 뒷조사도 국정원에 지시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의혹의 골자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국정원의 연관이 전직 국정원 간부들의 진술로 어느 정도 확인된 이상 혐의가 갖는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2017년 12월 15일: 마침내 구속

법원이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가장 큰 이유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뒷조사를 국정원에 지시했다는 혐의가 추 전 국장 등의 진술로 보다 분명하게 소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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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은 현재 재판을 치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악재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는 것은 물론이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인정돼야 한다.

우 전 수석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에 대해 민정수석으로서의 정상 업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해 왔다.

때문에 관련 혐의에 대한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도 이번에는 이를 인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더더욱 악재

우 전 수석의 구속은 파면된 이후 재판을 치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당연히 악재다.

경찰·검찰은 물론이고 국정원까지 관할하는 민정수석을 역임한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중 많은 부분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 대해 사직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에서 이에 대한 증언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검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자신에게 제기된 불법 사찰 혐의 중 김진선 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 관한 동향 파악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우 전 수석의 구속은 앞으로 전개될 박 전 대통령 재판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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