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용닝: 누가 그의 죽음을 책임질 것인가?

우용닝 사진 Image copyright 웨이보
이미지 캡션 우용닝은 고층 건물 위에서 찍은 아슬아슬한 인증샷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 11월 중국의 20대 청년 우용닝은 평소와 같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했다. 안전장치 없이 고층건물에 올라가 손가락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후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은 평소와 달랐다. 그는 중국 창샤시의 한 62층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그의 모험을 지켜보던 수십만명의 팬들은 새로운 '묘기' 사진이 올라오지 않자 걱정하기 시작했다. 최근에서야 그의 여자친구와 당국이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SNS를 통해 인기를 얻은 그의 죽음 또한 SNS로 널리 전파됐다. 아찔한 인증샷을 찍던 최후의 순간이 담긴 영상이 이번 주 온라인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우 씨의 죽음은 단순히 한 젊은 청년의 죽음에 그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런 위험한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과 그 영상을 보는 '우리'가 그의 죽음에 일조하지 않았는지 묻기 시작했다.

베이징 뉴스에 따르면 우 씨는 중국의 영상 플랫폼인 후오샨(Huoshan)에 500개가 넘는 영상과 라이브 스트리밍을 게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를 통해 최소 55만 위안(약 9100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의 인기 비결은 '루프토핑'(rooftopping)이었다. 안전장치 없이 고층건물에 올라가 묘기를 부리는 기술로 그 아슬아슬함 때문에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각광받고 있다.

Image copyright Huoshan.com
이미지 캡션 후오샨의 웹사이트에는 "영상을 찍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문구가 게재되어 있다

보도 이후 이런 행태를 비판하는 사설이 쏟아졌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이런 웹 사이트 운영업체들이 "수익에 눈이 멀어 영상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해로운 영향을 간과하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후오샨은 자사가 우 씨에게 위험한 묘기를 권유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보도자료를 통해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이들의 모험가 정신을 존중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항상 주의했고 그런 행위를 권유하는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자사가 우 씨의 영상을 후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중국의 시나 뉴스를 고소한 상태다. 현재 후오샨에서 우 씨의 영상은 모두 삭제됐다.

'죽음'의 크라우드펀딩

일각에서는 우 씨의 영상을 즐겨보던 이들 또한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인기 BJ에게 '별풍선'을 선물하듯 대다수 중국 영상 플랫폼에서 시청자는 방송 진행자나 영상 제작자에게 '가상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인기 SNS 스타들은 이 가상 선물을 현금으로 교환해 돈을 번다.

온라인 토론 사이트 지후(Zhihu)에서 한 네티즌은 "(우 씨의) 영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 모두가 그의 죽음을 크라우드펀딩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영상을 보고 그를 칭찬하는 건 마치 자해 충동이 있는 사람에게 칼을 사주거나 건물에서 뛰어내리라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좋아요'도 누르지 말고, '팔로우'도 하지 말아라. 이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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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4000만 원 버는 중국 BJ의 일상

골드러시

중국에서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한다. 그리고 중국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인원이 이를 소비한다.

검열과 각종 규제로 악명 높은 중국이지만, 라이브 스트리밍은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 같이 금을 캘 수 있는 미지의 세계로 여겨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에 뛰어들수록 영상의 수위도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날달걀을 삼키는 것은 물론이고 금붕어를 먹거나 옷을 벗기도 한다. 루프토핑도 그 중 하나였다.

몇몇 영상 플랫폼은 이런 행태를 장려하고 있다. 실제로 후오샨은 올 초 인기 콘텐츠를 모집하며 상금 1650억을 내걸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외설적인 소재'에 대한 금지령을 선포하고 해당 플랫폼에 엄격한 콘텐츠 관리를 주문했다.

우 씨의 죽음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규제 강화에 대한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인민일보는 웨이보 논평에서 "이런 빌어먹을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은 규제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지 못할 법한 영상은 모두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또다른 검열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이제 영상 플랫폼까지 규제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규제하지 못해서 없애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모든 책임을 라이브 스트리밍에 전가시키려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취재 보조: 웨이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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