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혁신위 '개성공단' 지적의 의미와 논란

2016년 2월 11일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개성을 떠나는 차량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2016년 2월 11일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개성을 떠나는 차량

한국 정부가 2016년 당시 청와대의 '일방적 지시'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했고, 폐쇄 결정에 대한 토론과 협의도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당시 논란이 됐던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이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다는 주장은 구체적인 정황이 없는 탈북민의 진술에 기초한 추측이었다는 것도 확인됐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발표했다.

정책혁신위원회는 통일부 정책과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9월 설치된 자문기구로, 학계와 민간전문가 9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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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대북정책 점검결과 발표

정책혁신위원회 김종수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박근혜)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절차로 결정을 내렸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사 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치 않고 일방적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책혁신위원회는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남북회담, 민간교류, 통일 교육 등의 정책에서도 "통일부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 전날인 27일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상에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나와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주목된다.

BBC 코리아는 아직 남아 있는 개성공단의 문제와 논란에 대해 짚어보았다.

폐쇄 과정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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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시위

2016년 2월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의 근거로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사용된 자료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거를 공개하라는 국회와 언론의 요구에 "여러 정보를 수집한 자료이며,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정책혁신위원회에 따르면 홍 전 장관이 말한 근거는 구체적인 정황이 아닌 탈북민의 진술에 기초한 것으로 "객관성과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위원회는 당시 통일부가 개성공단 중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했고, 이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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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0년 개성공단 모습

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하루 뒤인 2월 8일 개성공단을 중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지시'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통일부 장관에게 전달됐고, 이틀 뒤인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통일부 및 관계부처 간 토론 및 협의가 없었다.

김종수 위원장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헌법, 남북관계발전법,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에 근거한 행정행위가 아니라 통치행위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개를 위한 움직임

앞서 27일 외교부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불과 하루 만에 '개성공단 중단'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현 정부의 이른바 '적폐청산'을 위한 결정이란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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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7일 보고서 발표하는 위안부 TF 오태규 위원장

또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초석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종수 위원장은 "국제정세 변화 등에 따라 여건이 조성된다면 개성공단을 재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월 한 강연에서 "북핵 제재 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통일부의 우선적 과제로 풀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전화됐을 때 단계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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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조명균 통일부 장관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대비해 이미 기존의 개성공단 운영방침과 규정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 딜레마

문제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이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로 인해 유엔(UN) 대북제재안의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내세우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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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개성공단 노동자

또 아직 '개성공단'에 대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이 남아있다는 것도 문제다.

혁신위의 지적처럼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전용'은 근거 없는 추측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는 그동안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 방법 및 실수령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와 월급명세서 지급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들의 경우 서면상으론 대부분 폴란드 현지 기업과 고용계약을 맺고 월급을 직접 받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현지 관리자가 모든 계약서와 월급을 일괄적으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문제는 개성공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근로자들의 채용 및 관리는 모두 북측 인력알선업체가 주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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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개성공단 내 은행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근로자에게 월급을 직접 전달한 것이 아니라 북측 업체에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납부'했기 때문에, 통일부가 북한 근로자들이 실제로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받았는지 밝히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등 국제인권단체는 개성공단 근로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이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이 아니므로 국제노동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고수해왔다.

따라서 이번 혁신위 발표에 따라 앞으로 통일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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