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북한 최초의 장애인 동계 스포츠 선수들을 만나다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북한의 최초 동계 장애인 스포츠 선수인 마유철 선수와 김정현 선수. BBC가 그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 최초의 장애인 동계 스포츠 선수인 마유철 선수와 김정현 선수.

북측이 평창에도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개략적인 구상을 알려와 두 선수의 평창 패럴림픽 참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BBC가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 달 만에 장애인 탁구 선수에서 스키 선수로

이미지 캡션 마유철 선수

"제 이름은 마유철이고, 평양에서 태어나서 지금은 조선장애자체육협회에서 스키 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오베리드의 한 스키 훈련장에서 만난 마유철 선수는 좌식스키에 끈으로 몸을 묶은 채 폴을 눈 깊숙히 밀어 전진하며 나아갔다.

그는 어릴 적 집 앞 도로에서 달리기를 하던 도중 교통 사고를 당해 발목을 절단하며 장애인이 됐다고 말했다.

마유철 선수를 포함한 북한 대표팀은 20일부터 28일까지 독일 오베리드에서 열리는 2017-2018 월드 파라 노르딕스키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 중이다. 이란, 이스라엘, 몽골 등 각국에서 온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들도 일정을 함께 하고 있다.

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국제대회에 출전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선수 등록을 한 뒤 장애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Image copyright Kinsler Foundation
이미지 캡션 탁구 단체전에서 리철성(오른쪽), 마유철 선수가 홍콩을 3대 0으로 이겨 은메달을 획득했다

마유철 선수는 본래 유망한 장애인 탁구 선수였다.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 탁구 단체전에서 은메달 차지하고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그가 겨울 패럴림픽을 앞두고 좌식 스키에 매력을 느껴 지난 12월 종목을 전향했다.

"운동이 정말 좋습니다. 원래 여러 운동을 하는 편입니다."

올림픽 선수들과 달리 장애인 스포츠 축제인 패럴림픽 선수들은 종목을 바꿔 출전하는 일이 흔하다.

한국의 알파인스키 좌식 종목 한상민 선수도 2014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는 농구선수로 출전한 바 있다.

잊고 살았던 체육인의 꿈

이미지 캡션 김정현 선수

"저는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스키선수로 훈련하고 있는 김정현입니다."

마유철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김정현 선수는 올해로 19살이다.

이번 경기가 생애 첫 국제경기라는 그도 어릴 적 마 선수와 마찬가지로 교통사고를 겪고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제가 어릴 때 꿈이 체육인이었습니다. 체육을 막 하고 싶었었는데... '사고가 나서 꿈을 이룰 수 없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회 나와서 장애자체육협회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 너무 기뻐서 장애자체육협회에 신참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른 장애인들을 돕고 싶다'

이미지 캡션 북한의 최초 동계 장애인 스포츠 선수인 마유철 선수와 김정현 선수

마유철 선수는 조선체육대학의 원격 학생으로 입학해 체육을 공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른 장애자들도, 나 같은 장애자 같은 사람들이 체육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 방조도 주고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체육공부를 해서 그 사람들을 많이 도와줘서, 이런 경기들, 자기를 이겨내는 운동 경기에 많이 참여해서, 자기 희망, 그리고 있는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정현 선수는 김일성종합대학의 정치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앞으로 제가 장애자체육협회와 많은 국제기구와의 교류에 이바지하고픈 마음에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선택했습니다."

두 선수는 국제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는 동시에 공부도 철저히 해 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북한 내 장애인들에게 일어난 변화

이미지 캡션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중앙위원회 대외사업부 장국현 부원

유엔 인권이사회(OHCHR)는 작년 5월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특별보고관을 북한에 파견해 어린이를 포함한 장애인 인권 실태를 확인했다.

OHCHR은 보고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장애인 인권 실현을 개선하고자 노력을 기울여왔음을 인지한다"며 북한이 지난 15년 간 자국 내 장애인 삶을 "상당히" 개선하는 데 기여할만한 여러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장애자보호련맹이 특히 예술이나 스포츠 부문에서 장애인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인식 고취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며 북한 정부가 이러한 인식 고취 프로그램을 확대하길 독려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중앙위원회 대외사업부 장국현 부원은 장애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알릴 수 있는 행사 및 계기들이 많아지면서 장애자들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자들이 자신심을 갖고 분발해서 일어선 모습이 사회에 많이 비치고, 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높아져서 장애자 보호 사업에서 발전을 이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장애자라 하면 보호의 대상,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장애자가 스키를 탄다 하면 지난날의 시각 같은 경우는 '아, 그거 위험한데, 그러다 자빠지면 넘어지면 상하고 그런 거 하면 안 된다. 가만 앉아있어라' 하던 시각이 이제는 등도 두드려주고, '잘한다. 꼭 성공해야 한다'라며 자신심과 용기를 줍니다."

곱지 않은 시선

이미지 캡션 킨슬러 재단 신영순 대표

미국 민간인권단체인 킨슬러 재단의 신영순 대표는 2005년부터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중앙위원회와 협력하여 장애인 스포츠, 예술단, 직업 재활 활동 등을 지원해왔다.

"막내딸이 어려서 고열로 지적장애인이 됐어요. 그래서 장애인 사업을 하게 됐죠."

"딸이 장애인이 되고 생각할 수 없는 슬프고 실망스러운 인생을 잠시 살았지만, 결국에는 딸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됐어요. 딸이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는 하나의 창문이 되어준 거죠."

그는 장애인을 돕는 사업만 무려 40년 가까이 해왔지만, 여전히 편견에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북에 가서 일하면 무조건 빨갱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고아나 장애인을 돕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정치적인 편견을 갖고 평가할 때 마음이 아프죠."

유엔 제재 그리고 장애자 보호

북한은 지난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결의안 처리 이후 10번 째다.

장국현 부원은 유엔 제재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활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엔 제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장애인 늙은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자 보호 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껏 함께 일해오던 모든 민간단체들과의 교류 활동이 왕왕 단절됐습니다."

작년 10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유엔총회에 참석해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공급이 제한되거나 암 환자들이 항암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사례로 들며 제재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장국현 부원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유엔 장애자들의 권리에 대한 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임을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유엔 장애자의 권리에 관한 협약 당사국입니다. 우리나라는 협약 이행에 충실해서 협약 당사국으로서 협약을 충실하게 이행해나갈 것입니다. 또한 그 길에서 진정으로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국제기구들과 단체들 그리고 인도주의 활동가들과 교류와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 선수 및 관계자의 발언은 발언 당시 사용한 북한말을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