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직 보좌관 배넌은 정신이 나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전직 보좌관 스티브 배넌 Image copyright Reuters
이미지 캡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전직 보좌관 스티브 배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전직 보좌관 스티브 배넌에 대해 "백악관 직장을 잃자 정신이 나갔다"라고 말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의 신작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 실린 인터뷰에서 배넌은 트럼프의 아들과 러시아인들 간의 회동을 "반역적"이라고 표현했다.

2016년 6월 당시 트럼프 후보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러시아측 인사들과 접촉을 가진 적이 있다. 해당 자리에서 러시아측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힐러리 클린턴에게 해가 될만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배넌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스티브 배넌은 현재 정권이나 내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해고 됐을 때 직장만 잃은 것이 아니라 정신까지 놓아버린 모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스티브는 내가 대선 경선에서 17명의 후보를 누르고 이미 공화당 후보의 자리를 얻은 후에서야 나를 위해 일하기 시작한 참모였다. 내가 경쟁했던 17명의 후보는 공화당 역사상 가장 우수한 인재들로 평가받는다"라고 전하며,

"이제 혼자 남겨진 스티브는 나 같은 승자가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스티브는 우리의 역사적 승리와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미국에서 그동안 잊혀지고 무시돼왔던 사람들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전략가였던 배넌은 트럼프 백악관의 핵심 인물로 평가됐다.

8월에 백악관을 떠난 배넌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캠페인 메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후 그는 다시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대표 자리로 돌아와 트럼프 행정부를 "외부"에서 보조하겠다고 선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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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해 12월 5일 앨라배마 상원의원 보궐선거 공화당 집회에 참석한 스티브 배넌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인 12월 13일에도 배넌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앨라배마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로이 무어 후보가 낙선한 날이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대통령은 배넌과 15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12월 초에" 배넌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신간 저서 '화염과 분노: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서 배넌이 트럼프 장남의 회동을 "반역적"이고 "비애국적"이라고 표현했다는 사실이 밝혀진지 불과 몇 시간 후에 이뤄졌다.

배넌은 또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수사에 대해 "도널드 주니어는 전국민이 보는 텔레비전상에서 계란처럼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은 현재 미 상원과 하원, 그리고 특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크렘린궁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이러한 의혹을 강하게 부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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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1월 3일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샌더스 백안관 대변인이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는 "백악관에 아무런 접근 권한이나 영향력이 없는 인물들로부터 들은 잘못되고 오도된 소식들로 가득하다"면서 "누군가가 이처럼 쓰레기 같은 타블로이드 픽션에 가담한다는 것은 그들이 영향력을 얻기 위해 얼마나 불쌍하고 다급한 처지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이별

앤토니 주처, BBC 뉴스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는 스티브 배넌과 '브레이트바트'라는 보수 미디어 왕국의 등에 업혀 대통령 자리까지 왔다. 우리는 이제 트럼프가 이들과의 전쟁에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게 됐다.

배넌에 대한 대통령의 맹렬한 비판으로 봤을 때 트럼프와 그의 '영적 지도자' 사이 남은 건 까맣게 타버린 재뿐인 듯 하다. 트럼프의 두터운 지지자 층은 이에 대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배넌에 대한 이들의 헌신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번 전투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배넌 개인에게는 커다란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수년간 반체제 보수 포퓰리즘을 외치던 그는 드디어 권력의 한 자리를 차지했었다. 2017년 초 배넌은 "행정국가의 해체"가 그의 목표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다시 '외부인'이다. 오랜 숙적은 물론이고 한 때 같은 편이었던 사람들로부터도 포위돼 공격 받고 있다. 그의 대통령은 최근 기업들로부터 환영 받은 조세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2016년 이후 처음 개입한 선거인 앨라배마 상원 보궐선거에서는 굴욕적인 패배를 겪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보면 배넌과 트럼프 사이의 불화는 어쩌면 불가피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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