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도 '핵 단추'를 가지고 있다고?

핵가방을 든 미 해군 Image copyright Reuters
이미지 캡션 지난 11월 미 해군이 핵가방을 들고 헬리콥터에 탑승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자신도 '핵 단추'를 가지고 있다고 트윗을 올리며 북한에 경고했다. 그의 '핵 단추' 발언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반은 틀리고 반은 맞다.

먼저 틀린 부분. 텔레비전 리모컨 버튼 하나로 채널을 바꾸듯, 단추 하나를 눌러서 핵무기를 발사시킬 수는 없다. '핵 단추'는 핵무기 발사 명령의 비유적인 표현이다.

그렇다면 그의 말에서 맞는 부분은? '핵 단추'는 없지만, '핵 풋볼'과 '비스킷'은 있다. '핵 풋볼'과 '비스킷'만 있으면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나 핵 발사를 명령할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핵 발사가 '단추'만 누르면 이뤄진다는 인상을 주는 그의 트윗은 반은 맞는 셈이다.

'핵 단추'라 쓰고 '핵 가방'이라고 읽는다

지난해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은 한 가죽 서류 가방이 눈길을 끌었다. 평범한 겉모습과 달리 이 가방은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되는 비범한 가방이다. 핵무기 발사 상황 대처에 대한 매뉴얼과 통신 방법이 담겨있어 '핵 가방'이라고 불린다. 당시 취임식에서 통수권을 넘기는 의미에서 오바마가 트럼프에게 핵 가방을 인수인계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선서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최고 통수권자가 되고 나서야 그는 군사 보좌관에게 핵 가방을 전달했다.

이런 '핵 가방'은 러시아와 미국 등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핵 가방'은 '핵 풋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AP와 CNN에 따르면 이 별명은 '드롭킥'이라는 미국 핵전쟁 계획 암호명에서 유래한다. 미식축구에서 드롭킥은 공을 땅에 떨어뜨려 공이 지면에서 튀어 오르는 순간에 차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를 위해선 축구공이 필요해 생긴 이름이다.

이론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핵 가방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8월 한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에서도 골프 카트에 핵 가방을 보관한 상태로 코스를 돈다고 CNN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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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자신도 '핵 단추'를 가지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럼 '핵 풋볼'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반인들이 '핵 풋볼'을 슬쩍 들춰본다면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 안에는 핵무기 발사 단추도,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도 없다. 전쟁계획안이 담긴 문서철과 통신장치만이 있다. 해당 문서에는 대통령의 빠른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상황별 대처 방법이 기재 되어 있다.

전 백악관 군사국장 빌 걸리는 1980년 당시 발언에서 대통령에게는 '레어(rare), 미디엄(medium), 웰던(well done)'의 세 가지 옵션만 주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비스킷'은 뭐에 쓰이는 물건인고?

일명 '비스킷'은 핵무기 발사 명령 인증 코드가 담긴 일종의 보안카드다. 대통령은 이를 항상 휴대해야 한다.

대통령이 핵 공격을 지시하려면, 먼저 국방부 관계자에게 비스킷에 있는 일련의 번호를 제시해 본인이 대통령임을 인증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비스킷'을 받을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인증 번호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 어떤 의미인지, 이로 인한 파괴력이 (얼마나 클 수 있을지) 설명을 들었을 때 분위기가 매우 엄중했다"며 "어찌 보면 아주, 아주 공포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국방 보좌관이었던 로버트 '버즈' 패터슨에 따르면 클린턴은 '비스킷'을 분실하기도 했다. 패터슨은 클린턴이 평소 신용카드에 '비스킷'을 고무줄로 묶어 바지 뒷주머니에 보관했지만, 르윈스키 성 추문이 세상에 알려진 날 그가 꽤 오랫동안 보안카드를 찾지 못했음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급 인사인 휴 셸턴 장군도 클린턴이 보안카드를 "몇 달"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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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미국 고위급 인사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보안카드를 분실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핵 발사는 어떤 식으로?

핵 공격 지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비스킷 카드로 신원을 인증한 후, 대통령은 '핵 가방' 내 통신장비로 미국 합동 참모 본부장에게 핵 공격을 명령한다. 미국 국방부 최고 순위인 합동 참모 본부장은 이를 네브래스카 주에 있는 미국 전략 사령부 본부에 전달한다. 핵 무기발사 명령의 최종 도착지는 "지상팀"이다. 물론 발사 최종 명령은 지상이 아닌 해상이나 해저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 대통령이 전달한 인증 코드가 "지상팀"의 금고에 보관된 인증 코드와 일치할 때에만 핵 발사가 이뤄진다.

대통령의 명령-거역할 수 있나?

대통령은 미군 총사령관이다. 대통령의 말은 절대 권위를 가진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2017년 11월, 대통령의 핵무기 발사 권한을 재검토하는 국정 감사가 열렸다.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1년과 2013년 사이, 미국 전략 사령부 사령관으로 근무했던 로버트 케흘러도 해당 감사에서 전문가로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실무진은 명령이 합법이라는 전제하에 대통령의 핵 발사 명령을 따른다. 하지만 케흘러는 특정 상황에서 명령을 따를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상원의원이이 "그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나?"라고 되묻자, 케흘러는 "저도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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