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혹은 교류: 국제스포츠대회 전후 급물살 탄 남북관계

지난 3월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지난 3월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평창동계올림픽이 정확히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지난해 최고조에 달했던 북핵 위기가 완화되고 남북관계도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스포츠대회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또 평화와 공정한 경기에 기반한 스포츠와 올림픽 정신을 강조한다. 이에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이 참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흥미롭게도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국제스포츠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시기 전후로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됐던 사건들이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 남한이 개최하는 행사를 앞두고 방해하고자 도발을 한 적도 있고, 또 국제정세가 불리하게 돌아갈 때 스포츠 교류로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계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진 1987년 KAL기 폭파 사건부터 지난 1일 평창 성공을 기원한 김정은의 새해 메시지까지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보았다.

KAL기 폭파 사건과 88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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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88올림픽 개막식

지난해는 KAL858기 폭파 사건 30주기였다.

1987년 11월 29일 중동 건설현장에 나갔던 근로자 등 115명을 태우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해 서울로 돌아오던 대한항공 858편 항공기는 미얀마 상공에서 공중 폭발해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는 대한항공(KAL) 858기에 폭탄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늘날까지도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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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3년 KAL858기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

당시 한국은 한창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을 준비 중이었지만 동시에 대선을 앞두고 있기도 했다.

폭파범 김현희가 서울로 압송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안보 위기를 느꼈고, 일각에서는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기도 한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이 나갔던 대선은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제2연평해전과 2002 한·일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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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02년 월드컵 응원단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국 축구 역사를 다시 썼다.

예상치 못한 선전에 전 국민이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광장을 빼곡히 메워 한마음으로 응원했고 결국 한국은 4위를 했다.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도 세계 언론에서 주목했고 이를 계기로 많은 한국 축구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했다.

하지만 3~4위전이 열리던 6월 29일 북한은 연평해전을 일으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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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지난해 열린 제2연평해전 15주년 기념행사에서 눈물짓는 유가족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기습 공격을 시작했고 해군은 치열한 전투 끝에 NLL을 사수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진전돼 가고 있는 가운데 있었던 사건이고 또 전 국민이 월드컵에 환호하고 있었던 터라 더 충격적이었던 사건이었다.

3년 만의 이산가족 상봉과 인천아시안게임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스포츠대회를 앞두고 도발만 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2014년이 대표적이다. 2월에는 3년 4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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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4년 2월 이산가족 작별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00년에 시작돼 남북 화해와 교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이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거의 열리지 못했다. 2009년에 한 번 그리고 2010년에 한 번 열렸다. 그리고 3년 4개월 후인 2014년에 열린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은 그해 10월 열렸고 폐막식에 북한의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핵심 권력자 3인이 깜짝 파견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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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황병서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은 2015년 10월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8년, '평창' 넘어 '평화' 가능할까?

9일 남북은 2년 만에 회담장에서 마주 앉는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로 만나는 거지만 그 외에 다른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북한이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한반도 긴장감은 극도에 달했고 국제사회의 규탄도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유엔(UN)은 역대 최강의 제재로 북한을 압박했다.

이 시점에서 1일 김정은 새해 메시지로 시작된 유화적 움직임이 과연 남북관계를 넘어서서 북미 관계에까지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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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측 대표단이 한국측 대표단과 식사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일각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북한이 또 도발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번 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룰 순 없다"면서 "이번에는 앞으로 난제를 풀기 위한 추가 협의가 이어지도록 모멘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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