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병사 '범죄 연루' 의혹... 법대로 하면?

유엔사가 공개한 오씨의 극적인 탈출 장면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지난 11월 유엔사가 공개한 오청성씨의 극적인 탈출 장면

지난해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4~5발의 총알을 맞고 극적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 오청성(25) 씨가 범죄에 연루됐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동아일보는 오씨가 정부 합동신문 과정에서 "북한에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라고 스스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은 다음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오 씨의 사망 사건 연루 여부는 지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5일 일부 언론은 오 씨가 북한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냈고, 처벌이 두려워 우발적으로 귀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인명 피해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 간부는 오 씨 격려 면담 일정을 잡았다가 범죄 연루 의혹에 면담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씨가 현재 결핵 등의 치료를 받고 있어 국정원과 군 당국의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오씨의 진술도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있다. 오 씨의 범죄 연루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오 씨가 범죄에 연루됐을 경우 어떻게 될까? 한국 정부는 귀순 의사를 밝힌 이 25세 청년의 한국 정착을 지원해야 할까? 아니면 그가 목숨 걸고 도망친 북측으로 돌려보내야 할까?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지난 12월 아주대학병원에서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되는 오청성 씨

범죄 연루 경우, 돌려보내나?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탈북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있지만 의무 조항은 아니다.

법률은 탈북자가 국제형사범죄자, 범죄자, 위장 탈출 혐의자, 체류국에 10년 이상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사람, 국내 입국 후 1년이 지나서 보호 신청한 사람 등일 경우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또 한국은 북한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아 오 씨를 북으로 송환할 의무는 없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까지 오 씨의 송환을 공식 요구하지 않고 있다.

탈북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비보호 탈북자'도 주민등록증을 발부받고 한국 국민으로 인정된다. 단, 정착지원금과 주거지원금, 임대주택, 직업훈련 지원금, 취업장려금 등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탈출한 오씨를 추격하던 북한군이 AK 소총을 든 채 집결해 있다

'비보호 탈북자'

탈북을 했지만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에서 제외된 사례는 매해 30여 명 정도로 파악된다.

통일부의 '국내 비보호 탈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비보호 탈북자'는 2015년에는 25명, 2014년에는 29명, 2013년에도 29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16년 기간에 비보호 결정 사유로는 국내 입국 후 1년이 지나서 보호 신청한 이유가 146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는 7명이었다.

살인의 경우도 있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몇 명의 탈북민이 해외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 적이 있으며, 이들 모두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북한군 추격조가 남측 시설물에 남긴 탄흔

법대로 하면?

사실 대한민국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규정한다. 헌법은 국가 최고 법이다.

그렇다면 범죄자가 북한에서 넘어왔을 때 어떻게 되는 걸까?

법조계 한 관계자는 "비록 헌법에서는 북한을 하나의 나라로 보고 있지 않고 북한도 우리 영토라고 하고 있지만, 한국이 북한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고 그러므로 형벌권이 발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형사 소송법 상, 자백 사건은 자백만으로는 성사될 수 없고 보강 증거가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오씨의 범죄 연루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발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또 증거 법칙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법조인은 이 문제는 "법적인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대한민국 헌법 3조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규정한다

하나원 입소 미정

한편 병원에서 치료 중인 오 씨는 금주 중 의료진이 퇴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퇴원 후 오씨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합동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탈북자는 이 곳에서 정확한 신원과 행적, 대북첩보와 간첩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은 후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이 곳에서 3개월간 언어 등의 사회적응교육을 받고, 정부로부터 정착지원금과 주거지원금 등을 지원받고 사회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때 주민등록증도 발급받는다. 일정 기간 관할 경찰이 수시로 전화해 근황을 확인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오 씨의 정착을 지원하는지는 "기본적으로 탈북자대책협의회의 보호 결정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탈북자대책협의회란 통일부 차관 주재로 유관 부처가 참여해, 하나원 입소 기수별로 열린다.

하지만 오 씨의 하나원 입소 여부는 현재 불확실하다.

국정원에 따르면 오 씨 아버지의 계급은 우리 군으로 보면 중령과 대령 사이인 북한군 '상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 씨가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처럼 하나원에 입소하지 않고 별도의 적응 교육을 받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11일 국회에서 열린 JSA 탈북 병사 살린 미국 의무항공대 표창식

오씨에 대한 남다른 관심... 배경은?

오 씨는 다른 탈북자에 비해 국민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월 50∼60대들이 공부하는 부산의 한 평생학교에서는 전교생 600여 명이 오 씨에게 "엄마의 마음"을 담아 용기를 전달하는 손편지를 썼다. 손편지 운동본부의 제안에 이뤄졌고, 편지들은 국군수도병원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심이 적은 편이고 통일과 대북 지원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20대 대학생들도 오 씨의 탈출 당시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동정의 글을 올리며 제 또래의 자유를 향한 도전을 응원해 이목을 끌었다.

관심의 배경에는 전속력으로 차를 운전해 총상을 입은 채로 판문점을 넘은 극적인 탈출 장면이 공개된 것이 크다. 유엔사가 CCTV와 열상감시장비(TOD) 촬영 화면을 공개한 것이다.

사용 기기에서 미디어 재생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BBC 코리아가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에서 인터뷰를 했다. 각종 논란부터 환자 상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또 아덴만 작전 주인공인 석해균 선장을 수술한 이국종 교수가 치료해 관심을 더 받았다.

많은 양의 피를 흘려, 국민의 피 1만2천cc 이상을 수혈받아가며 큰 수술을 두 차례 받았고, 아주대학병원은 수술 브리핑을 열고 이 교수도 BBC 코리아 등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황을 오 씨의 상태와 그와 나눈 대화 등을 설명했다.

국회의원 모임 '포용과 도전'은 지난 11일 오 씨를 살리는 데 기여한 주한미군 의무항공대 '더스트오프' 팀에 감사패와 표창장을 수여했다.


관련 토픽

관련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