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특파원이 본 트럼프 국정연설

Trump at State of the Union Image copyright Reuters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정제된 톤을 썼다. 트럼프의 연설은 고매한 미사여구로 장식돼 있었으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변함없는 강경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민과 규제 완화, 세금, 문화적 충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에게는 찬사를, 그리고 정적들에게는 분노를 자아낸 정책들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정책들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는 야망에 찬 의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세제 개혁을 제외하고는 그의 거창한 입법 지시들은 의회에서 무산되거나 구체적인 제안이 되지 못한 채 시들해졌다.

30일 밤(현지시간), 트럼프 호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한번 더 돌격해야 할 때가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연두교서 국정연설의 주요 내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이른 평가를 덧붙였다.

톤은 변했지만...

11개월 전 갓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좌파의 트럼프 비판자들 중 몇몇으로부터도 우호적인 반응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사소한 싸움은 뒤로 제쳐두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리 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이번에도 국가적 단합을 외쳤다. 문제는 분열된 미국의 대중이 (거의 절반 가까이가 대통령을 "매우 비난"한다) 다시 합쳐질 수 있느냐다.

"새로운 미국의 순간"이 왔다는 주장이나 "지난 한 해 우리는 미국 시민과 정부 사이에 신뢰의 유대를 복원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는 발언은 대통령의 충실한 지지자들 외에는 잘 받아여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민주당원들은 그 발언들을 무시했을 것이다. "신뢰"에 대한 발언은 국기에 대한 예우와 국가가 나올 때 기립해 있는 것에 대한 언급 직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NFL 미식축구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국민의례를 거부한 것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과 직결된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자화자찬할 수 있는 (그리고 실제로 그러고 있는) 성취물들이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기존 지지층을 기쁘게 해주기 위한 것들이었다. 성취하는 데 하룻밤 이상은 족히 걸릴 그의 과제는 보다 많은 미국의 대중에게 그가 이룬 성과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걸 확신시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 첫머리에 미국의 경제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그는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미국인들이 향후 자신의 은행 계좌를 보고 나면 생각을 바꿀 것이라 희망하는 것이다.

전망: 지난번 의회 연설을 마치고 며칠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도청을 했다는 의혹을 트위터에 올렸다. '보다 상냥하고 젠틀한' 트럼프는 순식간에 사라졌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민 문제에 손을 뻗다

민주당은 유년기에 미국에 들어와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민자들에 대한 보호를 원한다. 대통령은 합법적 이민에 대한 규칙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수십억 달러의 돈을 자신의 '벽' 아이디어를 포함한 국경 강화에 쓰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연설에서 민주당에게 손을 뻗겠다고 약속했다. 몇주 전 그는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사랑의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두 발언 사이에는 연방정부의 폐쇄와 상당한 악감정이 있었다. 대통령은 민주당 인사들을 폄하하고 그들이 국경을 열고 범죄 증가를 장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손을 뻗겠다는 표현은 의회 연설 전에 언론에 발표됐는데 연설 안에서 그 표현의 맥락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표현을 쓰기 앞뒤로 이민자들의 범죄와 범죄조직, 그리고 그 의미가 뻔한 "미국인들 또한 꿈을 꿉니다"란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게 다 그의 협상 스타일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협상이 임박하면 이런 태도를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듯 취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당은 싸움에서 물러서는 것을 자기 지지층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 우려하기 때문에 협력의 약속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전망: 손을 뻗는 행위는 친절함의 제스처일 수도 있지만 뺨을 때리려는 준비일 수도 있다. 양쪽의 골은 깊고 어쩌면 그 골이 더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돌아온 '인프라 투자' 계획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으로 정권에 우호적인 뉴스가 끊길 때마다 '인프라 투자가 순조롭게 시작된다'고 외친다는 농담이 돈다.

백악관은 여러 차례 인프라 투자 계획을 약속했지만 늦어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인프라가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규제완화의 레토릭과 함께다. 대통령은 1조5천억 달러(한화 약 1600조 원)의 재정지출을 촉구하여 양당으로부터 환호를 받았지만 민주당은 그것이 민간 투자에 대한 보조금의 형태로 지출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자 유보적인 상태가 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필요한 형식주의를 제거하여 건설 사업이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우리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단 일 년만에 지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다. "이제는 간단한 도로 건설 허가를 받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게 수치아닙니까?"

양당이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분야가 더 있다. 처방약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나 직업 교육, 교도소 개혁과 육아휴직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지나가듯 언급만 했다. 대통령이 가장 노력을 기울일 것은 인프라에 관한 것으로 보였다.

전망: 교각이나 도로에 돈을 쓰는 것은 언제나 인기가 있다.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유권자들을 행복하게 한다. 민주당도 좋아하고 공화당도 좋아한다. 대통령도 좋아한다. 규제완화가 쟁점이 될 수 있겠지만 인프라 문제는 가장 먼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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