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임금 차별에 항의했던 BBC 앵커가 의회에서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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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그레이시: "만약 BBC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보도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전직 BBC 중국 에디터 캐리 그레이시가 BBC가 일부 여성 직원을 대하는 방식에 "매우 화가 났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초 임금 불평등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보직에서 사임한 그레이시는 영국 의회의 위원회에서 자신의 경험에 대해 증언했다.

그레이시는 자신의 불만에 대한 BBC의 반응을 "모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토니 홀 BBC 사장은 BBC가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자신이 "(그레이시)의 용기를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홀 사장은 BBC가 임금에 관련한 불만 사항을 적절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평등이 "우리 가치관의 핵심"이라고 말했으나 한 의원으로부터 BBC가 임금 불평등 문제로 조직이 무너진 상황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들은 영국 하원의 디지털, 문화, 매체 및 스포츠 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하여 발언했다.

그레이시는 BBC가 자신이 제기한 임금 문제에 대해 그의 역량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55살인 그레이시는 30년 넘게 BBC에서 일했다.

그레이시는 BBC에서 제시한 명분이 "원래 있던 상처에 모욕까지 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고참 여성 직원에게 그렇게 말한다는 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조건이었다면 결코 중국에 가지 않았을 거에요. 저는 애초부터 동등한 임금을 요구했습니다."

그레이시는 청문회에서 고충 처리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웠다"며 격정을 토로했다.

그레이시는 "갈등을 겪는다는 압박"에 대해 말했으며 고충 처리 과정에서 매니저들이 "내 업무에 대한 나의 자존감을 깨부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발행된 검토보고서는 BBC에서 "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성차별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회계감사기관 PwC가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대해 약 200명의 BBC 여성 직원들을 대변하는 BBC 우먼은 그 결론을 부정했다.

BBC의 성별 임금 격차 문제는 작년 여름 큰 논란이 됐다. 당시 BBC는 연봉이 15만 파운드(한화 약 2억3천만 원) 이상인 앵커들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가장 유명한 남성 앵커와 여성 앵커들의 임금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캐리 그레이시는 의원들에게 또 무엇을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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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그레이시: "저는 제가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해 매우 화가 납니다."

고충 처리 과정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다른 여성 직원들을 언급하면서 그레이시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BBC가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일에 대해 매우 화가 납니다. 제가 보고 들은 것과 다른 여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정말로 화가 납니다."

그레이시는 2013년 중국 에디터로 임명됐으나 지난 1월 초 사임했다. 당시 그는 BBC의 다른 두 명의 남성 인터내셔널 에디터가 다른 두 명의 여성 에디터에 비해 "최소 50% 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레이시는 임금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자 BBC가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5천만 원)를 소급하여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그 제안이 "임금 차별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정말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BBC가) 기본적으로 지난 3년간, 그러니까 2014, 2015, 2016년에 제가 '미성숙'한 상태였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레이시는 BBC의 임원들이 자신의 상황을 다룬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그들의 태도가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BBC의 신뢰성을 깎아내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BBC에서 치약이나 타이어를 생산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진실이 바로 우리의 업무입니다. 진실이 없이는 우리는 운행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어떻게 다른 것들에 대해 정직하게 보도한다는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레이시는 다른 직위로 BBC 뉴스룸에 돌아온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내일이라도 BBC를 그만두고 더 많은 돈을 주는 직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태로 BBC를 떠나고 싶진 않습니다. BBC는 심각한 문제에 처해 있고 우린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BBC에서 일하는 다른 훌륭한 여성들과 함께 여기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BBC가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BBC는 어떻게 반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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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홀: "예, 경영상 실패가 있었습니다"

토니 홀 BBC 사장과 다른 BBC 임원들도 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했다.

홀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의원들께 그가 설명한 고충 처리의 결과는 분명히 저희가 잘못을 저질렀음을 보여줍니다.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토니 홀 사장은 그레이시가 "BBC에서 최고의 업무를 해왔다"고 말했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저는 그가 한 업무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폄하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는 고연봉 직위를 남성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 잘못됐다면서 BBC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홀 사장은 위원회에 임금이 "성별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데에 완전히 동의하며 만일 그랬다면 터무니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에디터들의 임금 수준에 "서열"을 두는 것은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저희는 할 수 있을 때마다 BBC의 주요 직위에, 뉴스와 특파원, 리포터 등의 주요 직위에 여성을 보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는 또한 "저는 나이든 남성들만의 모임이란 관념을 혐오합니다. 저는 BBC가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순간 BBC 이사회장 데이빗 클레멘티 경은 자리에서 몸을 돌려 자신의 뒤에 있던 그레이시에게 BBC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후 보수당 의원인 줄리언 나이트에게 BBC가 그레이시의 고충 처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류"를 저지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가 겪은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그는 말했다. "관련된 개인들에게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주는지 알고 있으며 이는 저희에게도 힘든 일입니다만 특히 그에게는 훨씬 더 힘들 것입니다. 매우 유감입니다."


왜 캐리 그레이시는 존 소펠보다 연봉이 낮았을까?

Image copyright Getty / BBC

BBC의 뉴스 총책임자 프란 언스워스는 그레이시가 중국 에디터로 임명됐을 때 그의 임금은 사실 중동이나 북아메리카 에디터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캐리의 임금을 그 직위에 맞추어 설정했을 당시에는 성별에 관련된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레이시가 임명된 이후 존 소펠이 새로운 북아메리카 에디터로 고용됐다. "존 소펠의 연봉 기록은 달랐습니다." 언스워스는 말했다.

"그는 BBC 원의 앵커였고 월드뉴스의 앵커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뉴스 채널의 정치부 에디터이기도 했고요. 파리 특파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뉴스 채널의 앵커였을 당시 그는 캐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북아메리카로 옮길 것을 요청하면서 그의 연봉을 삭감하지는 않았죠."

북아메리카 에디터는 "피크 타임에 중국 에디터보다 두 배는 더 많이 방송에 나옵니다"라고 언스워스는 설명했다.

"중국 부문 에디터는 업무의 종류가 다릅니다. 특집 기사에 더 치중한 곳이지, 북아메리카 에디터처럼 매일 쳇바퀴를 돌리는 곳은 아닙니다."

언스워스는 자신이 그레이시의 직무를 "파트타임"으로 묘사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자신의 표현이 미숙하여 그런 인상을 줬다면 사과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홀 사장은 "새로운 북아메리카 에디터가 임명됐을 때 캐리 그레이시의 임금을 재검토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캐리 그레이시를 지지한 사람들은?

Image copyright EPA
이미지 캡션 라지아 이크발, 사미라 아메드, 케이트 실버튼, 케이트 애디가 모두 그레이시를 지지했다

케이트 애디, 마리엘라 프로스트럽, 케이트 실버튼, 루이즈 민친, 나가 먼체티를 비롯한 여성 BBC 앵커들이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을 찾아 그레이시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그레이시가 발언을 하자 전직 노동당 부대표 헤리엣 하먼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그레이시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레이시는 또한 자신이 사임한 이후 시민들로부터 500통 이상의 지지 이메일을 받았으며 BBC 직원들로부터 300통 이상의 지지 이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분석: 아몰 라잔, BBC 미디어 에디터

캐리 그레이시는 의회 소위원회에서 증언하면서 몇가지 새로운 사실을 폭로했다. 그가 10만 파운드를 소급해서 지급하겠다는 BBC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과 BBC가 그의 고충 처리에 대한 문서에서 그가 '미성숙'한 상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해당 문서의 전체 내용을 보지 않고서는 그러한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를 알기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매우 엉성한 단어 선택으로 보인다.

그레이시는 자신이 두 차례 유방암에 걸렸고 최근 가족의 죽음을 겪었으며 딸이 백혈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자신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매우 어려웠던 개인적인 사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레이시는 몇몇 언론 보도에 대한 내용을 반박하며 자신이 작년 한 해 중국, 홍콩, 대만에서 214일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BBC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여긴다며 특히 실망감을 표했다.

그레이시는 몇차례 자신이 BBC에서 일할 수 있어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BBC 경영진"을 종종 BBC에서 일하는 남성과 여성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요새"에 빗댔다. BBC 우먼 캠페인 단체는 이제 최소 190명으로 늘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밖에도 그의 여러 발언들은 SNS에서 널리 회자됐다.

아마도 그의 가장 강력한 발언은 BBC가 치약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진실을 취급하는 곳이라는 주장일 것이다. BBC가 솔직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은 공공 서비스의 원칙에 의거해 세워진 조직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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