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김아랑 선수의 '노란 리본'... 과연 정치적 행위인가?

최민정을 격려하는 김아랑. 헬멧에 노란리본이 그려져있다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최민정을 격려하는 김아랑. 헬멧에 노란리본이 그려져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23)의 헬멧에 부착된 '노란 리본'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김아랑은 지난 17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서 4위를 했다.

비록 메달을 놓쳤지만 레이스에서 우승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최민정(20)을 다독거리는 모습과 지난해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얼굴이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며 다음날 김아랑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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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아랑 선수

이와 함께 헬멧 뒤에 그려진 작은 '노란 리본'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로 주로 쓰이는 '노란 리본'. 평소 그의 옷 지퍼와 선수촌 입촌 당시 들고 온 캐리어에도 노란 리본이 붙여져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논란의 시작

일각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정치적인 메시지"라며 비판했다. 올림픽에서 정치적 이슈와 색깔이 반영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에 반한다는 것이다.

'일간베스트저장소' 한 사용자는 18일 새벽 김아랑 선수를 IOC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노란 리본이 "4년 전 사고인 세월호 사건에 추모의 의미를 넘어 전임 대통령인 '박'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며 "'보수적' 색채를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는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분명 추모였다고 변명하겠지만 이것은 분명 정치적 도구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정치적 이익집단에서 사용 중"이라고 지적하며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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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일간베스트저장소'에 올라온 김아랑 선수 제소 관련글

18일 저녁 MBC 김세의 기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아랑 선수에게 묻고 싶다. 세월호 리본의 의미가 오로지 4년 전 세월호 침몰에 대한 추모뿐인가? 아니면 박근혜 정부의 책임도 함께 묻기 위함인가?"라고 썼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김아랑 선수가 전북 전주 출신이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며 그의 정치적 색깔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세월호 리본은 원래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사용된 거 아니었나? 대체 왜 김아랑 선수가 욕을 먹는 거지?" (트위터 사용자 '유케이'), "이걸 '정치적 메시지'라며 금지대상이라는 자들이 있다. 올림픽위원회도 "문제없다"는 것을" (트위터 사용자 '쟝고')라며 반박했다.

이순신, 아리랑, 독도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출전 선수의 정치적 상징물 논란은 '노란 리본'만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귀화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골키퍼) 맷 달튼(32·한국명 한라성)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그림이 새겨진 마스크(헬멧)를 쓰고 출전하려고 했다.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처럼 골문을 든든히 지키겠다는 의미였지만, IOC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IOC는 이달 초 달튼 마스크에 있는 이순신 장군 그림을 '정치적 표현'으로 규정하며 착용을 허락하지 않았고, 달튼은 "IOC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규정이 그렇다면 고쳐서 쓰겠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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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맷 달튼

IOC는 당시 이순신 마스크의 착용 금지 결정에 대해 "영국의 영웅 로빈후드는 물론 미국 자유의 여신상도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언론에 따르면, IOC는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니콜 헨슬리와 알렉스 릭스비가 마스크에 새긴 '자유의 여신상'은 사실상 묵인해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받았다.

의상이 벗겨지는 사고를 잘 극복해 주목받은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 조도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한 차례 곤혹을 치렀다.

프리 댄스 음악으로 '아리랑'을 선택했는데 가사 중 '독도야 간밤에 너 잘 잤느냐'는 구절이 정치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귀화한 재미교포 민유라와 미국인 겜린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포부로 해당 곡을 선택했지만 결국 '독도' 관련 가사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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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1월 7일 국가대표 3차 선발전 겜린 알렉산더-민유라 조

남북 공동입장 및 남북 단일팀 때 등장한 한반도기도 마찬가지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올림픽 기간 중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독도를 보이게 하는 것 자체를 IOC는 정치적인 행위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식 행사가 아닌 민간단체 주관 행사나 응원 때는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지난 4일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스웨덴 대표팀과 가진 첫 평가전에서는 '독도 한반도기'가 게양됐고,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북한 응원단도 '독도 한반도기'를 응원 도구로 사용했다.

'정치적 중립성'이란?

IOC 헌장 50조를 보면, '올림픽 장소 및 기타 구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오마이뉴스는 19일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사례를 들며 올림픽 정신의 본질은 인류애라며 김아랑 선수의 '노란 리본'이 문제라는 의견을 반박했다.

당시 육상 남자 200m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 선수, 그리고 은메달을 딴 호주의 피터 노먼 선수가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여서 체육계에서 제명당했지만 추후 호주 의회는 공식 사과했고 미국육상연맹은 피터 노먼이 죽은 10월 9일을 '피터 노먼 데이, 인권의 날'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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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독도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 중인 북한 응원단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 에 대한 판단은 항상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2년 런던올림픽이 있다. 당시 축구 3·4위전 한일전을 마친 뒤 박종우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세레모니를 했다. 이에 IOC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박종우에 대한 동메달 수여를 보류했고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박종우는 동메달을 지켰지만, 대표팀 공식경기 2경기 출전정지와 3500스위스프랑(약 400만원)의 벌금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당시 대회에서 일본 체조 대표팀이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유니폼을 입고 메달을 땄지만 아무런 제재가 없어 한국 네티즌이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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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 태권도 49㎏급의 금메달리스트 천쉬친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타이완의 국명 역시 올림픽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타이완은 IOC가 79년 통과시킨 나고야 결의안 때문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타이완' 대신 '차이니스 타이페이'라는 국가명으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타이완은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자 유엔 관련 기구에서 탈퇴했고 대다수 국가는 대중 관계를 고려해 타이완의 국가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중국의 영향력 때문에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 태권도 49㎏급의 천쉬친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국기 대신 타이완올림픽위원회 깃발이 올라가자 감정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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