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켈리: 동계 올림픽은 남북 관계를 개선했을까?

북한 응원단이 2018 동계 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북한 응원단이 2018 동계 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한국에서 열린 2018년 동계 올림픽의 큰 화제는 북한의 참가와 두 나라 사이에 조성된 우호적 분위기였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양국 관계가 영구적으로 개선됐다고 할 수 있을까?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은 단일팀으로 공동 입장했다.

흰색 바탕에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이 그려진 단일 깃발을 든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올림픽을 통해 이른바 '매력 공세'에 나섰고,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은 남북 단일팀으로 뛰었으며, 북한에서 파견한 응원단은 전 세계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과연 이 표면적 올림픽 화해 분위기는 지속할 것인가?

흔치 않은 우호적 분위기에 기대감은 확실히 높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기미가 보인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의 진보 성향 매체는 "올림픽 정신"을 진보적인 문재인 정부와 함께 북한과의 대화를 부드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모두가 이를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 측은 보수 성향 매체의 지속적인 사설을 통해 모든 면에서 평양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깊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 가지 우려는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겠다는 모호한 약속을 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한미 간 합동 군사 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뒤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모든 기대가 어긋나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나의 스포츠 행사만으로 두 나라 간의 깊은 정치적 골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수십 년에 걸친 회담은 아직 화해를 끌어내지 못했다. 지나치게 비관적 시선일 수는 있으나 양국 관계는 긴장과 걱정으로 불편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의 정세는 65년 전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놀랄 정도로 진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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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그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을 뿐이다.

지난 1월 갑자기 그랬던 것처럼, 대화의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세계사회에선 북한을 평화적으로 억제할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커진다.

하지만 올림픽을 둘러싼 우호적 분위기를 제쳐 두면, 이전의 협상들은 모두 무너졌으며 변한 것은 거의 없다.

북한은 약삭빠르며, 만만치 않은 협상가다.

그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양보하지 않으며,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깊게 파고든다.

협상을 위해 한국과 미국에 요구되는 사항들은 가능한 한 넓게 확대 해석되고, 반대로 북한에 요구되는 것들은 가능한 한 좁게 정의된다.

북한과의 협의 이행은 해석과 시점과 같은 민감한 이유로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혀 왔다.

화기애애한 올림픽 정신이 북한이 중대한 양보를 하도록 만들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만일 그렇다면 북한 정권의 과거 협상 방식에서 크게 벗어난 행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의 진보 세력은 한국 정부가 어떤 제스처를 취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을 이념적 적수라기보다는 냉전 시대에 불공정하게 분리된 한 민족으로 여긴다.

그러나 41%의 지지율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엔 충분한 정치적 공간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보수 측에 불러올 큰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보수 세력 일부는 대화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개선책이라 주장해온 문 대통령이 협의에 쩔쩔매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상황이다.

미국 역시 최근 트럼프 정부의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려했을 때 크게 탐탁지 않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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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좌)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우)이 2000년 건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김여정이 서울에서 열린 기념비적 만남에서 직접 건넨 초청에 응해 앞으로 몇 달 안에 북한을 방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모두가 그것을 "해내야 한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도록 촉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 분위기에 불과하다. 정상회담이 반드시 진정한 관계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무엇을 논의하게 될 것인지 역시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아울러 북한 측이 정상회담을 한국이 북한을 남한에서 떨어져나온 일부가 아닌 독립적 국가 체제로 인정했다고 주장할 위험도 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측은 대화를 원하고, 반대 측 보수 진영은 그러한 유화 정책을 경계함에 따라 한국의 여론은 둘로 나뉘고 있다.

지난 2000년과 2007년에 있었던 과거의 정상 회담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2000년 정상 회담을 앞두고 현대 그룹이 한국 정부의 동의 하에 약 5억 달러를 북한에 송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으로 산" 회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으로서 가장 예상 가능한 결과는 과거와 비슷한 회담으로의 복귀다. 깊은 불신과 아주 세세한 문제들을 두고 벌이는 길고 힘든 싸움 말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난해 전쟁 위협 이후 최소한 두 나라가 대화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진전을 의미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2018년에 이어질 다른 이벤트들은 두 나라 간 관계 개선 속도를 늦추거나 좌절시킬 위협 요소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한국과 미국은 합동 군사 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매번 주적을 섬멸하겠다는 엄포를 놓는다.

올림픽이 끝나고 군사 훈련이 재개됐을 때 또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아마 회담 진행을 위해 잠시 미뤄질 수는 있겠지만, 만일 핵 실험이 또다시 진행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순진한 호구라는 보수파의 강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의 협상들은 이러한 관계에서의 고질적 문제로 인해 번번이 난항을 겪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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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한국과 북한의 선수들은 단일팀으로 출전했다

어쩌면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 북한이 정말 올림픽 정신으로 무언가를 양보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화의 시동을 걸고, 그들의 숨겨진 의도에 대한 전 세계적인 회의론을 극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 퍼져 있는 반(反) 트럼프 정서를 이용해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떼어놓으려 할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최근의 탈북자 북송 요구처럼 한국이 절대 들어주지 못할 종류의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올림픽 이후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은 있지만, 현실상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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