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를 넘어 실질적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

25일 오후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미투' 운동 집회 Image copyright 뉴스1
이미지 캡션 25일 오후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미투' 운동 집회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서지현(45)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지 한 달.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단, 연극계, 영화계, 학계, 종교계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자가 직접 개인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의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후 언론 보도가 나오고 해당 인물이 입장을 내놓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경우 고발 자체가 갖는 타격이 크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그동안 쌓은 사회적 지위, 명성과 권력을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 가해자가 일반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피해자는 어디를 통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어느 정도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잠재적 피해자들이 알아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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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이 26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성추행 vs 성폭행 vs 성폭력

고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피해자는 우선 성범죄의 종류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당한 것이 성추행인지 성희롱인지, 둘의 차이를 모르는 피해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서지현 검사 또한 JTBC 인터뷰에서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하며 개념을 정리한 바 있다.

'성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이뤄진 추행을 의미한다. 법적 용어는 '강제추행'이다.

'성폭행'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강간하거나 강간을 시도한 행위를 말한다. 법률 용어는 '강간'이나 '강간 미수'다.

'성희롱'은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법적 용어에서 나왔는데, 이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다. '성추행'과 '성폭행'은 형법이나 특별법에서 규율하고 있어 이 점이 다르다.

성폭력은 '성추행'과 '성폭행', '성희롱' 등 성에 관련된 범죄를 다 아우르는 개념이다.

공소시효는 10년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성폭력(강간·강제추행)을 당한 시점이다.

이전에는 성범죄가 '친고죄'로 규정돼 성폭력(강간·강제추행)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한 뒤 6개월 이내 신고하고 처벌 의사를 명시해야 처벌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2013년 6월 19일 친고죄가 폐지됐고, 성폭력(강간·강제추행)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하지만 2013년 6월 19일 이전에 벌어진 성범죄의 경우 여전히 친고죄 규정이 적용되는 애매한 상황이다.

기간 내에 신고하지 못했다면 고소를 한다 해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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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윤택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책임을 지기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죄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에 휩싸인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19일 기자회견이 비판받는 이유도 일부 여기에 있다.

그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책임을 지기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자회견 당시 나온 피해 사실들이 고소 기간이 지나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게 없다는 걸 알고 나왔다고 지적한다.

백성문 변호사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걸 알고 하는 기자회견 같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들었다"라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의 경우 역시 그가 당했다고 주장하는 성추행이 공소시효가 지나, 안근태 전 검사장은 인사 불이익 혐의에 대해서 조사를 받았다.

형사적 처벌이 아니라 정신적 위자료도 고소 기간이 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의 기간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혹은 불법 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 중 먼저인 날을 기준으로 한다.

진술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면 성폭력(강간·강제추행)을 수사 기관에 고소할 수 있다.

하지만 각오해야 할 게 있다.

조사과정에서 진술이 굉장히 구체적이어야 한다. 진술내용은 경찰과 검찰 조사 그리고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부분까지 일관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도 많다.

경찰 조사에서 "호감도 없는 남자랑 왜 같이 술을 마셨냐" 등과 같은 질문을, 검찰에서 "어떤 자세로 성관계를 했냐"와 같은 질문을 받은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2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고소를 한 피해자의 25%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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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이윤택 기자회견에서 시위하는 한 참가자

2차 피해가 많자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11월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이라는 캠페인을 SNS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도 경찰이 내사를 통한 범죄의 인지로 입건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 조민기의 경우가 그렇다.

'폭행'이나 '협박'의 증거

성폭행·성추행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존재했다면 형법상 강간·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폭행이나 협박' 사실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대다수 쉽게 저항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을 경우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이 없을 수도 있다.

여성이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경우는 가해자가 절대 권력의 위치에 있을 때 주로 그러하다.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라고 당시 관계를 설명했고, 헐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폭로한 배우 기네스 펠트로 역시 "난 그때 어린애였다. 그와 계약서에 막 사인한 상태였고 겁에 질려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는 한 배우의 성폭행 사건 관련 논평을 내 '겉으로 드러나는 폭행과 협박이 없는 한 성폭력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 한국의 사법현실'을 비판했다.

"강간죄를 비롯한 성폭력범죄 구성요건으로 '신체적·물리적 폭력' 중심으로 '항거'가,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성폭력이 법정에서 범죄로 인정되기란 참으로 어렵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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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2016년 1월 독일 쾰른에서 일어난 난민 성범죄에 시위하는 난민들. 이 사건을 계기로 독일은 성폭력의 범주를 넓혔다

독일의 경우도 이전에는 피해자가 구두로 거부 의사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저항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강간죄가 성립됐지만, 2016년 난민 성범죄를 계기로 피해자에게 저항할 틈을 주지 않은 채 성관계를 하는 경우도 성폭력의 범주에 들어가게 됐다.

본질 흐리는 '역고소'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1.9%에 그친다. 또 성범죄가 실제 처벌까지 가는 경우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역고소의 위험이다. 성폭력으로 누군가를 폭로하거나 신고할 경우,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법은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을 인정해 처벌하고 있는데,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해 11월 한국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한바 있다.

하지만 맞고소는 늘고 있는 추세다. 이은의 변호사는 한국일보에 "젊은 세대가 성폭력을 인지하는 감수성은 올라갔지만, 법원의 판단은 크게 바뀐 게 없다"며 "오히려 성폭력 고소에 맞고소하는 '가해자 시장'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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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검찰청 입구에 뿌려진 흰 장미

서지현 검사도 역고소를 예상하고 있고, 역고소 당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 소송으로 다퉈보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사건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성폭력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우려한다.


성폭력 피해자가 도움 받을 수 있는 외부기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0505-515-5050)

국가인권위원회(국번 없이 1331)

한국성폭력상담소(02-338-5801)

여성긴급전화(국번 없이 1336)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

한국여성의전화(02-2263-6465)

한국여성민우회(02-335-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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