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묘한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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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다큐멘터리 감독 니콜라스 보너는 북한 여행 주선 업체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은 그가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 다큐멘터리 감독, 니콜라스 보너는 북한 여행 주선 업체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3년 처음 북한 땅에 발을 디뎠고, 이후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차례 북한을 드나들었다.

영국 런던에선 지난달 23일부터 보너의 '수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벽면을 가득 메운 통조림 포장지들, 생산 장려 포스터, 만화책 표지들과 담뱃갑까지, 모두 보너가 북한에서 직접 모아 온 것들이다.

그는 "일상적인 것들에서 북한만의 독특한 예술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가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일조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시 개장일, 보너를 만나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에 대해 직접 물었다.

"내가 북한 정권을 돕는다고?"

보너는 "25년 전 처음 북한에 들어갔을 당시엔 제대로 된 북한 여행 안내서조차 없었다"면서 "북한의 입장에서도, '우리'의 입장에서도 무지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관광 전문 회사 '고려관광(Koryo Tours)'을 세웠다. 고려관광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북한 현지의 파트너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그간 수만 명의 관광객을 주선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국제사회 경제 제재를 받는 북한 정권에 돈을 벌어다 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보너는 "의견은 존중하지만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자신의 활동에 대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우리가 이룬 건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우리를 이해하게 하고, 또 우리 서방국 주민들 역시 북한을 이해하도록 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미지 캡션 1981년작 인쇄 포스터. 수산업은 북한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산업 중 하나다

전시회장 통로에선 평양 풍경을 담은 보너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었다.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도들이 이어졌다. 보너는 "북한 측에서 촬영 장소를 주선해 줬다"고 했다.

웜비어 숨지자 "북한 파트너들과 논의 중" 성명

2000년대 들어 북한은 서서히 외국인 대상 관광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평양 외 일부 도시들의 문도 새롭게 열렸다.

많은 외국인이 호기심을 안고 북한을 찾았다. 북한 역시 외국인들에게 이례적으로 국제전화와 소셜미디어 사용을 허가하는 등 관광업을 통한 외화벌이에 열을 올렸다.

이미지 캡션 북한은 영국 다이애나비 기념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1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억류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리고 지난해 6월, 혼수상태로 돌아왔던 웜비어가 끝내 사망하면서 북한 관광 주선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고려투어도 웜비어의 사망 이튿날 즉각 성명을 냈다. 웜비어의 억류는 '부당한 수감'이었다며 "(이번 사건이) 끔찍하고 절망적인 비극"이라고 썼다.

또 "우리의 북한 여행 파트너들과 이 문제를 가감 없이 논의하고 있다"면서 "고려투어와 여행하는 이들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고 관련 위험을 인지하도록 확실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람객들의 시선은 '선전 포스터'에 집중

이번 전시회에 등장한 보너의 수집품 대부분은 대외용 체제 선전물이 아닌 평범한 공산품들이다. 보너는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유년기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서구인들이 북한의 사회주의에서 구소련을 연상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도 "냉전 시대를 거치며 자랐다"면서 "수집품들을 보면 나 또한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관람객 로지는 "집에 러시아 역사학자인 어머니가 모아온 구소련 시대 포스터 같은 것들이 있었다"며 "한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시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이미지 캡션 영어가 쓰여 있는 소고기 통조림 포장지. 그 아래엔 토마토가 북한식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이날 상당수 관광객들의 시선은 선전 포스터들에 더 오래 머물렀다.

관람객 오드리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을 묻자 "체제 선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북한 정부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키는지 볼 수 있었던 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앤디 역시 "작품들이 다 '우리나라가 최고야'라는 식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놀랍다"고 평했다.

보너의 전시회는 오는 5월 1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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